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문제의식은 보다 나은 리더십을 위한 필수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문제의식을 갖지 않으면 조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심지어 삶이 공허해지기도 합니다. 개인이나 조직 그리고 한 사회가 삐거덕거리는 것은 문제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그러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리더는 문제의식을 갖고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선 안경을 벗어버리는 발상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의식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오늘은 리더의 이런 면을 살펴보기 위해, 우리 사회의 한 기업이 보여주고 있는 일명,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리더십’에 대하여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삼성 출신인 황영기 사장이 우리은행 행장으로 영입된 후 그 은행의 간부를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간부는 신임행장의 끊임없는 질문에 혀를 내두를 지경이라고 울상을 지으면서 입사 이후 그런 교육을 처음 받아 본다고 했습니다. ‘지금 문제가 무엇인가’ ‘그 문제는 왜 생겼다고 보는가’ ‘대책은 어떤 것들이 있는가’ ‘또 그 대책을 시행하면 미래엔 어떤 문제가 생길 것인가’ 등으로 꼬치꼬치 따지는데 끝이 없었던 것입니다. 이는 황영기 은행장이 고 이병철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본받았기 때문입니다.
이병철 회장은 부하들에게 질문공세를 펴기로 유명했습니다. 이 회장은 임원들에게 질문을 함으로써 간부들이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그런데 이 회장은 간부들에게 질문을 할 때 먼저 자신이 철저히 준비를 했다고 합니다. 그저 지나가는 길에 툭 던지는 “별일 없어?” 등 이런 식으로 묻지를 않았습니다. 이 회장의 질문은 구체적이고 항상 문제 중심이었습니다. 비서진들이 올린 각종 보고서를 보고, 그 회사의 문제가 무엇인지 특히 앞으로 나타날 문제가 없는지 있다면 무엇인지 항상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여기에 성이 차지 않으면 그는 비서진에 지시를 내려 현재 각 회사의 운영과 관리 등의 문제점을 철저히 조사해서 질문을 만들어 냈습니다. 이 회장의 질문은 내용에 있어서만 아니라 질문의 수준이나 강도 또한 높아 냉혹하기가 이를 데 없었던 모양입니다.
이 회장은 자신의 질문에 대한 간부들의 대답을 들으면서도 체크를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평소에 문제를 직접 공부하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아니면 부하들이 보고한 내용을 앵무새처럼 되풀이 하는지를 세밀히 살폈고 이를 평가해 인사에 그대로 반영했습니다. 이 때문에 질문에 대답을 제대로 못하면 몇 번이고 다시 묻고 그래도 안 되면 얼마간 시간적인 여유를 주고 난 후 다시 불러서 질문을 합니다. 말하자면 평소 문제의식을 갖고 문제 파악을 제대로 한 경우엔 잘 넘어가고 평가도 제대로 받겠지만 그러하지 못한 경우는 재시험을 칩니다. 이런 재시험의 경우는 대개 점심식사를 하면서 진행됐기에 한때 삼성에서 ‘마의 오찬’이란 말이 간부들 간에 돌았을 정도입니다.
이 회장의 질문 공세는 결국 간부들 뿐만 아니라 삼성 전 직원들을 긴장시키고 문제를 정의내리고 그것을 철저히 분석하면서 업무에 접근하는 삼성문화를 만들어 냈습니다. 삼성 임원들은 회장의 수시 시험에 합격하기 위해 평소 나름대로 통찰력을 키우고 부하들을 대상으로 끊임없이 호암처럼 질문을 날렸습니다. 여기에 직원들도 항상 연구하는 업무태도가 자연스럽게 길러진 것입니다.
부친의 리더십을 이은 이건희 회장도 이런 경영스타일을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에세이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에는 여러 군데서 리더의 문제의식을 지적합니다. 이 회장은 초일류기업이 되려면 앞일을 예측하고 거기에 맞게 준비하는 ‘문제 정의형’ 기업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리더는 미래의 문제점을 예측하고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반면에 이미 발생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급급한 기업을 ‘문제 해결형’ 기업으로 규정했습니다. 이는 결코 일류기업이 될 수 없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발생한 문제 해결에만 매달리는 사람은 리더가 될 수 없습니다. 그는 단지 관리자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목회 현장은 분명히 삼성과 같은 일반기업처럼 그렇게 냉혹하게 문제를 처리하거나 해결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기업과는 다른 차원에서 목회현장은 언제나 동일한 수준의 문제가 발생하곤 합니다. 이런 삼성의 리더십을 보면서, 이제 한 교회를 이끌고 있거나 한 소그룹을 이끌고 있는 우리는 어떤 리더십을 가지면 좋을까요? 문제를 바라보면서 그것을 정확하게 정의를 내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하며 미래를 예측해 나가는 ‘문제 정의형’인지, 아니면 그저 한주한주 닥쳐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문제 해결형’ 리더십을 가지고 있는지 깊이 고민하며 반성해 보는 한주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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