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478호 - 인재 육성을 방해하는 고정 관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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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로 전문가를 뜻하는 ‘Expert’란 단어는 라틴어의 ‘시도하다, 실험하다’를 의미하는 ‘Experiri’가 변해서 만들어진 단어입니다.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도와 실험을 통해 얻어지는 지식과 지혜가 필수적이란 얘기입니다. 이것이 인재 육성에 대해 연구하는 수많은 연구자들이 현장의 업무 수행 과정 속에서의 학습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이유입니다.

그런데, 일을 통한 인재 육성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을 통한 육성을 표방하지만, 실제의 모습은 그저 ‘알아서 해라’는 식으로 방임해둔 것에 가까운 것이 현실입니다. 이런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근본 원인은 일을 통한 육성이란 것에 대해 우리가 잘못된 고정 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뀐다’는 말처럼 일을 통한 육성이 제대로 이루어지려면 인재 육성에 대한 기본 생각부터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리더십 네트워크에서는 인재 육성과 관련해 흔히 볼 수 있는 6가지 고정 관념을 하나씩 살펴봅니다. 2009년 3월 4일자 LG Business Insight에 실린 한상엽 책임연구원의 “인재 육성을 방행하는 고정 관념들”에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고정 관념 1 : 인재 육성의 책임자는 HR이다

가장 대표적인 고정 관념 중 하나는 인재 육성에 대한 모든 책임을 HR 부서가 져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연말마다 이루어지는 회사의 성과 리뷰 미팅을 상상해 보십시오. 의례 나오는 말 가운데 하나가 바로 실패하거나 성과가 저조한 사업에 대한 원인의 하나로 ‘인재가 제대로 육성되지 못해서’라는 것입니다. 틀린 분석은 아닙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 단계입니다. 인재를 육성하지 못한 것에 대한 질책은 자연스럽게 HR 부서로 향합니다. 이러한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인재 육성은 더 어려워지고 또 다시 사람이 없어서 사업이 실패했다는 반성이 되풀이될 뿐입니다.
인재 육성에 있어서 HR이 할 수 있는 역할은 인재 육성을 위한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이에 필요한 제도나 시스템과 같은 외형적인 틀을 짜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재 육성이 활성화되도록 돕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HR이 인재 육성을 위한 기본 토양을 만든다면, 그 틀 안에서 실질적으로 인재를 육성하는 책임자는 일선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따라서 일선 현장의 리더들이 사람을 키우는데 무관심하면 인재 육성은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비단 일을 통한 육성뿐 아니라, 인재 육성에 있어서 리더들의 역할과 책임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따라서 일을 통한 인재 육성에 성공하고자 한다면 일선 리더들이 인재 육성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노력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고정 관념 2 : 인재를 육성할 시스템이 없는 것이 문제다

인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것 가운데 하나는 인재 육성 시스템과 제도를 갖추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그 중에는 많은 비용을 들여서 도입했지만 유명무실해져 버린 것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양한 강의실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도 인재 육성을 위해 많이 활용되는 방법이지만, 기대만큼의 효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입니다.
인재 육성의 핵심은 구성원들의 실질적인 경험을 통해 지식과 노하우를 습득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인재 육성 시스템과 제도 또한 이를 촉진할 수 있도록 하는 수단이 되어야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또한 시스템이나 제도만 만들어 놓으면 자연스럽게 인재들이 육성될 것이라고 생각해서도 안 됩니다.

 고정관념 3 : 전문가가 되려면 한 우물을 파야 한다

흔히 전문가가 되려면 하나의 일을 오래 해봐야 한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한 우물 파기’식의 업무 부여는 숙련도를 높이고 충분한 경험이 쌓인다는 점에서 장점이 있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습니다.
첫째, 업무가 반복될수록 이를 통한 육성 효과는 적어진다는 점입니다. 같은 경험이 반복되면 깊이는 조금 더 생길지 모르지만, 학습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습니다. 둘째, 한 직무에서만 오랜 경험을 쌓은 경우, 나중에는 다양한 경험이 부족해 폭넓은 사고를 하지 못하게 만들 가능성을 키웁니다. 셋째, 같은 일만 반복적으로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일에 대한 흥미를 잃기 쉽습니다. 당연히 일에 대한 몰입도 떨어지고, 업무 수행도 ‘이미 여러 번 해봐서 뻔히 아는 일이다’라는 식으로 대충하게 되기 십상입니다. 또한 한 직무에만 너무 오래 근무하다 보면 타성에 젖어 새로운 직무를 기피하는 성향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새로운 직무로 옮겨가 또 다른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인재들이 조직간 경계를 넘어 새로운 직무를 맡아 다양한 경험을 얻을 수 있게끔 조직을 운영해야 합니다.

