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781호 - 칼뱅에게 기도를 배우다
E.M. 바운즈는 기도는 사역자의 가장 강력한 무기이며, 기도는 그 자체가 막강한 힘으로서 모든 것에 생명과 힘을 불어넣는다고 말했습니다. 이렇듯 삶이나 사역에서 기도를 강력한 힘으로 삼고 있지 않는 사역자는 누구나 하나님의 사역에서 연약한 도구이며 이 세상에 하나님의 목적을 실현하는데 무기력할 뿐입니다.
어거스틴과 루터, 칼뱅처럼 위대한 스승들은 기도의 사람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본보기로 가르쳐 주신 기도를 한 줄 한 줄 연구하면서 기도를 배우려 몸부림쳤습니다. 그러므로 기도를 배워야 합니다. 여기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칼뱅의 <기독교 강요>를 통해 하나님에 대한 행복한 두려움 속에서 기도하는 방법은 매우 유익합니다.
사랑스럽고 행복한 두려움에 사로잡히라.
칼뱅이 내놓는 첫 번째 기도 원칙은 '경외', 또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입니다. 그는 그리스도인에게 무엇보다 기도의 실상이 얼마나 엄중하고 광대한 일인지를 의식하기를 주문합니다. 기도란 우주를 다스리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독대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위엄에 이끌려 세속적인 염려와 세상을 사랑하는 마음을 버리고 기도에 임해야 합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오해를 하는 것이 있는데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이란 개념입니다. 보통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은 '벌을 받을까 걱정하는 것'으로 받아들입니다. 하지만 요한일서 4장 18절은 "사랑 안에 두려움이 없고"라고 한 뒤에 "두려움에는 형벌이 있음이라"고 덧붙입니다. 그리스도인이 갖는 하나님에 대한 두려움은 제대로 살지 않으면 영적으로 버림을 받을까 끊임없이 노심초사한다는 의미는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은 하나님에 대해 무엇을 두려워해야 합니까? 평소에 한없이 존경하던 인물과 식사를 한다고 상상해보십시오. 이처럼 대단한 존재를 실제로 만난 것이 실감 나지 않을 것입니다. 당황해서 몸이 떨리고 진땀이 나서 제대로 음식을 먹지 못할 것입니다. 이는 화를 입거나 벌을 받을까 두려워하는 게 아닙니다. 기꺼운 존경에는 이처럼 두려운 측면이 내재되어 있습니다. 경외하는 마음이 깊은 까닭은 엉망진창이 되지 않으려 조심하고 또 조심합니다. 아무 자격 없이 영원토록 한결같은 은혜를 받는 수혜자가 되었음을 믿는 그리스도인은 역설적이게도 사랑스럽고 행복한 두려움이 갈수록 깊어지게 마련입니다. 하나님 안에서 말로 다할 수 없는 사랑과 행복은 느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거룩한 임재 가운데 머무는 특권이 가슴이 떨리며 그분을 영화롭게 하고자 하는 갈망이 나날이 짙어집니다.
회개는 기도의 동기이자 열매이다.
두 번째 기도 원칙은 ‘모자라고 부족하다는 의식은 허구를 몰아낸다’는 것입니다. '영적인 겸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마음가짐을 지목하는 얘기입니다. 그는 중세의 보편적인 시각을 완강하게 거부하고 경계합니다. ‘경건한 행위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 드릴 수 있다’거나 주님은 ‘경건한 행위 자체를 좋아하시기 때문에’ 기도를 들어주신다는 식의 발상을 단호하게 배격했습니다. 자신의 허물과 연약함에 무자비하리만치 정직해야 합니다. 얼굴에 가면을 뒤집어쓰는 허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피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용서만이 유일한 소망임을 알고, 회의와 두려움 따위를 솔직히 인정하며 그분 앞에 나와야 합니다.
