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445호 - 창조 경영의 양 날개, 상상과 공감의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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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과 ‘공감’이 갖는 가치의 크기는 얼마나 될까요? 이번 편지에서는 창조 경영의 양 날개라고 할 수 있는 상상력과 공감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합니다. 2008년 8월 6일자 LGERI 리포트에 실린 LG경제연구원 김도정 선임연구원의 “고객 가치 창조, 상상력과 공감에 달렸다”에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상상력의 가치가 얼마나 큰가는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 분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소설, 영화, 게임 등으로 만들어지며 1997년부터 2006년까지 약 308조원 상당의 매출을 기록했습니다. 같은 기간 대한민국의 반도체 수출액은 231조원 정도였습니다. 테마파크 디즈니랜드의 2006년 매출은 34조원으로 세계 1위의 반도체 기업 인텔의 매출 30조원을 앞질렀습니다. 해리포터와 디즈니랜드는 모두 상상력만으로 막대한 부가가치를 창조했습니다.

1. 상상력의 힘은 강하다

그 태생적 특성상 상상력을 기반으로 하는 문화 콘텐츠 산업 분야 외에서도 상상력의 영향력은 대단합니다. 1995년 세계 최초로 인터넷 검색 엔진을 개발했던 야후는 2001년 인터넷의 확산에 발맞추어 큰 성공을 거둡니다. 그러나 야후는 곧 검색엔진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미디어 방면의 투자를 늘립니다. 대부분의 포털 웹사이트들이 그랬듯이 야후도 검색 기능은 곧 일상적인 서비스로 바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구글이 등장했습니다. 구글은 검색 시장의 성장성을 예측하고 더 빠르고 더 정확하게 검색되는 최강의 엔진을 제공한다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구글은 빠르고 정확한 검색을 위해서 당시 검색 포털의 유일한 돈벌이인 배너광고를 포기했습니다. 배너광고가 있으면 페이지가 뜨는 시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검색과 상관없는 광고를 사용자에게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검색의 정확성도 떨어지게 됩니다. 배너광고와 함께 사라진 수익원은 키워드 광고가 대체했습니다. 이렇게 하여 그 당시로는 상상하기 힘들었던, ‘사람들을 빨리 떠나게 하는 검색 포털’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2008년 현재 구글은 미국 웹 검색 시장의 약 60%를 차지하고 있고, 야후의 시장 점유율은 20%대에 불과합니다. 2000년대 초반 구글에게 있었고 야후에겐 없었던 것이 바로 상상력입니다.

2. 하지만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하다

후발주자 구글은 상상력에 힘입어 경쟁사를 제치고 검색 분야 세계 1위의 기업으로 성장했습니다. 이처럼 상상력의 힘은 강력합니다. 하지만 상상력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상력은 기본적으로 미래지향적이며 비현실적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이 창조경영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실현 가능성 혹은 현실성이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지나치게 허황되거나 고객의 니즈와 동떨어진 상상이면 곤란합니다. 또한 감성 가치가 중요시되는 이 시대에는 ‘고객의 감성까지 읽는 상상’이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매년 미국에서 출시되는 3만개의 신제품 중 70~80%가 1년 내에 실패하는 이유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 아닙니다. 실패하는 제품의 상당수가 상상력을 한껏 뽐내 새로움만을 강조할 뿐 고객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감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상상력은 창조경영의 한쪽 날개에 불과합니다.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이 제품에서 무엇을 느끼게 될지 파악하도록 도와주는 공감은 창조경영의 다른 쪽 날개입니다. 공감 능력은 다른 사람의 입장에 서서 그 사람의 눈으로 보고 그 속마음을 직관적으로 이해하는 능력입니다.

3. 공감의 능력을 키워라

노키아(Nokia)는 디자인 스튜디오를 통해 각 지역의 문화와 고객의 니즈를 먼저 읽고 시장에 진출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현지에서 고용된 디자이너와 인류학 및 심리학 전문가들이 디자인 스튜디오의 식구들입니다. 이들은 현지조사 방법(field work)을 이용한 고객 체험과 관찰을 통해 그 나라의 소비자 패턴, 의사소통 방식 등을 파악한 후 개발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이를 반영합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서는 세련된 디자인의 ‘노키아2630’을 개발해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인도에서는 휴대폰이 신분을 표시하는 도구라는 점을 조사를 통해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결과였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가족이나 마을 구성원들이 휴대폰 하나를 공유하는 일이 흔하다는 사실을 파악해서 그룹별 전화번호 입력 서비스를 갖춘 ‘노키아1200’, ‘노키아1208’을 개발했습니다.
닌텐도(Nintendo)의 사례를 살펴보면 고객과 공감하는 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습니다. 닌텐도는 2004년까지 콘솔 게임기 경쟁에서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이에 끼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습니다. 닌텐도의 게임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의 게임들에 비해 기술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2004년 말 출시된 닌텐도 DS와 2006년 출시된 닌텐도 Wii는 쓰러져가는 닌텐도를 되살릴 만큼 성공적이었습니다.
닌텐도가 소니나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욱 발전된 게임을 내놓았기 때문에 얻은 결과가 아닙니다. 닌텐도는 오히려 화려하지 않은 게임으로 승부를 걸었습니다. 대신 게임을 하지 않는 대중을 고객으로 설정하고 남녀노소가 즐길 수 있는 콘텐츠와 사용자 인터페이스 제공에 주력했습니다. 즉, 간편한 사용법으로 게임에 익숙하지 못한 연령층에 어필했으며,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콘텐츠로 폭력성을 싫어하는 여성층의 관심을 얻었습니다. 교육용 타이틀을 출시하는 등 교육적인 면도 강조했습니다. 또한 닌텐도 Wii의 경우, 몸으로 하는 게임이기에 ‘게임은 가만히 앉아만 있게 되므로 건강에 나쁘다’라고 우려하는 부모의 마음도 안심시킬 수 있었습니다. 닌텐도 Wii는 2007년 말까지 전 세계에 2,000만대가 판매되었습니다. 닌텐도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연령층과 게임의 부정적인 요소를 걱정하는 여성과 부모들의 마음을 읽어냈기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4. 양 날개로 비상하라

고객의 니즈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감성 가치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고객을 과학적으로만 분석하려고 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숫자와 통계로만 소비자를 이해하고 예측하는 기업이 있습니다. 이제 이해에 공감을 더하고, 분석에 상상을 조화시키는 종합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 동안 이해를 통해 고객의 이성적 가치를 읽었다면 이제 공감을 통해 감성 가치를 읽어야 합니다. 분석을 통해 시장을 예측했다면 상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합니다. 공감과 상상은 새로운 고객 가치 창조의 양 날개이며, 고객중심주의의 핵심입니다. 또한 공감과 상상은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리더가 갖추어야 하는 리더십의 주요 덕목이 되었습니다. 공감과 상상의 양 날개로 비상하는 리더, 창조 경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리더십이 필요한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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