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581호 - 반영조직으로서의 소그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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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꿈꾸는 세상은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꿈꾸는 소그룹의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우리는 소그룹을 조금 더 좋게 만들 수 있고 모두 그런 노력을 하고 있지만, 쉽게 그렇게 되지는 않는 현실을 발견합니다. 소그룹의 고전적인 문제는 구성원의 목적과 소그룹의 목적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구성원은 인간으로서 가진 본연의 자유를 늘 누리려 하고 소그룹은 만들어진 목적을 달성하려는 의지를 지닙니다. 이 둘이 일치하지 않을 때 문제가 발생합니다.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만 있다면 구성원도 좋고 소그룹도 좋은 ‘윈윈(win-win)’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입니다. 소그룹 구성원들이 즐거워서 참여하고, 대화하고 보람을 찾으며, 소그룹과 구성원이 일체가 되는 로망이 실현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인간의 두 가지 속성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싶어합니다. 누구나 가고 싶은 곳에 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사고 싶은 것을 살 수 있는 자유를 원합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다는 자유는 인간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며 행복의 근원입니다. 그러나 이 자유는 종종 타인에 의해 방해받곤 합니다. 두 사람 또는 여러 사람의 자유가 충돌한다든지, 한 사람의 자유가 다른 사람의 자유를 가로막을 때 이러한 방해가 생기는 것입니다. 혼자서 살 수 있다면 충돌이 생겨날 일이 없겠지만 사람은 필연적으로 타인과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여기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문제, 즉 ‘인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동시에 인간은 누구나 성취를 원합니다. 공부를 잘하거나, 일을 잘하거나, 대회에서 우승하거나, 착한 사람이 되거나, 멋진 사람이 되는 등 다양한 성취를 원합니다. 소극적으로는 자신이 겪고 있는 고통을 줄이는 성취일 수도 있고, 적극적으로는 당장의 쾌락을 얻는 것, 재물, 권력이나 명예를 쥐어 보려는 것, 혹은 의미를 추구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성취일 수도 있습니다. 그 어떤 것이든 성취는 지금보다 나아지는 것을 지양합니다. 인간으로서 자신이 더 훌륭한 사람이 되거나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보다 바람직하게 만들려는 것, 사람들은 늘 그러한 성취를 통해 지금보다 나아지려 합니다.


두 마리 토끼, 성취와 협력

사람들은 더 큰 성취를 위해 타인과의 협력을 시도합니다. 길가에 놓은 커다란 바위를 옮기는 일처럼 일시적으로 모여 협동하거나, 큰 사역을 하는 것처럼 지속적인 협력을 위하여 공동체를 만듭니다. 또는 이미 만들어진 소그룹의 일원이 되기도 합니다. 혼자서 이룰 수 없는 큰일을 공동체에서는 타인과의 협력으로 이뤄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집을 짓거나 다리를 놓거나 TV를 만들고 우주선을 띄우는 등 인간이 이룩한 대부분의 성취는 개인보다는 공동체가 이뤄낸 것들입니다. 공동체는 그 협력의 지속적으로 체계적인 형태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사는 것은 녹록하지 않습니다. 작은 단위의 소그룹도 마찬가지입니다. 우선 소그룹의 성취가 반드시 나의 성취로 연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더 많은 성취를 위해 협력을 선택하고 소그룹의 구성원이 되어 보지만, 그 소그룹이 이뤄낸 성취는 내 것이 되지 않을 때가 발생합니다. 게다가 나는 상당한 양의 자유까지 포기해야 합니다. 그렇다보니 성취와 협력이 조화를 이루는 것은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것 같이 불가능해 보일 때가 많습니다.


반응조직(Reflecting Organization)

반영조직(Reflecting Organization)이란 ‘구성원들의 의지가 소그룹의 의사결정에 늘 반영되는 조직’을 말합니다. 구성원 각자의 의지가 반영되는 과정을 통하여 그들의 자유와 성취가 실현되고 창의와 열정과 협력이 넘쳐흐르는 멋진 장소가 바로 ‘반영조직’입니다. 이렇게 될 때 구성원들은 공동체 안에서 자아를 실현하고, 소그룹은 목적을 온전히 달성하게 됩니다. 반영조직의 핵심은 구성원의 의지가 반영되는 것입니다. 리더의 의지만 중시되고 리더에 의하여 주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조직이 아니라, 구성원의 의지에 따라 구성원이 의사결졍의 주체가 되는 것입니다. 구성원의 의지가 반영되기 때문에 구성원의 자유와 의지가 실현되고 구성원의 성치과 소그룹의 성취와 일치됩니다.

