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날 우리는 자본주의 경제가 고도로 발달된 사회 속에서 바쁘게 움직이며 살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잠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할 틈도 없이, 그저 시대의 유행이나 관습을 따라 살게 됩니다. 이렇듯 정신없는 삶이 일상으로 굳어버리면, 목회자는 말씀을 연구하고 양 떼를 돌보는 목자라기보다는 사무실에 앉아 업무를 처리하는 경영자나 관리자나 다름이 없게 됩니다. 한 해를 되돌아보고 마무리 짓는 이 시점에서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목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다시금 확인해본다면, 새해의 사역을 준비하는 데 큰 유익을 얻게 될 것입니다.
목회의 본질은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직전에 말씀하신 대위임령에 집약돼 있습니다. 이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제자를 삼으라”(마 28:19)입니다. 그렇다면 여기서 제자란 어떤 사람을 가리키는 것일까요?
제자란 스승으로부터 가르침을 받는 사람입니다. 즉 선생과 학생의 관계 속에 있는 자를 제자라고 합니다. 학생이라고 하면 강의실에서 필기를 하고, 때마다 시험을 치르는 사람을 떠올릴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이 살아계신 시대의 학생은, 선생으로부터 날마다 개인지도를 받으며 선생의 풍부한 경험으로부터 교훈과 가르침을 받는 자였습니다. 이렇듯 스승과 제자의 관계는 평범하게 맺어진 관계가 아니라, 서로 인생을 나누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공존관계였습니다. 제자는 홀로 인생을 살아가는 자가 아니라 삶의 본이 되고 길잡이가 되는 스승과 함께하는 자입니다. 즉, 스승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제자의 첫걸음인 것입니다.
또한 제자는 스승과의 관계와 그로부터 받은 가르침을 통해 스승의 삶을 본받는 자입니다. 다시 말해서, 스승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스승처럼 말하고 행동하고 살아가는 자를 가리킵니다. 이는 말씀을 듣는 데에 머물지 않고 말씀을 실천하는 자가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한 사람은 결코 제자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은혜를 사모하지만, 받는 단계에만 머무를 뿐 앞으로 나아가지 않는 사람들은 제자가 아니라 ‘영적 소비자’라고 합니다. 영적 소비자들은 삶에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영적인 자원을 적극 흡수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자율성을 제한하거나 변화시키려고 하는 도전은 그 어떠한 것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제자는 그 속에 잉태된 그리스도의 인격을 삶의 모든 영역에 반영하여 주위 환경을 변화시키는 자입니다. 즉, 그리스도인으로서 거룩한 영향력을 끼치는 자입니다. 우리는 주위 사람들이 우리를 보며 예수님께 관심을 갖고, 그분을 사모하는 마음이 불붙듯이 일어나게 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고, 또 제자 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본질입니다. 본질을 지키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쉽게 결과를 낼 수 있는 지름길도 없습니다. 우리는 먼저 내가 이러한 길을 걸어왔는지를 뒤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개인적으로 성경을 읽거나 기도하는 것과 같이, 어찌 보면 일상적이고 너무나도 익숙한 관습에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만 합니다. 이를 통해 그리스도의 인품과 사역을 계속해서 이어가는 그리스도의 제자가 되길 소원합니다.
※ 이 글은 마이클 호튼의 『위대한 사명』(복있는 사람)에서 발췌, 정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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