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550호 - 불편하고 피곤한 소그룹, 무엇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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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에서 침묵의 시간이 길어지는 것만큼 리더를 당혹하게 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신만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동분서주하다가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기 일수입니다. 모두가 활발히 대화에 참여하는 소그룹이 되기를 바라는데 왠지 모르게 계속 입을 닫게 되는 불편한 소그룹, 그래서 나만 말하는 것 같은 피곤한 소그룹, 무엇이 문제일까요?

 

침묵과 발언은 독립적인 개념이다

소그룹 구성원들은 보통 할 말이 없을 때나, 자신의 발언이 환영 받지 못한다고 생각될 때 침묵을 선택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침묵이 발생하면 어색함을 느끼고 어떻게든 그 침묵을 몰아내기 위해 의도적인 발언으로 그 시간을 채웁니다. 그러나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등 3개 대학의 공동연구진은 침묵이 줄어드는 것과 발언이 늘어나는 것이 서로 연결된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밝혔습니다. 연구진은 발언과 침묵이 서로 다른 개념이며, 통계적으로도 두 개념의 상관관계는 독립적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발언은 인지된 영향력의 영향을 더 많이 받고, 침묵은 심리적 안전감에 더 많은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발언에 영향을 주는 인지된 영향력이란 말 그대로 자신이 영향력이 있음을 인식하는 수준을 말합니다. 자신이 그룹 내에서 영향력이 있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인식하는 사람은, 발언의 빈도가 높아지게 됩니다. 침묵에 영향을 주는 심리적 안전감은 구성원이 그룹 환경을 위협적으로 인식하는 정도입니다. 자신의 행동이 그룹 내에서 유발할 결과에 대한 걱정과 염려 같은 부정적 감정을 얼마나 느끼는지에 따라 침묵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침묵을 선택하는 상황이 잦아질 경우, 하고 싶은 말을 하지 못해 관계의 번아웃 상태까지도 도달할 수 있습니다.

 

발언을 계속한다고 침묵이 줄어들지 않는다

연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발언을 계속한다고 소그룹 구성원들의 침묵이 줄어드는 것이아니라는 점입니다. 특히 자주 발언을 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관계 속에 심리적 안전감을 반드시 느끼지는 않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그룹 내에 영향력이 있다고 인식하거나, 혹은 실제로 영향력을 끼쳐야만 하는 리더와 같은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자주 발언을 하게 되지만, 발언의 시간이 길다고 해서 심리적 안전감이 있다고 보장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관계에 대한 심리적 안전감이 부족한 상황에서 자신의 영향력에 따라 발언을 자주 하는 상황이 되면, 더 많은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최종적으로 급작스러운 번아웃 현상이 오게 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를 교회 소그룹 환경에 대입해 보면, 평소 활발히 발언하는 것처럼 보였던 소그룹 리더가 갑작스럽게 번아웃 되어 침묵하고 연락이 끊어지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건강한 소그룹을 세우기 위해 발언과 침묵이 인지된 영향력과 심리적 안전감이라는 서로 독립적인 심리적 기제에서부터 나온다는 것을 인지하고, 구성원들이 활발히 대화에 참여하면서도 번아웃 되지 않는 소그룹을 만들도록 두 심리적 기제를 모두 충족시킬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발언과 침묵의 문제를 함께 해결하려면

먼저 활발한 발언을 위해서 각 구성원의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해야 합니다. 각 구성원에게 그들이 잘 할 수 있는 역할을 맡기고, 그 역할을 수행할 때 마다 적극적인 칭찬과 격려가 주어져야 합니다. 소그룹 리더가 있다 할지라도 소그룹 사역에 필요한 역할들을 적절히 분배하고 제시하여야 합니다. 주의할 점은 기계적으로 사역을 맡겨서는 안됩니다. 잘 하지 못하는 영역을 억지로 떠맡게 되는 경우, 오히려 더 큰 스트레스와 불안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침묵을 줄이려는 노력 보다는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태도가 강조되어야 합니다. 침묵은 내가 말을 하지 않아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남의 이야기를 충분히 잘 들어주지 않아서 생긴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합니다. 소그룹 구성원 모두가 상대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음을 표시하는 눈맞춤, 추임새 넣기, 관련된 질문하기, 추후에 관련된 안부를 묻기 등 경청의 기본 태도를 갖추도록 훈련하여야 합니다. 이미 이러한 태도를 갖춘 사람도 있지만, 훈련이 필요한 사람이 많습니다. 특별히 소그룹 리더가 이러한 태도를 의식적으로 강조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효과적이며, 필요한 경우 개별적으로 이러한 태도에 대한 지침을 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말하는 사람만 말하는 소그룹, 또는 말은 많이 했는데 기쁨과 감사보다는 피로감만 남는 소그룹을 탈피하여, 모두가 적극적으로 발언하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튼튼한 소그룹을 세워가시길 소망합니다.

 

※ 이 글은 『심리적 안전감만으론 적극적인 발언 보장 못해』 김명희(인피니티코칭 대표), 동아비즈니스리뷰, 321(2021 05 Issue 2) 내용 일부를 발췌 및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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