하지만 소그룹이 반영조직이 되는 것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소그룹 안에는 구성원이 한 두 사람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 사람의 의지를 하나로 묶어내기는 쉽지 않습니다. 어떤 구성원 한 사람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은 다른 사람의 의지를 무시하는 결과가 될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구성원의 의지가 선의가 아닌 악의에서 출발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이기심과 기회주의적 발상으로 의견을 내는 경우, 이를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일은 자칫 소그룹 전체에 해가 될 수도 있게 됩니다. 또한 경험과 지혜가 있는 리더의 의견을 포기하는 것이 정당한 것인가도 고민할 수밖에 없는 부분입니다. 결국 다수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지도 못하고 악의적인 의지를 처리하지도 못한다면, 반영조직은 비록 근사해 보이지만 취약한 조직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반영조직은 구성원의 의지가 존중되어야 한다는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구성원의 의지를 하나로 모으는 과정을 잘 알고, 그 과정에서 높은 효율을 내는 도구와 기술을 가진 조직입니다. 그 핵심 도구와 기술이 없다면 조직은 결정을 내리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할 것이며, 조직 전체의 효과성도 낮아질 것입니다. 그러나 반영조직은 의지와 의견을 모으는 기술에 탁월하고, 이를 통하여 창의와 열정과 협력을 만들어냅니다. 소그룹은 바로 이런 반영조직이 되어야 합니다. 이렇게 반영조직으로서 소그룹이 역동성을 가지고 목적을 이뤄가기 위해서는 소통과 반영이 필요합니다.


소통이라는 반영

최근 수년 동안 “소통”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에서 유행어처럼 자주 쓰는 말이 되었습니다. 소통이 잘 되어서가 아니라, 오히려 잘 되지 않기에 자꾸 강조하게 된 것입니다. 소통은 우리 사회와 조직의 큰 화두가 되고 있습니다. 소통은 정치에서도 자주 등장하고 있지만, 조직의 문제나 공동체의 문제를 다루는 데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습니다. 소통이 조직의 문제를 해결하는 핵심 요소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안타까운 일은 수많은 공동체장, 정치인, CEO, 지역 리더, 임원, 팀장들이 리더의 자리에서 소통을 강조하고 이를 증진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좀처럼 소통은 증진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구성원들 역시 늘 소통을 갈구하고 또 이루려는 노력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소통은 어렵고 우리 공동체가 풀어야 할 가장 큰 숙제로 남아잇습니다.

소통은 단순히 통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이해하는 것을 넘어섭니다. 소통은 같은 느낌을 가지는 공감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느낌이 듭니다. 이 시대에 우리가 말하고 있는 소통의 본질은 ‘반영’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영이란 ‘타인의 의지에 의하여 그 의지한 방향으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말합니다. 소그룹의 경우에는 ‘구성원의 의지에 의하여 그 의지에 따른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의견이 조직에 반영되었을 때, 즉 어떤 후속 변화가 일어났을 때 사람들은 소통이 된다고 느낍니다. 이는 성취와 관련됩니다. 어떤 변화도 없다면 성취도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해를 증진하거나, 공감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소통의 증진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이해나 공감을 넘어 구성원의 의견이 결정 및 후속 행위에 반영되도록 해야 비로소 소통이 증진됩니다. 이해나 공감은 소통의 전제조건일 뿐 소통의 본질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구성원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것을 ‘수용’이라 하며, 구성원 각자의 의견들을 절충해서 반영하는 것을 ‘합의’라 합니다. 이렇게 수용 혹은 합의를 하면 ‘결정’이 이루어지게 되는데,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어떤 후속 행위, 즉 실행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따라서 반영의 일반적인 형태는 구성원의 의견이 실행에 적용되는 것으로 나타납니다. 다시 말하면 구성원 개개인의 의견이 결정에 미치는 0%에서 100% 사이의 영향을 반영이라고 할 수 있습니. 그러므로 소통의 본질은 ‘반영’이고, 반영은 구성원의 의견이 어떤 변화를 가져오도록 영향을 미치는 것인데 그 일반적인 형태는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그 결정이 실현되어 바라던 변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점이 반영조직의 핵심입니다. 반영조직은 구성원 간에 소통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조직이고, 그 소통이란 바로 구성원의 의지가 조직의 의사결정에 반영되는 것을 뜻합니다. 이 과정은 또한 구성원의 자유와 성취가 조직을 통해서 실현되는 과정이 됩니다. 구성원의 의지가 잘 반영되면 조직에서는 창의와 열정과 협력이 살아납니다. 한 사람에게는 성공적인 소통이 다른 사람에게 불통이 되는 소통의 실패를 해결하려면, 서로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반영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반영의 기술에 의한 소통의 실현은 많은 사람들의 답답하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고 또 예방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반영조직의 실현기술


