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825호 - 팀 전체가 리더가 되라
우리는 그동안 조직을
이끄는 리더 한 사람에 주목했습니다. 그러나 불확실성과 복잡성이 심해지며 한 명의 리더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 같은 환경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이 ‘팀 리더십’입니다. 팀 리더십은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I-리더십’을, 팀 전체가
리더가 되는 ‘WE-리더십’으로 전환하자는 것입니다. 이를 기반으로 조직 구성원들이 공동의 실행 목표를 향해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어려운
업무를 수행해 나갑니다. 이때 리더십 역할의 공유는 일방적인 배분이 아니라 팀원들의 자발적인 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잘못이 발생했을 때는
책임의 공유를 강화하는 제도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러한 흐름에는 공유
리더십(shared leadership), 분산적 리더십(distributed leadership), 네트워크 리더십(network
leadership), 관계적 리더십(relational leadership) 등 매우 다양한 개념이 포함돼 있습니다.
1. 팀 리더십이란
무엇인가
팀 리더십은 팀 자체가 리더가 되는(team as a leader) 집단적 현상을 말합니다.
그 핵심 내용은 팀원들의 자발적인 리더십 발휘와 리더-팀원 간, 팀원 상호 간 자유로운 지식과 정보의 교류입니다.
첫째, 팀 리더십은 공유된 리더십입니다. 리더가 행사하는 리더십의 주요 기능을 팀원들이 공유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목표 수립, 업무 조정,
피드백 제공, 몰입 확보, 팀워크 구축 같은 여러 역할을 반드시 한 사람의 리더가 수행할 필요는 없습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영향력(influence)이기 때문에 팀 리더십의 핵심은 영향력이 한 사람으로부터, 일방향으로 행사되는 것이 아니라 리더를 포함한 팀원 모두가
상호 영향력(mutual influence)을 행사하고 그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둘째, 팀 리더십은 분산된 리더십입니다. 리더십의 주요 기능과 역할이 팀원들에게 효과적으로 분산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팀원들이
특정 리더십 기능을 행사하기 위한 지식과 역량을 보유해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보유한 리더십 역량과 지식이 서로 달라야 하고, 누가 어떤
역량을 보유하고 있는지 알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리더십 행사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다툼과 충돌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팀 리더십은 네트워크에 기반합니다. 팀 리더십의 성패는 결국 리더와 팀원, 그리고 팀원 상호 간에 정보와 전문 지식이 효과적으로 교환될
수 있는가, 공식 리더가 그러한 조건을 만들어낼 수 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리더십 역량과 기능을 보유한 팀원들이 업무 관계
이외의 비공식적 네트워크를 통해 효과적으로 연결돼 있어야 합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고 신뢰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면 지식과 정보를
나누려고 하지 않습니다. 특정한 리더십 역할을 발휘하고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2. 팀 리더십이
실행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팀 리더십의 성패는 이렇게 리더와 구성원, 그리고 구성원 상호 간에 목표가 공유되고 지식과
정보가 활발하게 교환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러므로 팀 리더십이 실행되면 공식 리더, 지정된 리더가 필요 없다는 것은 전혀 근거 없는
오해입니다. 오히려 공식 리더는 다음 두 가지 중요한 역할을 성공적으로 완수해야 합니다.
첫째, 팀 목표에 대한 몰입(commitment) 확보다. 팀 리더십을 위해서는 당연히 구성원들이 개인 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집단적
정체성(collective identity)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닙니다. 실제 대부분의 팀 리더십 상황은 업무
일정이 타이트하고, 추상적인 목표만 갖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식 리더는 팀장을 맡으면 즉시 업무와 역할을 나누고 업무수행에 돌입하려 합니다.
그러나 복수의 구성원이 각자 리더 역할을 하고, 책임을 공유하려면 모두가 가치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진짜 목적에 대한 공감과 몰입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공식 리더는 구성원 모두가 받아들일 수 있는 강력한 실행 목표를 제시해야 합니다. 이 실행 목표가 팀 리더십을 촉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모두의 이해관계가 걸려 있어야 하고, 단순하고 구체적이어야 하며, 구성원의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팀 리더십은 1인
리더로부터 다수의 구성원으로 권력이 이동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성원들이 리더십 행사에 필요한 전문성과 역량을 갖고 있더라도 공식 리더가 충분한
수준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를 보장하지 않는다면 실행되기 어렵습니다. 또한 팀 리더십을 위해서는 구성원들이 중요한 정보와
전문성을 갖고 있어야 힙니다.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구성원에게 리더십을 발휘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혼란과 충돌을 야기하고 비효율과 저성과를 낳을
뿐입니다.
3. 팀 리더십 실행상의
문제와 대안
팀 리더십은 복잡하고 불확실한 경영 환경에서 1인 리더십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지만 팀 리더십이라고 완벽할 수는 없습니다. 팀 리더십 또한 잠재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으며 잘못 운영되면 의도치 않게 파괴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리더십 역할의 분배
첫째, 리더십을 팀원들과 공유할 때 리더십 역할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리더의 기능은 크게 업무 관련 역할(task role)과 팀워크 관련 역할(social role)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통적인
리더십 행동 이론은 이를 과업 중심 리더십과 관계 중심 리더십으로 구분합니다. 공식적 리더는 이 두 가지 역할을 모두 팀원들과 공유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이 중 어느 한 역할만 공유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이때 리더십 역할의 공유는 팀원들의 자발적인 주도로 이뤄져야 하며,
공식 리더가 자기 편의에 따라 임의적으로 나눠서는 안 됩니다. 리더가 본인이 하기 싫은 역할, 중요도가 떨어지거나 누구도 선호하지 않는 기능을
일방적으로 배분한다면 팀원들의 저항과 반발에 직면함은 물론 그 결과도 좋지 않을 것입니다.
둘째, 리더십 기능을 구성원과 공유할 때 자연발생적인 공유가 바람직한지, 아니면 인위적인 조정이 적합한 상황인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현재 팀 내에서 비공식 리더 역할을 하고 있는 팀원의 영향력을 그대로 인정하고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팀 미션과 목표를 고려해서 리더가
적극적으로 조정하고 설계할 것인지의 문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공식 리더와 비공식 리더 팀원의 관계가 원만하고 협력적인지, 아니면 대립과
마찰이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상황적 요인을 고려해서 결정해야 할 문제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구성원을 믿고 그들과 함께 가는 것입니다. 리더십의 본질은 공감과 연대에 있다. 세상에서 의미 있는 대부분의 일은 개인들의 자발적인 연대에서
비롯되고 성취됐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연대는 한쪽이 다른 쪽을 지도하는(혹은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 진정한 공감이 있을 때 가능해집니다. 진정한
리더십은 구성원들과의 관계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구성원을 계도하고 이끌려고 하지 마십시오. 변혁을 강요하지 말고, 진정성을 교화하지 말고,
그저 조용히 연결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새로운 경영의 앞날을 열어갈 것입니다.
※ 이 글은 『 동아
비니지스』에 실린 ‘정명호’ 이화여대 경영대학 교수의 글 일부를 발췌 및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