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541호 - 마음을 여는 ‘듣기’의 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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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때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평불만을 넘어 좌절과 낙담, 우울의 감정들로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때 소그룹 리더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할까요? 사람들이 불평을 쏟아낼 때 “그러게 말이야, 나도 죽겠다.”라고 대꾸하는 ‘나도야 유형’을 써야 할까요?, 아니면 “미안하다 내가 도와줄 게 없네.”라고 말하는 ‘미안해’ 유형으로 나가는 게 좋을까요? 그게 아니면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반응하는 ‘해결사’ 유형으로 나가야 할까요?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것을 자신의 짐으로 받아들이거나 해결하기 위해 대신 애쓰기 시작하면 듣기 자체가 어려워집니다. 그러므로 공감을 다해 들어줄 때는, 상대를 돕기 위해 문제해결 방안이나 부탁을 들어주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보다 상대방이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해결이 필요한 상황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그다음입니다. 다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고,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진심을 끌어올리는 듣기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듣기의 기술은 ‘3F’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기억해야 할 세 가지 포인트를 정리하면서 각각의 기술을 별개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함께 사용하는 게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킵니다.

사실 듣기(Fact)

사실 듣기란 상대가 말한 내용을 정리하며 듣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보기 좋게 디자인하여 전달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 했다가 저 이야기로 건너뛰기도 하고, 과장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이 사실 듣기입니다. 상대방이 들려주었던 장황한 내용을 짧게 한두 문장으로 정리하여 다시 들려주는 기술입니다.
예를 들어 불평하는 지체 앞이라면, 이렇게 말해줄 수 있습니다. “계속되는 야근이나 작업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다는 말이지?” 이때 자의적인 해석을 붙여서 말하기보다 상대가 말한 표현 그대로 말하는 게 좋습니다. 사실 듣기를 중간중간 사용하면, 상대방도 ‘내 이야기를 제대로 듣고 있구나.’하고 안심합니다. 그리고 맥락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대화가 흘러가는 것을 미리 방지할 수도 있습니다. ‘아 내가 그렇게 말했나? 사실은 이런 뜻이었는데.’ 하며 방향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하고, 공감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감정 듣기(Feeling)

감정 듣기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하여 말로 표현하는 것을 말합니다. 모든 사건과 상황에는 감정이 숨어 있습니다. 감정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1차적인 감정, 즉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직관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직면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합니다.
이때, 듣는 사람이 상대가 보여주는 눈빛, 표정, 목소리, 자세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감정을 읽어내고 적절하게 대응하면 비로소 숨어 있던 감정이 밖으로 나오게 됩니다.
“그동안 많이 지치고 서운했겠어.”
계속되는 야근과 부당한 대우에 힘들어하는 지체들을 참을성 없는 사람으로 보지 않고 그 속에 숨어 있는 서운한 마음을 알아본 후 이렇게 반응한다면 지체의 마음은 어떨까요? 아마 상대방이 콕 짚어준 자신의 감정을 마주하면서 비로소 진짜 위안을 받은 기분을 느낄 것입니다. 일상 속에서 대부분의 우리는 느끼지 않고 생각합니다. 문제를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것에는 익숙해 하면서 느끼고 음미하는 것에는 어색해 합니다. 사람 대 사람으로 연결되고 싶다면 이 감정 듣기를 충분히 잘 활용해야 합니다.

핵심 듣기(Focus)

핵심 듣기란 말하는 사람이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실은 알아주었으면 하는 속마음이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며 듣는 것을 뜻합니다. 사람들은 사건 자체가 불러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돼 그 너머에 있는 본심을 챙기지 못합니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습니다. 잘해보고 싶었던 긍정적인 의도가 있었기에 실망이나 서운함 같은 감정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가졌던 기대나 목적, 의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순간의 감정에만 매몰됩니다.
“어떤 기대를 가지고 있었던 걸까?”
“그가 정말 해내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감정들을 해소하라면 감정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길을 새롭게 내줘야 합니다.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로의 방향을 틀어주는 것입니다. 그렇게 길을 새롭게 내는 작업이 바로 핵심 듣기입니다. 핵심 메시지를 잘 찾아서 적절한 반응을 해주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말이 멈춥니다. 더불어 새로운 기대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속에 긍정적인 의도를 갖고 있습니다. 열심히 살고 싶고, 주어진 것들을 잘 해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다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 마음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도록 알아봐 주는 것입니다.

칼 로저스는 경청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깊이 있게 듣는다는 것은 단어나 생각, 감정, 개인적인 의미,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 밑에 깔려 있는 의미까지 듣는다는 뜻이지요. 때때로 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 속에서 그 사람의 겉모습 아래 깊이 파묻혀 있는 인간적인 절규를 듣기도 합니다.”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발굴하듯이, 탐험하듯이, 채집하듯이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집중력과 노력과 세밀한 기술이 필요합니다. 마음을 여는 세 가지 듣기(사실 듣기, 감정 듣기, 핵심 듣기) 기술을 갖추고자 노력함으로 우리의 말그릇도 점점 커져가게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글은 『 말그릇』(김윤아, 카시오페아)의 내용을 일부 발췌 및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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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말그릇

나와 가장 잘 어울리는 말을 찾아내 나답게 말하자!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자신의 말 그릇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고 어떻게 하면 나의 말 그릇을 보다 단단하고 깊이 있게 만들 수 있는지 알려주는 『말 그릇』. SK, LG, 삼성을 비롯한 수많은 기업과 개인 코칭을 해온 코칭심리학자 김윤나가 이와 같은 경험을 통해 얻은 말에 대한 근본적인 성찰을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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