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751호 - 지원군이 되는 리더
지속 가능한 집단
픽사(Pixar Animation Studios)는 1995년 이후 제작한 16편의 영화로 편당 평균 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입니다. 초창기에 픽사는 고전을 면치 못했습니다. 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좌절하고 있을 즈음, 1995년에 제작한 <토이 스토리(Toy Story)>가 3억 6000만 달러의 흥행을 기록하면서 비로소 성공가도를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픽사의 창립자 에드윈 캣멀(Edwin Catmull)은 영화의 성공을 기뻐하던 다른 사람들과 달리 깊은 고민을 하나 하게 되었습니다. ‘지속 가능한 집단을 어떻게 만드는가?’ 그는 세계적인 영화사로 성장했던 많은 회사들이 어느 순간 난관에 부딪혀 순식간에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픽사가 동일한 전철을 밟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캣멀은 자신이 가졌던 고민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던 중에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아이디어보다 사람에게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시자가 아닌 지원군으로
캣멀은 리더는 “팀을 잘 이해하고,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고, 어디에서 실수하고 어디에서 성공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일에 집중하지 않고 사람에게 집중해서, 공동체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는 것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창조적인 일들은 수많은 선택의 가지와 잠재적인 아이디어가 엮인 퍼즐이기 때문에, 즉각적으로 올바른 답을 얻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창조적인 집단의 목표를 설정하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올바른 선택을 위해 아이디어를 뒤엎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추어져야 합니다. 그리고 리더는 사람들이 창조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합니다. ‘지시자’가 아닌 ‘지원군’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조타수를 내려놓기
이와 같은 ‘지원군’ 리더십은 선박 엔지니어의 역할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리더는 배의 조타수를 잡지 않습니다. 대신에 갑판 밑을 돌아다니며 물이 새는 곳이 없는지 점검하고, 피스톤을 교체하고, 윤활유를 뿌립니다. 선박의 진행 방향을 결정하는 대신, 선박이 전체적으로 문제없이 운항 할 수 있도록 문제를 해결하고 사람들을 돕는 것입니다. 목회자는 지시자가 아닌 지원군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의 많은 일들은 성과로 판단하기 어려운 일들입니다. 교회는 일반 회사와 같이 과정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결과로 판단하고 성과를 최우선으로 할 수 없습니다. 영혼을 상대로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교회에서 성과가 우선된다면 그 일에 참여하는 성도들이 표면적으로는 일을 완수하더라도 마음을 다쳐 실족할 수 있습니다. 목회자는 일을 지시하는 대신, 성도들을 돌보며 그들의 사역을 지원해 주어야 합니다. 목회자가 교회의 조타수를 내려놓고 지원하는 리더가 될 때, 함께 승선한 많은 성도들은 사역을 보다 창조적으로 이뤄내게 될 것입니다.
디즈니(Disney)의 변화
캣멀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한 디즈니(Walt Disney Animation Studios)는 2006년에 픽사를 전격 인수하고 캣멀에게 디즈니와 픽사의 운영을 맡겼습니다. 이는 1990년대 황금기를 구가하던 디즈니가 창의력의 불모지가 되어 고전을 면치 못하자, 디즈니의 CEO인 밥 이거(Bob Iger)가 변화를 위해 내린 용단이었습니다. 업계에서는 논리적인 이유를 들며 디즈니와 픽사의 조합이 실패할 것이라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완전히 달랐습니다. 캣멀은 임원이 주도권을 지고 있던 시스템을 완전히 뒤엎고, 창조성의 원천을 임원이 아닌 감독의 손에 맡겼습니다. 임원이 일을 할당해주는 시스템에서, 감독이 스스로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추진하는 시스템으로 바뀌게 된 것입니다. 임원들은 의사를 결정하는 상급자의 역할을 내려놓고,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과정 가운데 감독과 팀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그 결과 디즈니의 분위기는 완전히 바뀌게 되었습니다. 체질개선에 성공한 디즈니는 서서히 예전의 명성을 회복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2010년 이후 디즈니는 <라푼젤>(5억 9100만 달러의 흥행실적), <주먹왕 랄프>(4억 7100만 달러), <겨울 왕국>(12억 달러), <주토피아>(9억 3100만 달러) 등의 영화를 통해 많은 성공을 거두게 되었습니다. 지원군 리더십이 디즈니의 창조성을 되살리고 ‘지속 가능한 집단’이 되도록 만든 것입니다.
교회의 지원군은 목회자
픽사의 복도에는 몇 가지 구호가 붙어 있습니다.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고용하라.” “일찍 실패하고, 자주 실패하라.” “모든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경청하라.” “문제와 직면하라.” “좋은 아이디어보다는 좋은 사람들에게 투자하라.” 생각과 마음이 열려있는 픽사의 지원군 리더가 팀원들과 함께 나누는 원칙들입니다. 혹시 교회에서 나보다 똑똑한 사람을 인정하지 않고, 성도들의 실패를 용납하지 않는 차가운 리더의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습니까? 주위의 아이디어에 귀 기울이지 않고, 문제를 회피하는 리더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사람보다는 사역에 집중하는 지시자가 되고 있지는 않습니까? 목회자는 교회의 지원군이 되어야 합니다. 교회가 ‘지속 가능한 집단’이 되어 사역을 끝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사역의 조타수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역보다 성도들을 먼저 살피며,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목회자가 지시자가 아닌 지원군이 될 때, 교회는 보다 창조적인 사역 공동체가 되어 하나님께서 주신 사역을 온전히 감당하는 귀한 그릇으로 쓰임 받게 될 것입니다.
※ 이 글은 『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대니얼 코일, 웅진지식하우스) 내용 일부를 발췌 및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도서소개
최고의 팀은 무엇이 다른가
“왜 어떤 팀은 부분의 합보다 위대해지는가”
구글, 픽사부터 미 특수부대, 보석 도둑단까지 환상적인 케미로 세계 1%가 된 팀들의 특별한 문화를 파헤치다
자세히 보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