[리더십] 710호 - 제자훈련은 마라톤처럼 시작하고, 진행하라

마라톤과 단거리경주는 판이하게 다릅니다. 그 출발부터 다른데, 단거리경주는 0.01초라도 더 빨리 출발하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지만, 마라톤은 천천히 출발해야 합니다. 마라톤 초심자들이 가장 많이 저지르는 하나가 바로 “신속한 출발”이라고 합니다. 전반부를 천천히 달리고, 후반부를 더 빠르게 달리는 “네거티스 스플릿(negative split)”이 마라톤을 완주하는 유일한 길입니다.

제자훈련은 단거리경주보다는 마라톤에 훨씬 가깝습니다. 교회가 제자훈련에 의해 변화되기 시작하면 그 효과는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습니다. 그 영향력은 제자훈련을 받은 사람들에게만 머무르지 않고 시간이 지나면서 넓어지고 깊어져서 결국에는 전교회적인 영향을 끼칠 뿐 아니라 교회의 울타리를 넘어 지역사회에까지 흘러갑니다. 이것이 많은 목회자들이 제자훈련에 관심을 가지고 교회의 근간을 제자훈련에 두고자 하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제자훈련을 시도한 모든 교회가 성공을 거두는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많은 실수가 바로 시작한지 처음 몇 해 동안에 그 열매를 얻으려는 시도입니다. 가급적 많은 사람들을 명단에 올리고, 몇 백 명에 가까운 사람들을 여러 소그룹에 편성시키고, 그 소그룹에 필요한 리더를 양성하기 위해 준비되지도 않은 사람들을 억지로 사역에 투입하며, 리더로 자원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리더의 기술이 부족하더라도, 아니 제자도의 비전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더라도 그 자리에 세우는 것은 제자훈련을 끝까지 완주하지 못하게 만드는 가장 큰 실수입니다.

교회의 토양에 제자훈련을 심기 원한다면 일단 제자반 하나를 만들기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소수의 리더들을 무장시키고 다른 소그룹을 섬길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미성숙한 리더들을 여러 소그룹에 세우는 것보다 훨씬 강하고, 빠른 길입니다.
그러나 처음을 이렇게 천천히 시작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비록 천천히 시작한다고는 하지만, 교회가 제자훈련을 받아들여 변화의 길에 들어섰음을 알게 하지 않으면 다른 저항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명확한 활동이 없으면 따분해 하고, 불평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나타날 수도 있습니다. 또는 목회자가 소수의 소그룹으로 이뤄진 제자반에 모든 열정을 쏟는 것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성도들이 늘어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가장 중요한 것은 비전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마라톤은 천천히 시작하지만, 반드시 그 결승선을 꿈꾸도록 해야 합니다. 회중들 앞에서 “이제 우리 교회는 제자훈련 교회로 거듭날 것입니다!”라고 한 번 선포하는 것으로 비전 제시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내 눈앞에 보이는 회중들 중에는 잠재적인 마라톤 선수가 있지만, 그들은 아직 경주에 참가하겠다는 서명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을 일깨워 제자훈련에 참여시키기 위해서는 우선 출발선에 자발적으로 몇 사람이 모이고, 출발하고, 포기하지 않고 결승점을 향해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강단에서 빈번하게 제자훈련과 소그룹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예화거리로 삼아야 합니다. 또 제자훈련생들을 모집하기 전에 미리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그 성경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시해야 합니다.

이 작업을 몇 년 간 계속, “속도를 늦추며” 진행해 가야 합니다. 신속하게 훈련시키려는 유혹을 버리고 하나라도 확실하게 갖춰나가도록 해야 합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겠지만 한 사람씩 만나서 코칭하고 변화시키는 작업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됩니다. 거창하고 성급한 목표를 제시하면 많은 사람들을 모아서 한꺼번에 가르쳐 변화시키려는 시도를 하기 쉽습니다. 제자훈련 목회가 마라톤이라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이렇게 한 사람씩 변화시키면 그 자체로 가속도가 붙게 되어 속도를 늦추려는 모든 시도가 오히려 전체의 속도를 빠르게 하는 결과를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이 글은 『 교회는 인소싱이다 』 (랜디 포프, 국제제자훈련원)의 일부 내용을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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