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길거리에 서 있어서 보면 많은 사람들이 휴대폰 같은 디카, 혹은 mp3 같이 생긴 TV를 많이 들고 다니는 것을 목격하게 됩니다. 디지털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과거의 제품 영역은 갈수록 무의미해져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휴대전화기 하나로 전철도 타고 TV도 보며, 심지어는 당뇨병까지 검사할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많은 일들이 우리의 눈앞에서 실제로 펼쳐지고 있는 것입니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퓨전(fusion)이라는 키워드가 등장합니다. 융합을 의미하는 이 단어가 요리와 음악계를 평정하더니, 무엇인가 색다른 것을 얻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맞물리면서 사회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것입니다. 바야흐로 지금은 본격적인 퓨전의 시대입니다.
세상에서 이제 잡종이라는 말은 더 이상 부정적인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닌 것 같습니다. 반드시 생존해야 한다면 하이브리드는 환경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키우는 것입니다. 다양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퓨전을 바라봐야지, 단순한 혼란으로 여겨서는 안된다는 말입니다. 이러한 퓨전의 의미가 경영에 접목되면 바로 퓨전 경영이 탄생하게 되고, 리더십에 도입되면 퓨전 리더십이 생겨나게 되는 것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끊임없이 변화를 지향해야 하는 우리의 리더십을 위하여 이러한 환경 적응적 퓨전 리더십을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 퓨전 리더십을 한 마디로 정의하면,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양자택일의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조직 구성원들 간의 서로 분리되어 있는 관점들, 그 미묘한 힘들을 스스로 각자 조직하여 공동체를 유기적으로 움직이게 하는 일련의 리더십 혁신”입니다. 이 퓨전 리더십을 처음 체계화한 사람은 밴더빌트 대학 오웬 경영대학원 경영학과 교수인 리처드 L. 대프트라는 사람인데, 그는 이 퓨전 리더십을,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항상 거기 있던 잠재력을 상기시켜 표출시키는 기술“로 보고, 공동체가 변화에 보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게 대응하려면 퓨전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한마디로 퓨전 리더십은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그 다양성을 “친밀하고 밀접한 관계와 파트너십으로” 잘 조합하여 공동체의 목표와 비전을 달성해 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퓨전 리더십의 장점은 구성원들로 하여금 훨씬 열정적으로 일하게 하고 그들이 속한 공동체에 기여하려는 강한 의욕으로 인하여 자신의 창조적인 잠재력이 충분히 발휘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내면 깊숙이 있는 미묘한 자질들을 발휘하게 하여 개인의 성장을 촉진시킬 수 있음은 물론, 스스로 공동체에 대한 적응력과 상생력을 발휘하여 자신이 속한 공동체를 변화시킬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퓨전 리더십에서 리더는 항상 변화 지향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단순히 과거처럼 구성원들의 특정한 행동을 분석하고 통제하는 데는 신경을 쓰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큰 그림”을 제시하고 모든 사람을 단결시키고, “공동의 지반과 비전, 보다 높은 의미”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 일을 위해서는 리더에게 “개방성, 비전, 애정, 커뮤니케이션, 용기, 성실성”과 같은 ‘미묘한 힘’이 요구됩니다. 그 ‘미묘한 힘’이란 다음과 같이 요약됩니다.
개방성 / 구성원들은 누구나 현실을 다르게 인식하므로, 각자가 세상을 파악하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항상 명심해야 합니다.
비전 / 구성원들이 “리더의 공동체”가 아니라 “자신들의 공동체”에 대해 생각할 수 있도록, 조직 전체가 일체감을 가지고 폭넓게 공유할 수 있는 비전을 창출해야 합니다.
애정 / 리더의 “따뜻한 품성”은 공동체 내에서 구성원들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생생하고 활기찬 느낌을, 삶과 일을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게 할 것입니다.
커뮤니케이션 / 리더가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되면, 그 “풍부한 대화”를 통하여 서로 신뢰를 쌓고 공동체의 비전도 밝아질 것입니다.
용기 / 필요하면 기꺼이 과거의 전통과 과거의 경계, 과거의 기대와 과거의 규범과 단절하는 위험을 무릅쓰고, 변화를 위하여 비순응주의자가 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합니다.
성실성 / 성실성은 구성원들에게 봉사하고 구성원들을 지지해주고 구성원들에게 재량권을 부여하는 “봉사 리더십”(servant leadership)이라는 이상과 관계가 깊습니다.
캐나다에 있는 시바 가이기 농약 제조 공장에서 일어난 사건은 퓨전 리더십이 어떤 작용을 하는지 잘 보여줍니다. 초창기 이 공장은 낮은 생산성에 개인끼리 경쟁하고 부서끼리 반목하는 열악한 상황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경영자 게리 리치가 낡은 경계선을 타파하고 개방적인 폭넓은 대화(커뮤니케이션)를 나누도록 유도하고 사람들이 창조성을 발휘하여 그것을 다른 사람들과 서로 격려하며 공유하도록 장려했습니다. 더불어, 그는 리더로서 항상 성실한 모습으로 본을 보였고, 사람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며 용기를 북돋아줌으로써 그의 리더십이 공장 전체에 미치도록 노력했습니다. 결국, 이런 리더십으로 구성원들의 자질을 불러일으키게 되자, 그들이 하나로 단결하여 “각자의 따뜻한 마음과 의지가 공동체에 진정으로 필요한 것과 융합되는,” 보다 긍정적인 공동체 문화가 창출되었고, 그 결과 그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었고 조화로운 회사로 만들어졌습니다.
몇 해 전, 미국의 한 심리학자는 『생존자』라는 책에서 전쟁포로, 난치병환자 등 절망적 상황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사람들의 특징을 분석했습니다. 그가 밝혀낸 이들의 생존 특성은 양면성, 유연성 그리고 공감 능력이라는 세 가지였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면서 매우 설명하기 어려운 성격들을 보일 때가 많습니다. 독할 때는 독하게, 착할 때는 한없이 착하게 언뜻 보면 수긍하기 어려운 성격을 내보일 때도 있습니다. 그러한 사람들을 인도해야 하는 우리 시대는 좀 더 변화에 민감해야 하고, 유연성과 양면성을 동시에 인정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과거의 철칙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퓨전 리더십도 크게 보면 이와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번영하고 생존하기 위한 리더십 전략입니다. 핵심적이면서 영원한 진리인 성경말씀을 굳건히 지켜냄과 동시에, 환경에 적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성향과 흐름에 끊임없이 대응해 나가는 힘, 그것이야말로 미래 퓨전 리더십의 실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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