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442호 - 올림픽이 보여준 진정한 리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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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토요일은 올림픽을 기억하는 한국인들에게 잊지못할 날이 될 것 같습니다. 바로 두 종목에서 따낸 값진 승리 때문입니다. 이미 아시다시피 그 주인공은 여자 핸드볼과 야구입니다.

 진정한 격려가 무엇인지를 보여준 감독

기막히게도 4년 전에 당한 억울한 일을 다시 경험하게 된 여자 핸드볼팀은 헝가리와의 준결승 초반에는 힘을 잃은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고, 마침내 헝가리와 점수차를 벌리며 동메달에 점점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종료 1분을 앞두고 한국팀의 임영철 감독이 갑자기 타임아웃을 요청했습니다. 원래 큰 점수차로 이기는 팀은 타임아웃을 부르지 않는 것이 지고 있는 팀에 대한 예의인데,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임 감독은 선수들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나이가 어린 선수들에게 이렇게 지시합니다.

"너희들이 이해해야 해! 이번이 언니들의 마지막이야. 자 성옥이, 정호, 순영이, 정희, 그리고 누구지? 영란이."

그들은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은퇴를 하는 나이 30을 넘긴 가정주부 선수들이었습니다.
감독의 호명을 받은 선수들이 경기장으로 나가자, TV 중계를 하던 아나운서는 울먹거리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 언니들의 올림픽 졸업식이 1분 남았습니다. 지난 20년간 우리나라를 위해 뛰어준 언니들의 졸업식을 위해 감독이 남은 1분간 그들을 코트에서 뛰게 합니다."

 진정한 믿음이 무엇인지를 보여준 감독

여자 핸드볼의 감동이 채 가시기 전인 3시간 뒤에는 한국 야구 대표팀이 아마야구 세계 최강이라는 쿠바와 금메달을 놓고 한판 겨루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은 1회초 공격에서, 전날 일본 대표팀과의 준결승에서 2점 홈런을 친 이승엽의 2점 홈런으로 승기를 잡았고 결국 3-2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이날 승리의 포문을 연 이승엽은 사실 올림픽 기간 내내 극심한 부진으로 마음고생이 심했습니다. 비록 다른 선수들의 선전으로 팀이 계속 승리를 하긴 했지만, 삼진과 병살을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에 가장 실망했던 것 역시 이승엽 선수 자신이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쩐 일인지 한국팀의 김경문 감독은 단 한번도 이승엽 선수를 4번 타자에서 내리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 믿음에 보답이라도 하듯, 그리고 마치 이때를 위해 치지 않았었다는 듯이, 이승엽 선수는 가장 중요한 순간에 홈런을 쳐냈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인터뷰에서 기자가 김경문 감독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이승엽 선수가 극심한 부진 때문에 선수와 감독에게 미안했다고 하는데, 그동안 이승엽 선수를 4번에서 빼지 않은 이유는 무엇입니까?"

김경문 감독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한테 미안해 할 것 하나 없습니다. 이승엽 선수가 있는 자체로 우리 선수들에게 힘이 됩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한번 해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는데 오늘 해주어서 더욱 기쁩니다."

 메달의 색깔보다 더 빛나는 리더의 모습

아마 이번에 올림픽에 참가한 선수와 감독들 중에 금메달을 가장 간절히 원했던 사람을 꼽으라면 임영철 감독이었을 겁니다. 지난 4년전에 당한 그 억울함을 반드시 풀고야 말겠다는 생각에 30살이 넘은 가정주부 선수들의 은퇴까지 말리면서 이번 올림픽을 준비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또 다시 심판의 오심으로 금메달을 놓치게 되었을 때, 그 누구보다도 억울했던 사람 역시 임영철 감독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임영철 감독에게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메달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선수들이 지난 4년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지난 4년간 얼마나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렸는지를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 바로 임영철 감독입니다. 그렇기에 그는 어떤 순간에도 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았을 겁니다. 그리고 그것에 걸맞게 보상해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올림픽의 마지막 1분을, 자신의 젊음을 국가를 위해 헌신한 선수들이 뛰도록 합니다. 그것은 감독으로서 그가 선수들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메달이었습니다. 그래서 경기가 끝난 후,오성옥 선수는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정말 생각지도 못한 순간에 감독님이 저희를 위해 배려해 주신 것에 진심으로 감동했어요. 비록 금메달은 못땄지만 전혀 아쉽지 않습니다. 오히려 저에게는 이 동메달이 금메달 못지 않은 메달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이 바로 저의 생애 최고의 순간입니다."

극심한 부진의 터널을 통과하고 가장 필요한 순간에 자신의 역할을 다 한 이승엽 선수도 금메달을 딴 후에 자신의 목에 걸려있던 메달을 김경문 감독에게 걸어주었습니다. 아마 이승엽 선수는 그것을 통해 부진한 자신을 끝까지 믿어준 감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사실 김경문 감독의 선수에 대한 믿음은 이승엽 선수에게만 향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가장 중요한 첫 경기에서 마무리에 실패한 선수에게도 계속 기회를 주었고, 왼손 타자는 왼손 투수에게 약하다는 통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가장 믿는 왼손타자에게 대타의 기회를 주었으며, 8회까지 무실점으로 던지다가 9회에 실점의 위기를 맞아 모두들 투수를 바꿀 때라고 생각했을 때에도 끝까지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등 김경문 감독이 보여준 모습은 승리에만 집착한 사람들의 눈에 보기에는 절대로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한국 야구 대표팀이 9전 전승으로 완벽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김경문 감독의 선수들을 믿는 믿음 때문이었다는 것을 이제는 누구나 압니다. 그렇기에 김경문 감독이 보여준 모습은 선수들의 목에 걸린 금메달보다 더 빛나는 것이었습니다.


임영철 감독과 김경문 감독을 통해 우리는 진정한 리더가 어떤 모습을 가져야 하는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 경기에 뛰는 이들은 바로 선수들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메달을 따도록 이끄는 것은 바로 감독의 몫입니다. 목회 현장에서 우리의 모습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직접 경기에 뛴다면, 우리는 선수이지 감독이 아닙니다. 리더의 역할은 선수처럼 직접 경기에 뛰는 것이 아니라 감독의 위치에서 격려하고 지도하며 믿어주는 것입니다. 바라기는 우리 모두, 우리가 이끄는 사람들이 최고의 열매를 거두도록 도와주고 이끌어주며 격려하는 리더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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