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828호 - 리더에게 필요한 듣기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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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대입니다. 대면 모임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직접 나누기 어려운 코로나 시기이기에 더더욱 소통의 중요성을 체감하게 됩니다. 공동체와 소그룹에서 얼마나 원활하게 소통이 이뤄지느냐는 전적으로 리더에게 달려있습니다. 리더의 역량에 따라 이야기하기 어려운 일을 쉽게 소통할 수도 있고 전하기 쉬운 일을 어렵게 소통할 수도 있습니다.

 

“소통(疏通)”이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담겨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막히지 않고 잘 통한다”입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다”입니다. 공동체에서 서로의 의견을 오해 없이, 막힘 없이, 온전히 전하기 위해서는 ‘듣기’ 능력이 필요합니다. 특별히 공동체를 이끄는 리더에게는 ‘듣기 능력’이 그 누구보다,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합니다. 저명한 경영학자인 피터 드러커는 “이제까지의 리더는 말하기에 능숙했다. 앞으로의 리더는 듣기에 능숙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공동체 구성원의 이야기를 잘 듣고 소통을 원활하게 만들기 위해 리더에게 필요한 4가지 듣기 능력을 잠시 살펴보고자 합니다.

 

수긍하는 순간을 아는 능력

먼저 수긍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리더는 구성원의 소위 개인의 ‘영역’이라 불리는 다양한 사정을 인정해야 합니다. 자신의 ‘영역’은 자신밖에 모르고 상대방의 ‘영역’은 상대방이 이야기하기 전까지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상대방의 영역을 단정짓지 않고, 자신의 영역에 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는 것이 개인의 ‘영역’에 대한 존중의 기본입니다. 상대방의 영역을 자세히 알기 위해서는 본인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방해가 되는 것이 바로 리더의 가치관이나 경험에 바탕을 둔 생각(판단, judgment)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이야기를 들어도 ‘그 사람은 제멋대로야.’라는 선입관이 있는 경우와 ‘그 사람이라면 분명 부득이한 사정이 있을 거야.’라고 생각하는 경우, 그 내용을 받아들이는 방법에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색안경을 벗기 힘들더라도,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수긍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떤 사람의 이야기든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수긍할 수 있는 순간은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만약 수긍할 수 있는 순간을 발견하지 못한다면, “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알려주시겠어요?”라고 더 파고들며 이야기를 들어보면 좋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세히 알려달라는 요청을 받아들이고 더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만약 이야기를 더 들었음에도 수긍할 수 있는 순간이 오지 않는다면, 수긍을 방해하는 자신의 생각(판단)을 내려 놓아야 합니다. ‘나는 올바르다.’는 생각이나 ‘저 이야기는 비상식적이야.’와 같은 생각에 사로잡히지 않도록 애써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자신이 가졌던 색안경의 색이 점점 진해져 ‘아, 그래서 그랬구나.’라고 수긍할 수 있는 순간이 찾아오지 않습니다. 리더 자신이 보기에 올바르다고 생각되지 않더라도, 비상식적으로 보인다 하더라도 괜찮습니다. 구성원의 이야기 중에 ‘아, 그래서 그랬구나.’ 라고 수긍할 수 있는 순간을 찾아낼 수 있으면 됩니다.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는 능력

리더에게는 스스로의 생각을 내려놓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구성원이 마음 편하게 이야기하도록 돕는 최고의 방법은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고 편하게 들어주는 것입니다. 리더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면서도 잘 들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자신의 생각이 순간 순간 말하고 있는 사람의 이야기보다 앞서기 때문입니다. ‘응? 이게 무슨 말이지?, ‘그렇게 일하니까 안 되는 거지.’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이 이야기, 도대체 언제 끝나는 거야?’ ‘왜 이 사람은 이런 생각을 할까?’와 같은 여러 생각이 듣기를 방해하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생각이 든다면 이를 이를 옆에 내려놓고 상대방의 존재에 의식을 집중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는다기 보다 상대방의 존재를 느낀다는 마음으로 듣는 것입니다. 사랑의 마음으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야기를 듣다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내려놓게 됩니다.

 

해결하려는 생각 없이 듣는 능력

리더는 해결하려는 생각 없이 듣는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구성원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때,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고 생각하며 듣는다면 계속해서 답을 제시하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는 소통을 방해하는 요소가 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리더가 답을 제시할 필요가 없습니다. 구성원은 ‘나를 받아들여줬다.’는 생각에 상대방의 마음이 치유되기 때문입니다. 정말로 해결이 필요한 일이라면 신중히 들은 후에 필요한 질문 등을 통해 해결책을 함께 생각해나가면 됩니다. 이 때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와 같은 질문을 통해 구성원이 리더에게 바라고 있는 일종의 ‘역할기대’를 확인하면 됩니다. 해결하려는 생각 없이 이야기를 들으면 서로가 따뜻하고 온화한 기분으로 상대방을 대할 수 있게 됩니다. 신경질적이고, 초조하게 이야기를 듣는 것과는 하늘과 땅 차이인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인정’을 해 줄 때 소통이 원활해집니다.

 

상대방이 안심하도록 배려하는 능력

리더는 상대방이 안심하도록 배려해야 합니다. 무엇인가 이야기하는 때는 기본적으로 ‘자신을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는 신뢰감이 있을 때 숨김없이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신뢰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지 않는다면, 원활한 소통이 이뤄지기 어렵습니다.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을 때 기본적으로 그냥 듣기만 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그리고 이럴 때 말하는 이도 안정감을 느끼고 안심합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자신의 생각을 옆에 내려놓고 상대방에게 집중하며 들으면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따뜻하고 안정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때때로 고개를 끄덕이며 듣고 있다는 것을, 함께하고 있다는 것을 표시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 때, 내용과 상관 없이 끄덕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신의 판단을 바탕으로 맞다고 여겨지는 순간에만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안심하며 이야기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 소통의 핵심 중 하나라 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위와 같은 ‘듣기 능력’을 키워야 합니다. 수긍하는 순간을 알고 수긍해주며, 철저히 자신의 생각을 내려놔야 합니다. 해결하려는 생각 없이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며, 말하는 이가 안심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이렇게 리더가 먼저 들어줄 때, 구성원은 자신이 리더와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이렇게 편안하게 이야기하는 구조가 만들어지면 자연스럽게 공동체 안에서도 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게 됩니다. 소통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이 시기에 문제 없이, 원활하게, 따뜻하며 깊이 있는 소통이 가능한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역량이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 이 글은 『리더를 위한 관계 수업 (21세기 북스, 미즈시마 히로코)의 내용 일부를 발췌 및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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