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에서 말씀을 가지고 나누다보면 자연스럽게 우리의 감정에 대해서 참으로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됩니다. 사실 우리의 정신과 두뇌 모두 하나님이 우리의 영혼에 임하시는 대단히 중요한 길임이 분명합니다. 그러므로 소그룹 영성지도는 두뇌로 상징되는 머리는 무시하고 감정이라고 여겨지는 마음을 선호한다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
나는 생각하는가 아니면 느끼는가? 사고와 감정의 이분법은 오도된 경향이 있습니다. 그것은 마치 진리를 과학적 보고서로 설명하느냐, 시로서 노래하느냐의 차이를 구별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수님은 사고와 감정 모두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가르치셨습니다. 때로는 교훈적인 가르침과 신학적인 논평을 통해 정보를 충전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예화와 비유를 통해 듣는 이들이 그가 묘사하는 진리의 감정을 경험하도록 초대하기도 하였습니다. 사고냐 감정이냐 둘 중 어느 하나를 강조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희생시킨다면 그것은 인간의 경험을 입체적으로 보기보다는 평면적이고 무미건조하게 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공연장에 앉아 베토벤 교향곡 9번을 듣게 되었다고 상상해봅시다. 음악이 절정을 향해 울려 퍼질 때 관중 가운데 어떤 사람들은 음악적 변화를 알아차립니다. 언제 바이올린이 멜로디를 전달하고 언제 목관악기들이 그것을 넘겨받는지를 압니다. 하지만 다른 이들은 음악의 흐름에서 변화를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그것이 자신들의 감정을 움직이기 때문에 교향곡 9번을 사랑합니다. 음악을 사고하는 사람이든 음악을 느끼는 사람이든 모두 경이로움을 느끼며 공연장을 나옵니다.
덤불 속에 감추어 버린 감정 우리 중 상당수는 감정은 감추어야 하는 거라고 스스로에게 가르치고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처럼 하나님이 우리를 찾으러 오실 때 우리는 몸을 숨깁니다(창 3:8~10). 상처, 분노, 시기, 두려움은 모두 하나님이나 다른 누군가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우리 안의 감정들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부정적인 감정들을 우리 영혼의 어두운 구석으로 밀어 넣으면 결국 그 감정들이 우리를 지배하게 됩니다. 그것들을 빛 아래 꺼내 놓고 우리가 느끼도록 스스로에게 허용한다면 그것들은 더 이상 우리를 통제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교육과 강령, 독서 등을 통해 사고를 강화하고 정신을 고양시킵니다. 그리고 감정을 논리적인 사고에 종속시킵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이렇게 사고합니다. ‘이런 기분을 가져서는 안 돼.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고 계시다는 것을 알고 있잖아.’ 사고가 우리에게 어떤 감정을 가져야 할지를 명령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스에 찬 감정들은 마치 자동차 계기반에 깜박이는 엔진 경보등과 같이 우리 안에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신호입니다. 감정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진리의 빛이 아직 침투해 들어가지 못한 우리 안의 영역이 어디인지를 알아차리도록 돕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소그룹 영성지도는 감정에 관심을 기울이고, 어쩌면 우리가 저항하고 있을 그 감정들이 말해 주는 진리를 수용하라고 강력하게 초대하는 것입니다. 감정이 사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감정은 우리가 하나님과 우리 자신, 그리고 우리의 신앙에 대해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가감 없이 알려 주는 도구입니다. 문화적인 영향이나 일시적인 선호 때문에, 혹은 신학적인 오해 때문에 우리는 감정을 간과해 왔습니다. 우리가 계속해서 감정을 무시한다면, 우리는 하나님이 우리를 치유하시고 도우시는 데 사용하시는 의미 있는 통로로 하나를 놓치는 셈이 됩니다.
감정은 정보의 원천 감정이야말로 우리가 하나님과 우리 자신, 그리고 주변 사람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느냐에 관한 정보의 원친입니다. 감정은 특정 사건에 대해 우리가 어떤 해석을 하고 있느냐에 관한 우리의 즉각적인 반응입니다. 감정은 하나님에 관하여 우리가 진정으로 믿는 것이 무엇인지를 드러내줍니다. ‘마음속의 보물’이란 우리가 삶 속에서 가장 많은 감정적, 지적, 영적 에너지를 투자하는 곳을 말합니다. 무언가가 우리의 주의를 온통 사로잡고 있다면 그것은 아마도, 우리가 인지를 하든지 못하든지, 우리의 마음이 귀하게 여기는 보물일 것입니다. 영성지도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 마음의 여정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 마음이 귀하게 여기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것이 대화의 중요한 부분이 됩니다.
소그룹은 우리의 생각뿐 아니라 깊은 감정까지도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고요하고 안전한 곳에서 우리가 느끼는 감정의 정체를 밝히고 그것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의 영혼을 만지실 자리를 열어드리는 것입니다. 감정에 집중하는 목적은 그 감정들 속에 젖어들도록 하기 위함이 아닙니다. 사고를 명료하게 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그렇게 하는 목적은 그러한 감정을 경험하는 가운데 하나님의 임재를 알아차리고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이 가능해질 때, “모든 지각을 뛰어넘는”(빌 4:7) 하나님이 주시는 평강을 누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은혜가 우리가 인도하는 소그룹 가운데 풍성하게 열매 맺기를 소원합니다.
※ 이 글은 『소그룹 영성훈련』(IVP역간)의 제 6장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