겸손은 기도하게 만드는 요인인 동시에 ‘열매’입니다. 기도는 우리를 하나님의 임재 가운데로 데려갑니다. 인간의 결점이 여실히 드러나는 현장입니다. 결함과 결핍에 대한 새로운 자각은 그리스도인을 이끌어 하나님을 갈망하게 하며 주님의 용서와 도우심을 한층 더 간절히 사모하게 만듭니다. 칼뱅은 ‘온전한 마음으로 찾기만 하면 그분은 어김없이 만나 주신다(렘 29:13-14)... 그러므로 올바른 기도에는 회개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스로 저지른 잘못에 책임을 지는 대신 우쭐거리며 자신의 문제를 남의 탓으로 돌린다면, 전심으로 하나님을 찾고 있는 게 아닙니다. 기도는 자기 합리와 남 탓, 자기 연민, 영적인 교만 따위를 버리기를 요구하고 또 그럴 힘을 줍니다.
믿음과 확고한 소망은 기도의 동력이다.
세 번째와 네 번째 기도 원칙은 짝을 이루므로 비교하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세 번째 원칙은 겸손히 하나님을 신뢰하고 의지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은 바라는 대로 일이 흘러가지 않는 상황에서도 주님을 믿고 의지해야 합니다. 이는 예수님의 원칙입니다. 기도하는 이는 예외 없이 "주님의 뜻을 이루어 주십시오"라고 간구해야 하는 까닭입니다. 기도는 독보적인 방식으로 모든 필요와 소원을 주님의 손에 맡기는 것입니다. 그때에 세상 누구도 줄 수 없는 놀라운 위로와 안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네 번째, 그리스도인은 확신과 소망을 품고 기도해야 합니다. 칼뱅은 참다운 겸손함에 사로잡히고 압도되었다 할지라도 반드시 응답을 받으리라는 확고한 소망을 품고 기운을 내서 기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언뜻 서로 충돌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릅니다. 열심과 확신을 품고 기도해야 할 까닭은 무엇이냐 하면, 주님은 간구하기를 우리에게 요구하시며 또 그 기도에 응답하시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선하시며 사랑이 많은 아버지시기 때문입니다. 또한 주님은 종종 자녀들이 기도할 때까지 기다리셨다가 은총을 베푸십니다. 왜냐하면 따로 구하지 않고 선한 것들을 받으면, 내심 스스로 똑똑하거나 열심히 일해서 얻은 열매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마 7:7)이라고 말합니다. 확신과 소망을 품고 구하십시오. 그릇된 청을 드리게 될까 두려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헤아릴 수 없이 큰 지혜로 그 결과를 조절하십니다.
참된 기도는 은혜 속에서 이루어진다.
전등 스위치를 올리면 전구에 불이 들어옵니다. 그렇다면 스위치가 전구에 에너지를 공급한 것인가요? 그렇지 않습니다. 빛은 전기에서 나왔습니다. 스위치는 에너지 자체가 아니라 전구를 동력원과 연결시켜 주는 장치일 뿐입니다. 기도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늘 아버지에게 나갈 자격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예수님께서 하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 말과 행동으로도 하나님께 나갈 자격을 얻을 수 없습니다. 오직 은혜로만 가능합니다. 인간의 행위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구원 사역으로 가능합니다. 기도는 은혜로, 은혜를 좇아 빚어집니다. 스스로의 노력이 아니라 선물로 하나님께 나아갈 자격을 얻었기에 행복한 두려움을 누리거나 무력함에도 불구하고 확신을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 이 글은 『
팀 켈러의 기도
』(팀 켈러,두란노)의 내용을 일부 발췌 및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도서소개
팀 켈러의 기도
이 책은 저자가 갑상선 암을 겪으며 인생의 어려움 중에서, 자신의 기도 생활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고, 2여 년 동안 시편으로 기도에 대해 배우고 탐구한 것들을 치열하게 적용하고 훈련한 시간을 가진 후에 얻은 결과물이다. 의무를 지나 기쁨에 이르는 길 찾기에 성공한 저자의 초대에 응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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