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515호 - 소그룹리더는 “조정자”가 되어야 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불가피하게 갈등이 발생하게 마련입니다. 당사자들의 문제이지만, 리더는 해결을 도울 책임이 있습니다. 소그룹 내의 갈등 역시 인원이 적은 만큼 더욱 치명적이므로, 소그룹에서는 갈등을 잘 푸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갈등을 두고 자신이 결론을 내려 재판관의 역할을 하는 리더가 있고,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잘 하라고 내버려 두는 리더도 있습니다. 두종류의 리더 모두 갈등을 적절히 대처하는 것이 아닙니다. 리더는 “조정자”가 되어야 합니다.
HSG(휴먼솔루션그룹)의 최철규 대표는 “조정자”란 갈등 당사자들의 화해 결정을 유도하면서도, 당사자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했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 즉 갈등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느끼도록 하는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중요한 이유는, 당사자들이 문제 해결 과정에 참여했다고 생각할 때 결과를 받아들일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당사자들이 해결책을 내놓도록 자극하는 사람, 그것이 조정자의 역할입니다.
그렇다면 조정자가 되기 위해 소그룹 리더가 우선 점검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요? 최철규 대표는 조정자가 내려놓아야 할 편견과 조정자가 이해해야 할 조정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조정자가 내려놓아야 할 세가지 편견
첫째, 절차상의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조정자가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만남 시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공평’을 이유로 공식적인 약속시간, 특정한 시간만을 고수한다면, 갈등 당사자들은 상대에게 더 유리한 시간을 잡는 것이 아닌가, 조정자가 이미 상대 편을 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오해를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공식적인 시간은 ‘리더가 가능한 시간’이 될 때가 많습니다. 대부분 소그룹 시간은 리더의 시간을 고려하여 설정되기에, 절차적 중립성을 이유로 갈등해소의 시간 역시 이렇게 설정한다면 조정자로서의 첫 단추부터 잘못 꿰는 것입니다. 소그룹 시간만이 유일한 조정의 시간이 아닙니다. 리더의 편의에 의한 것이 아닌 당사자가 필요로 할 때 만나주는 것, 그것이 성공적 조정을 위한 기본입니다.
둘째, 해결책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바둑이나 장기에서 훈수를 둘 때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것처럼, 조정자가 되면 당사자들보다 더 많은 해결책이 떠오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갈등 당사자들의 의견보다는 무의식중에 본인이 좋다고 여기는 답으로 끌고가려는 생각이 생깁니다. 조정자는 자신의 뇌리에 떠오르는 해결책이 “내 해결책이 더 좋다”는 편견에 의한 것이 아닌지 끊임없이 점검해야 합니다.
셋째, 사람에 대한 편견에서 자유로워야 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조정자는 양측 당사자에 대한 평소의 편견을 가지고 조정할 수 없습니다. 상대에 대한 나의 감정적 개입을 최소화 하는 것이 조정을 위해 필요합니다. 평소 나와 더 자주 소통하던 소그룹원의 이야기를 더 들어준다면, 소그룹을 위해 건강한 조정을 할 수 없습니다.
조정자가 이해해야 할 네가지 단계
조정자 자신이 세 가지 편견을 내려놓고 준비되었다면, 실질적으로 조정을 어떻게 진행해 나가야 할까요? 효과적인 조정의 절차는 다음 네 단계로 구분됩니다.
먼저, 이해 관계자를 명확히 찾아야 합니다. 갈등의 당사자가 때로는 단 두사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여러명이 얽힌 문제일 경우, 이 문제를 변화시킬 힘,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 누구인지를 정확히 고르는 것, 그것이 조정 과정의 출발입니다.
다음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해야 합니다. 제대로된 조정을 하려면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사실만 가지고 이야기해야 합니다. “시끄럽다”는 표현은 사실이 아니라 개인적 판단입니다. 그러나 측정결과 90데시빌의 소음이 있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관계를 명확히 하는 것이 조정의 기본입니다.
셋째, 대안을 개발해야 합니다. 소그룹 갈등은 대부분 정서적인 것입니다. 서로에게 다른 가치관과 우선순위가 있기에 상대의 발언과 행동이 자신의 우선순위를 건드려 발생하는 일입니다. 이럴 때 각자가 어떤 부분에 있어 기분이 상했는지, 어떤 선이 지켜지길 원했는지 확인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여러가지 문제의 쟁점이 된 행동과 발언을 두고, 특별히 각자가 “꼭 지켜야 하는 것”과 “양보할 수 있는 것, 인정할 수 있는 것”의 우선순위를 정해, 각각의 우선순위에 따라 인정할 것과 사과할 것, 앞으로 주의할 것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도울 수 있습니다.
넷째, 실행을 점검해야 합니다. 사과를 하기로 결정했다면 현장에서 사과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같은 발언을 주의하거나, 비슷한 행동을 고치기로 결정한 미래지향적 결정이라면, 소그룹 상황에서 리더가 지속적으로 지켜보며 점검할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이 좋습니다. 건강한 모습으로 소그룹 내에서 이를 공지하고 함께 지키자고 독려하는 모습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조정자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같은 조정절차를 밟더라도 평소 리더에 대한신뢰도가 조정의 성공도에 영향을 미칩니다. 평소 소그룹원들에게 신뢰를 받는 사람이 되고자 노력하는 리더가 되십시오. 때로는 절차보다 리더 자신의 신뢰도가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갈등, 스스로 해결했다 믿게하라 좋은 리더는 '숨은 조정자'다』 (최철규, 동아비즈니스리뷰 140호, 2013년 11월 Issue1) 내용을 정리, 각색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