 고정 관념 4 : 직무에 맞는 인재 배치가 최고다

맥킨지가 6천여명의 경영진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응답자 중 10%만이 ‘우리 회사는 직무 배치를 사람 육성에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로 경영진이 중요한 자리에는 그 일에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사람을 앉히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설문 결과와 마찬가지로 업무를 부여함에 있어서 첫 번째로 고려하는 요인은 ‘누가 그 일을 가장 잘 할 수 있는가’라는 점입니다. 즉, 성과를 창출함에 있어서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은 단기 성과만을 생각한다면 바람직한 방법일 수도 있지만 인재 육성에는 걸림돌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성과를 하락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효율 중심의 접근 방법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만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조직 전체 차원에서 본다면 단기 효율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재 배치는 반드시 필요하며, 인재 배치의 80~90%는 이런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대부분의 인력 이동이 육성 관점에서만 이루어진다면 조직의 장기적인 성공은커녕 지금 당장의 생존이 위협받을 정도의 성과 하락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단기 효율과 장기적 인재 육성은 적절히 균형을 이루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전체 중 일정 부분은 육성 관점에서 단기 성과의 하락을 감내하는 인재 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고정 관념 5 : 일을 부여하기만 하면 자연스럽게 육성된다

연습이 천재를 만든다(Practice makes perfect)라고 하지만, 모든 연습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단순 반복적인 연습이 아니라 ‘신중한 연습(Deliberate Practice)’이 필요합니다. 흔히 사람들은 연습을 할 때 이미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반복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신중한 연습은 이와는 달리 자신이 잘 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 더 나은 방식을 고민하면서 지속적으로 연습하는 것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면서 연습하는 것입니다.
20세기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로 꼽혔던 ‘나탄 밀슈타인’은, 어릴 적에 자신의 스승인 아우어 교수에게 하루에 몇 시간이나 연습해야 하냐고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스승은 ‘손가락만으로 연습을 한다면 하루 종일 연습해도 충분하지 않다. 그러나 머리를 쓰며 고민과 집중이 곁들여진 연습을 하면 하루 2시간이면 족하다’라고 대답했습니다. 이후 밀슈타인은 평소의 연습 방식을 바꾸었고 뛰어난 연주자가 될 수 있었다고 합니다.

 고정 관념 6 : 강한 Challenge만이 인재를 키운다

대개의 경우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된 초기에는 누구나 어려움을 겪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혹독한 챌린지만이 인재를 키운다’는 믿음으로 리더들이 강하게 챌린지하면 어떤 현상이 나타날까요? 육성의 효과를 거두기는커녕 잠재력 높은 인재들이 좌절감을 느끼거나, 자신을 지원해주지 않는 리더나 조직에 대해 불만을 갖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인재는 상처만 받고 조직 성과의 급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만 얻을 가능성이 큽니다. 챌린지도 적절한 상황에 적합한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일을 통한 육성이 이루어지게 하려면 새로운 직무를 부여 받은 초기에 부드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실수나 실패를 어느 정도 감싸 안아 주는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일을 하다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 인정하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요청할 수도 있습니다.
일을 통한 육성의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구성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심리적인 안정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심리적인 안정감이 없이 높은 도전적인 업무가 주어지고 리더의 강한 질책만이 있으면, 사람들은 일을 통해 무언가를 배우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큰 실수를 하지 않으려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됩니다. 이 경우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시도를 함으로써 배우기보다는 남들이 해오던 방식을 답습하는 정도에서 그치게 됩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심리적인 안정감을 제공한다는 것이 ‘좋은 게 좋은 것이다’라는 식의 온정주의나 낮은 성과를 용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구성원들은 즐겁게 일을 하기는 하지만, 일에 대한 몰입이 낮아지고 학습 효과도 떨어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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