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184호 - 훈련생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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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인생의 스웨터를 뜨시는 주님 - 『평범 이상의 삶』(존 오트버그)을 읽고

우리 집 장롱 깊숙한 곳엔 손으로 뜬 색동 한복이 있다. 짧은 개량한복 스타일로 저고리는 색동인데, 치마는 따로 놓고 보면 한복으로 보이지 않는 원피스 모양을 하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의 어느 날, 친정 엄마는 손수 뜨신 이 한복을 입고 학교에 등교하게 하셨다. 난 너무도 부끄러워 그 한복을 입고는 학교에 가지 않겠다고 대문 앞에서 고집을 부린 기억이 난다. 절대로 안 입는다고 울었더랬는데, 결국 그 한복을 입고 갔는지 안 입고 갔는지는 기억에 없다. 밝은 자줏빛이 감도는 치마만 다른 블라우스와 함께 입었던 기억이 난다.

친정 엄마는 그 한복을 오랜 시간 동안 간직하고 계셨고, 내가 딸아이의 엄마가 되었을 때 나더러 보관하라며 꺼내어 주셨다. 30년도 더 넘은 지금 그 한복을 보면 참으로 앙증맞고 이쁘다. 내 딸에게 입혀 보진 못했지만 언젠가 또 대를 물려주려고 간직하고 있다.

어릴 때 친정 엄마는 이처럼 겨울옷을 손수 떠 주시곤 했다. 스웨터와 모자, 장갑, 심지어 마스크까지도…. 엄마의 마술 같은 손놀림보다 내게 더 신기한 것은 작년에 입어 작아진 옷을 다시 풀어 난로 위 물 주전자에서 나오는 김에 쐬어 새 실처럼 곧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낡은 스웨터에서 풀어진 실은 라면처럼 꼬불거렸지만, 김을 쐬면서 펴진 그 실을 손에 쥐고 감으면 처음에 탁구공만 했던 실뭉치가 점점 커져 아기 머리통만 해졌다. 둥근 공 모양을 만들려고 이쪽저쪽 감는 방향도 요령껏 바꾸어 가며 실을 감았다. 나는 아직 어려서 손이 작아 실뭉치를 놓치곤 했지만, 엄마가 내게 그 일을 시킬 땐 설레고 즐겁기까지 했다. 스팀을 쐬고 실이 새로 산 실처럼 펴지면, 엄마는 그 실에 다른 실을 보태서 새 옷을 떠 주시곤 했다.

『평범 이상의 삶』을 읽으면서 그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하나님을 믿기까지의 나는 작고 낡은 헌 스웨터였다. 하지만 하나님을 믿고 난 후, 하나님은 나의 헌 실을 풀어서 새 실을 만드는 작업을 하고 계신다. 하지만 나의 ‘스웨터’는 어는 부분은 엉켜 있고, 어느 부분은 구멍이 나 있으며, 어느 부분은 아무리 스팀으로 펴도 잘 펴지지 않는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변화되지 않는 부분으로 인해 ‘나의 스웨터’를 새롭게 짜면서 얼마나 힘드셨을까!

저자는 책에서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어떻게 하나님과 ‘함께’ 일할 수 있도록 변화되고 훈련받아야 하는지에 대해 서술하며, 그것이 궁극적으로 하나님 안에서 기뻐하는 길이고, 그러면 하나님이나 사람을 더 깊이 사랑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제자훈련 기간에 받은 풍성한 은혜가 이번 겨울 동안 상승 곡선을 그리지 못하고 급격하게 하향 곡선을 그린 부분이 있었다. 쥐가 곡식 가마니를 갉아 그 안에 있는 곡식이 새어 나오듯 사람에 대한 불신, 나 자신에 대한 실망감, 하나님의 방법에 대한 의구심 그리고 교만, 게으름, 세상적 분주함 등이 내 영혼을 갉아 먹어 주님이 주신 은혜와 기쁨이 새어 나가고 있음에도, 나는 미처 손을 못 쓰고 쳐다보고만 있었다. 내 안의 그리스도인의 표시인 ‘사랑’과 ‘기쁨’이 위축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하나님의 나라로 들어갈 힘과 희망을 얻는다. 외적인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 할지라도 나 자신의 내면을 변화시켜 그 상황을 바라보자고 다짐한다. 주님께서 외적인 상황도 바꾸어 주실 수 있을 것이라는 소망이 있으므로….

이 책에서 제안하듯이, 하나님과 사람에게 더 사랑스러워지기 위해(눅 2:52) 먼저 내 안의 정결치 못한 껍질을 벗겨내고자 한다. 제자훈련을 받으면서 지식에서 풍성해지고 은혜로 뜨거워짐을 ‘영적으로 고속 성장’한 것으로 착각해서 그것을 은근히 내세우려고 했던 교만의 껍질을 벗어내야겠다. 또한 성경 읽기, 기도 등에서 외형적, 외식적인 면에 치우쳐서 영혼은 작고 머리만 큰 가분수적인 모습이 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그리스도를 닮아 가는 인생 여정에서 매일매일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한 것은 아닌지 반성해 본다.

그리고 내 삶의 전 영역에서 기쁨이 넘치고 있는지도 점검해 보아야겠다. ‘그리 아니하실지라도’ 기뻐했는지, 단조롭고 조급한 일상에서도 기뻐했는지, 다른 사람을 생각하고 축복하며 기뻐했는지, 아니면 혹시 조건부로 내가 바라던 상황일 때만, 유리할 때만, 기뻐했는지…. 그 기쁨이 내면 깊은 곳에서 나오는 하나님과의 관계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세상적 충족으로 인한 것인지 생각해 본다. 또 하나님의 잣대가 아닌 ‘나 자신’이나 ‘세상적’ 잣대로 모든 것을 판단하려 했던 것은 아닌지 회개한다. 너무 다른 사람이나 세상을 의식하고 사는 것은 아니었는지 반성한다. 이제 나는 또 다른 출발점에 서 있다. 내 스웨터의 문제점을 알고 일부는 다시 풀어서 떠야 함을 느낀다.

내가 달려가야 할 길을 나는 모른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앞서 가며 그 길을 예비하심을 안다. 내가 할 일은 그 길이 곧은 길이 아닐지라도, 여러 장애물이 있고 숨이 차더라도 매 순간 하나님과 손잡고, 그 잡은 손만으로 기쁨을 느끼며, 내면에 사랑과 순종을 충만케 하여 그것을 하나님과 사람에게 겸손함으로 나타내는 일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이 ‘평범 이상의 삶’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하며, 내 ‘스웨터’에 주님이 놓으신 아름다운 무늬를 기대해 보며 마음껏 아름답게 짜 나가시도록 나를 내어 드린다.

- 이 글은 사랑의교회 송영주 집사가 제자 · 사역훈련 중에 쓴 글들을 모아 출간한『내 인생의 스웨터를 뜨시는 주님』(창조문예사)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내 인생의 스웨터를 뜨시는 주님

송영주 집사의 훈련의 여정을 담은 기록으로 이 책을 통해 이러한 은혜를 사모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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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 이상의 삶

그리스도인의 삶은, 죄 사함 또는 천국행 티켓, 그 이상의 것이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의 ‘영적 삶’에만이 아니라, 우리 삶의 작은 부분까지도 관심 있으시다.나의 평범한 삶에 예수님이 들어오신다면, 어떻게 사셨을까?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존 오트버그는 기독교의 역동적인 핵심인 변화와 성장을 일으키는 하나님의 능력에 대해 주목하도록 하며, 그것을 얻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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