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438호 - 신뢰받는 조직의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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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가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장인들이 자신이 소속한 직장에 대해 갖고 있는 신뢰 수준은 아직 개선의 여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20대 이상 직장인 450여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조직에 대한 신뢰도는 100점 만점에 50점으로 조사되었습니다. 특히 상사, 동료에 비해 경영진에 대한 신뢰가 상대적으로 낮게 나타났습니다. 신뢰 수준이 조직 성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은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습니다. 조직에 대한 신뢰 수준이 높은 집단은 낮은 집단에 비해 업무 몰입도가 높고, 조직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며, 이직 의도는 현저히 낮았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구체적으로 리더가 목표하고 노력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2008년 5월 21일자 LG Business Insight에 실린 김범열 연구위원과 조범상 선임연구원이
공동으로 쓴 “신뢰받는 직장의 조건”에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첫 번째 조건 _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배려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먼저 구성원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러한 존중과 배려는 일회성이 아닌 조직 문화로 정착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조직이 구성원들을 독립된 인격체로서 지속적으로 존중하고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이 구성원들 사이에 확산되면 조직 내에 신뢰 구축이 용이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조직은 구성원에 대한 믿음을 분명하게 표시하여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조직을 위해 뛰어난 성과를 창출할 수 있는 능력과 태도를 갖추고 있다는 확신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사람은 자신을 믿고 일을 맡기는 조직을 더욱 신뢰하고 책임의식도 높아지게 됩니다. 조직이 자신을 믿는다는 느낌은 구성원들이 보다 책임감이 높은 업무를 수행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참여도가 높을수록 강해지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구성원들의 의견을 경청해야 합니다. 의사소통 역량 제고를 위해 리더들은 시간을 갖고 구성원들의 의견을 듣고 그들의 관점을 이해해야 합니다. 신뢰 구축은 독백이 아니라 대화에서 생깁니다. 상대방의 상황과 입장을 생각해 보고 그 사람을 인정해 주어야 합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구성원들 역시 조직과 조직의 관점을 이해하게 되며, 조직을 신뢰하고 조직의 방침에 따르게 됩니다. 만약 조직의 리더들이 남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면 구성원들의 신뢰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 조건 _ 일관성 있는 조직 운영 원칙 실행

조직의 신뢰도를 높이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바로 ‘조직이 말한 대로 실천하는 것’입니다. 구성원들은 조직 리더들의 말을 경청하고 행동을 주시하고, 그 둘이 일치하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리고 이 둘이 일치할 때 비로소 신뢰감이 형성됩니다.
일관성 있는 조직 운영 원칙의 실행 강화를 위해 조직 리더들은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바에 대해서 명쾌한 시각을 갖고 이에 대한 공감대를 구성원들과 형성해야 합니다. 공감대 형성을 위해 리더들은 구성원들에게 조직의 모든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특히 부정적인 정보를 숨기거나 보기 좋게 꾸며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리더들은 정립된 전략 방향 및 원칙들을 일관성 있게 실행해나가야 합니다. 구성원들은 어려운 시기라도 진실을 말하고 정립된 원칙들을 일관적으로 지켜나가는 조직을 위해 일하고 싶어 합니다.
때로는 아무리 최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할지라도 천명한 경영 전략 또는 원칙의 일관성을 지키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주위 환경이 변하기도 하고, 더 이상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며, 애초에 전략을 잘못 수립했거나, 때로는 약속한 것을 실행할 만한 능력이나 자원이 없을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경우 조직 내의 신뢰는 무너지기 쉽습니다. 이렇게 신뢰가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조직은 신속한 조치를 통해 다시 신뢰가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조직이 신뢰를 회복하는 데 있어 가장 우선적으로 취해야 할 행동은 실수를 인정하고 곧바로 사과하는 것입니다. 실수를 외면하고 그냥 넘어가려고 한다든가, 남에게 비난을 전가하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불신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그리고 발생한 문제에 대해서는 즉각적인 시정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코카콜라의 전 CEO였던 고이주에타(Goizueta) 회장은 ‘New Coke’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이나 주주들의 신뢰를 잃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실수에 대한 책임을 본인 스스로 지고, 실수를 바로잡기 위한 조치를 신속히 취했기 때문입니다.

 세 번째 조건 _ 이바지에 대한 공정한 보상

구성원들은 자신의 노력을 공정하게 인정받을 때 조직을 신뢰하고 열심히 일하게 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자신들의 역량을 발휘해서 기업 성과에 기여한 만큼 그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야 합니다. 동시에 실패 또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에 대한 적절한 관리도 필요합니다. 일을 하는 과정에서 실패나 실수는 필연적으로 발생하게 됩니다. 따라서 실패를 통해 학습 효과를 제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계속해서 실패하는 사람에게는 거기에 합당한 벌칙이 주어져야 합니다. 계속해서 실패하는 구성원을 용납하게 되면 다른 구성원들은 조직에 대해 신뢰를 갖지 못하게 됩니다.
세계적 운송업체인 UPS는 구성원들에게 높은 성과를 요구하는 한편 직원들이 업무 달성에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높은 보상을 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회사가 열심히 일하는 종업원들에게 보다 많은 임금을 주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UPS는 단순히 물건을 배송하는 운전사로 입사했더라도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능력을 인정받으면 경영진의 자리에까지 올라설 수 있다고 독려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러한 사례가 종종 발생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직원들도 열심히 일하면 이에 맞는 보상을 받는다는 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구성원들은 회사를 신뢰하고 회사 목표 달성을 위해 보다 헌신적으로 몰입하고 있는 것입니다.

 네 번째 조건 _ 통제와 신뢰의 균형 확보 필요

아무리 조직이 구성원들에게 신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하더라도 조직이 성장하고 번영하는 데 필요한 성과를 도출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조직이 도덕적이고 구성원들에게 높은 관심을 보인다 하더라도 쓰러져가는 조직에서는 신뢰를 조성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구성원들은 조직이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해 주고 요구사항을 들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할 때 비로소 조직을 신뢰하게 됩니다.
그런데 성과 창출을 위한 신뢰는 합리적으로 계산된 적극적인 능력이자 결단으로서의 신뢰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맹목적인 것이 아니라 리스크와 실패를 고려한 상황에서의 계산과 의도에 근거한 제한적인 것입니다. 리더가 모든 것을 신뢰하고 구성원들에게 모든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전혀 비현실적입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해서 구성원들을 늘 통제하고 기존 질서에 도전하지 못하게 하는 것 역시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리더는 조직이 감수할 수 있는 위험의 정도를 고려하여 구성원들에게 부여하여야 할 재량권의 경계를 분명히 설정하고 관리해야 합니다. 이 균형이 무너지면 조직은 커다란 위기를 맞을 수 있습니다. 한 젊은 딜러의 투자 실패로 약 15억 달러의 손실을 입고 타 금융 회사에 합병당한 영국 베어링스 은행의 사례는 이러한 사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성과 창출을 위해서는 신뢰와 통제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개념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이번 설문 분석 결과에서 나타난 것처럼 우리 직장인들의 조직 신뢰 점수는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이는 조직 리더들이 신뢰의 중요성은 인식하고 있지만, 이러한 신뢰를 높이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에 대해서 깊이 고민하여 실행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리더들은 신뢰를 구축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분명한 것은 신뢰란 단순히 조직이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다고 해서 얻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것은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만 획득될 수 있다는 것을 리더들은 분명하게 인식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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