1. 발언의 공포 제거

반영조직은 구성원의 의지를 조직의 의사결정에 늘 반영하는 조직이므로, 구성원의 의지가 어디에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반영의 출발입니다. 따라서 반영조직에서 리더의 역할은 구성원들의 발언을 촉진하고 그 발언에 늘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많은 리더는 반영을 하고 싶어도 구성원들이 발언하지 않는다는 불만을 품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작 구성원들은 발언의 공포로 인하여 발언을 못 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이 발언의 공포는 대체로 리더가 조성한 것입니다. 말했다가 의견이 대립하였거나 자신의 의견이 무시당한 경험을 가진 구성원은 리더 앞에서 발언을 자제하고 입을 다뭅니다. 따라서 반영 리더는 구성원들이 가지는 발언의 공포인 심리적 장벽을 제거하여, 자유롭고 편하게 발언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주는 사람이어야 합니다. 발언의 공포에 대하여 상대적으로 약자라 할 수 있는 구성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용기를 내는 것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그 용기를 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용기 내는 일을 구성원에게만 맡겨두어서는 안 됩니다. 리더는 적극적으로 발언의 안전한 환경을 제공해 주어, 발언의 공포를 제거해 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발언의 공포는 주로 강자인 리더가 조성했기 때문입니다. 구성원이 마음 깊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리더가 자신의 말을 들어주는 것입니다.


* 발언의 공포를 제거하기 위한 해결책

+ 어떤 발언도 도움이 되는 것임을 설명한다.

+ 발언이 편해지도록 자유분방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 발언자로부터 도움을 얻으려는 태도와 표정을 보여준다.

+ “모든 의견은 동등하게 귀중하다.”라는 문구를 게시한다. 이를 설명하고 실천한다.

+ 발언한 내용이 정당하고 귀중하게 사용된다는 것을 알린다.

+ 발언에 비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다.

+ 발언을 정리할 시간을 주고 발언할 때까지 기다린다.

+ 발언 내용을 기록한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발언한 대로 기록한다.

+ 발언 내용을 반복하여 정확히 듣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2. 질문과 경청

말하지 않는 구성원에게 말을 거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질문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때에도 많은 사람들은 질문을 해도 상대방이 대답하지 않는다며 답답해합니다. 그러나 이 경우 질문자는 자신의 마음을 잘 들여다볼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을 할 때 잘못을 지적하려 하지는 않았는지, 상대방이 무엇을 잘못했으며 얼마나 바보 같은지를 알려 주려 한 건 아닌지를 살펴야 합니다. 만약 그런 마음으로 질문했다면 그것은 단지 의문문을 사용한 것일 뿐 질문한 것이 아닙니다. 의문문을 사용하여 자신의 의지를 전달하거나 상대방을 가르치려 한 것은 질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질문은 상대방의 의견을 구하는 것이지, 나의 의견을 설명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이것이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입니다. 질문을 하려면 ‘진짜로’ 물어야 합니다. 오만가지 생각의 질책과 책망을 하려는 마음을 숨겨두고 근사한 사람처럼 보이기 위하여 질문을 던지는 것은 겉모양만 질문이지 진정한 질문이 아닙니다. 질문을 할 때는 진정으로 구성원으로부터 답을 찾겠다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정말로 물었다면 경청은 자연스러워집니다. 반영조직은 구성원의 의견을 의사결졍에 반영하는 조직이므로, 리더가 구성원의 의견을 경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구성원에게 답이 있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그 답을 찾기 위하여 질문하고, 그 질문에 대한 대답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당연한 결과입니다. 이러한 질문과 경청은 구성원들이 자유와 성취를 실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며, 그 결과 구성원들은 자발성과 주인의식을 가지게 됩니다.


* 효과적인 질문들

+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을까요?

+ 그렇게 하면 어떤 좋은 점이 있나요?

+ 그 일에 대하여 걱정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요?

+ 상대방은 어떻게 생각하나요?

+ 또 다른 이유는 무엇인가요?

+ 어떻게 극복할 수 있나요?

+ 무엇이 필요한가요?


서로의 의지와 희망을 진정으로 묻고 그것을 실현해 갈 수 있도록 진정으로 돕는 조직이 많아질 때 조직과 공동체가 성숙해집니다. 반영조직은 그것을 실현하는 조직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인류는 개인이나 조직 할 것 없이 오랜 시간 동안, 의식주, 안전, 질병, 오락, 만족, 행복 등 인간의 많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끊임없는 노력을 기울여왔습니다. 때로는 경쟁과 승리를 통해, 때로는 협력과 화해를 통해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한정된 자원을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하는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대립과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그 대립과 갈등은 승패의 방식만이 아니라 승승의 방법으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반영조직은 바로 그 승승의 방법을 조직에 도입한 모습입니다. 성취와 협력이 동시에 일어나기 위해 소통이라는 반영이 일어나게 하며, 이를 위해 발언의 공포를 제거하고 질문과 경청을 사용해야 합니다. 이렇게 할 때 소그룹은 반영조직이 되어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소그룹 안에서 구성원이 자아를 실현해 나가며, 소그룹 공동체와 소그룹 구성원이 함께 상생을 실현하는 아름다운 일이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반영조직』(구기욱, KOOFA BOOKs) 중 일부를 발췌, 각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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