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484호 - ‘나’와 ‘우리’의 역할이 공존하는 소그룹
두 가지 1인칭 인칭대명사
자기 자신을 가리킬 때 쓰는 1인칭 인칭대명사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나’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입니다. 그 중에서도 ‘우리’라는 표현은 일상에서 자주 쓰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사람들은 ‘우리’라는 표현을 아주 좋아합니다. 그래서 ‘나’라는 표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황에서 ‘우리’를 사용합니다. 자신의 배우자를 ‘우리’ 남편 또는 ‘우리’ 아내라고 부르거나, 혼자 사는 사람이 자신의 집을 ‘우리’ 집이라고 부릅니다.
사소해 보이지만, ‘나’와 ‘우리’는 아주 큰 차이를 가지고 있습니다. 단수인 ‘나’는 주로 개인적인 관점에, 복수인 ‘우리’는 공동체적인 관점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습니다. 심리학 연구 결과들을 따르면, 개인적인 관점이 강해지면 ‘무언가 좋은 것을 추구하는 것’에 집중하게 됩니다. 반면, 공동체적인 관점이 강해지면 ‘무언가 좋지 않은 것을 피하거나 예방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같은 1인칭 인칭대명사여도 어떤 표현을 쓰느냐에 따라 관점이 달라지고 메시지가 달라지는 것입니다.
‘나’ 보다는 ‘우리’를 쓰는 사회
우리는 어떤 대상에 대한 소유권을 명확하게 지닌 상황에서도 ‘나’를 잘 쓰려 하지 않습니다. 무례하거나 거만해 보이기 때문입니다. ‘My’ 또는 ‘me’를 주로 쓰는 미국과 유럽의 문화와는 대조적입니다.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지 않도록 ‘우리’에 자신을 포함시켜 희석시키는 겸손을 보입니다. 일터나 사회에서도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며, 개인의 능력보다는 팀워크를, 개성보다는 협동을 강조합니다. 그러다 보니 자신을 드러내고 개인적인 능력을 발전시키는 일을 간과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교회 내 소그룹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리’라는 공동체성을 강조하다 보니, ‘나’라는 개인의 목소리를 무시하게 됩니다. 교회와 소그룹 공동체의 목표를 지나치게 부각하다 보니, 한 영혼에 대한 소중함을 잊어버리게 됩니다. 결국 소그룹은 역동성을 잃어버리고, 인도자를 따라 움직이는 수동적인 공동체가 됩니다. 이렇게 되면 창조적인 사역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나’와 ‘우리’를 지혜롭게 사용하라
지혜로운 소그룹 리더는 소그룹 구성원들을 ‘나’로 구분해 줄 때와 ‘우리’로 묶을 때를 구분합니다. 소그룹 구성원들이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전하고, 소그룹 안에서 역동적인 나눔이 일어나게 하려면, ‘나’를 강조해야 합니다. 개인의 의견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입니다. ‘나’에 초점을 맞추다보면, 개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깊게 나누게 됩니다. 그리고 소그룹 구성원 개개인이 심도 있는 자기성찰을 바탕으로 발전을 도모하게 됩니다. 또한 소그룹 내에서 창의적인 사고가 가능해지고, 미래지향적이며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기 쉬워집니다.
반대로, 소그룹이 구체적인 목표를 따라 한 방향으로 정렬되어 움직이며, 사역을 유기적으로 감당하게 하려면, ‘우리’를 강조해야 합니다. 교회가 사역을 힘 있게 감당하게 하도록 공동체성을 부각시키는 것입니다. ‘우리’에 시선을 고정하게 되면,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었던 일을 공동체가 함께 이루는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하는 한 몸 된 교회로서 맡은 사역들을 제대로 감당할 수 있게 됩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추진력을 한결 수월하게 얻기 위해서는 ‘우리’를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두 가지 모두 필요하다
소그룹은 ‘나’와 ‘우리’의 사고를 모두 필요로 합니다. 개인의 깊은 나눔을 위해서는 ‘나’를 사용하고, 공동체의 발전과 사역의 진행을 위해서는 ‘우리’를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소그룹 안에서 생각은 ‘나’가 하고, 실행은 ‘우리’가 하도록 책임을 나누어 주십시오. 창의적인 사고가 이루어지고, 사역이 원활히 이루어지는 역동적인 소그룹 현장이 될 것입니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고 상황에 맞게 ‘나’와 ‘우리’를 사용할 때, 각 소그룹이 활력을 얻을 뿐만 아니라, 교회 전체가 유기적인 생명체가 되어 영적 재생산을 일으키는 아름다운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이 글은
『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김경일, 진성북스) 중 일부를 발췌, 각색한 것입니다.
도서소개
이끌지 말고 따르게 하라
이 책은 인간 사이의 소통과 리더십에 관한 지난 수십 년 동안의 다양한 연구 결과들을 종합한 보고서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와 소통에 관해 말해주는 훨씬 더 작고 구체적인 과학적 메커니즘을 밝혀내려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그리고 리더로서 조직과 직원을 성공시키기 위해 어떤 존재가 되어야 하는지, 그 바람직한 모습을 인지심리학으로 재미있게 풀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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