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78호 - 사람을 얻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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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후반,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박찬호 선수에게 온 국민의 관심이 모였듯이, 요즘은 일본 프로야구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승엽 선수에게 온 나라의 관심이 모여 있는 듯 합니다. 설령 이승엽 선수가 홈런을 치는 날이면 마치 자기 가족이 홈런을 치듯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가 이렇게 온 국민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을 수 있었던 데에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감독인 하라 다츠노리라는 감독의 영향이 컸습니다. 만약 이승엽 선수가 하라 감독을 만나지 못했다면 오늘날과 같이 온 국민을 열광시키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을 지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의문을 제기할 만큼, 이승엽 선수에게 있어서 하라 감독은 절대적인 존재와도 같습니다. 어떤 이는 서로가 서로에게 천군만마(千軍萬馬)와도 같은 존재라고 표현할 정도로 이 두 사람은 서로를 도와주고 서로에게 유익을 주는 관계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이 이 두 사람을 그렇게 만들었을까요?

1. 마음을 이해하는 리더

하라 감독이 이승엽 선수를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로 지명한 것은 철저히 이승엽 선수의 실력 때문이었습니다. 이승엽 선수는 자신의 실력을 인정해주는 하라 감독 덕분에 이런 자리에 올랐습니다. 하지만 사람이란 누구나 슬럼프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승엽 선수도 슬럼프가 찾아왔습니다.

그런데 냉정히 말하면 프로는 실력으로 말해주는 곳입니다. 아무리 이름값이 있고, 높은 연봉을 받아도 실력이 안되면 퇴출되는 것이 프로입니다. 특히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라는 자리는 이름으로만 차지할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이승엽 선수에게 슬럼프가 찾아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곧 이승엽 선수가 4번 자리를 내놓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하라 감독은 끝까지 이승엽 선수를 4번 타자로 기용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믿음에 보은하듯, 이승엽 선수는 곧바로 슬럼프를 탈출하여 홈런을 쏟아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4번 타자라는 자리가 주는 무게감이 일반인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입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는 일본 프로야구 팬의 70%가 요미우리의 팬이라고 평가될 정도로 일본 내에서 인기를 독차지하는 팀입니다. 이런 팀의 4번 타자는 그야말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이끄는 타자일 뿐 아니라 가히 일본 전체의 대표 타자라는 이미지까지 갖게 됩니다.

이런 부담감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바로 하라 감독 자신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라 감독 자신이 바로 요미우리의 4번 타자 출신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이승엽 선수의 슬럼프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4번 타자라는 그의 자리를 지켜주면서 언론과 주변의 외압으로부터 이승엽 선수를 보호하고 지켜주었습니다.

2. 결과에 흔들리지 않는 리더

그런데 하라 감독이 이처럼 이승엽 선수를 지켜주려고 노력하는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평소 이승엽 선수가 어떤 자세로 훈련에 임하는지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즉, 어떤 선수보다도 열심히 그리고 성실하게 연습에 임하면서도 누구에게든 겸손한 자세를 보이는 이승엽 선수의 인간미를 지켜본 하라 감독은 그가 4번 타자로서의 실력 뿐만 아니라 인격까지 갖추고 있다는 데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승엽 선수가 긴 슬럼프에 빠졌을 때에도 하라 감독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하면서 이승엽 선수를 계속 4번 타자로 기용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이승엽 선수가 슬럼프를 경험하면서 성적이 곤두박질 할 무렵,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OB들은 하라 감독에게 “4번 타자를 바꾸라”고 압력을 넣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여론도 이승엽 선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하라 감독을 압박했습니다. 그들은 모두 이승엽 선수가 지금 보여주는 결과에 주목했습니다. 하지만 하라 감독은 결과가 아닌 과정에 주목했고, 이승엽 선수가 반드시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믿음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3. 무모할 정도로 믿어주는 리더

이승엽 선수에게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온 것은 작년 4월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 하라 감독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승엽 선수가 다음 주부터는 팀을 이끌어 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론 그 말을 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하라 감독이 이승엽 선수를 지나치게 신뢰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하라 감독의 말처럼, 이승엽 선수는 그 다음 주부터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했고 결국 41홈런으로 홈런 2위를 기록했습니다.

올 해에도 이승엽 선수는 22타석 무안타라는 극심한 슬럼프를 경험했습니다. 이번 슬럼프에 대해 여론은 요미우리의 4번 타자를 교체해야 할 시기라고까지 했습니다. 그런 지탄을 받으면서도 이승엽 선수는 부진에서 깨어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바로 그 때, 하라 감독은 이승엽 선수에게 “고개를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나서라”고 주문했습니다. 그리고 이승엽 선수가 고쳐야 할 부분에 대해 원 포인트 레슨(one point lesson)을 해줬습니다. 그러자 놀랍게도 이승엽 선수의 타격은 살아났고, 한동안 멈췄던 홈런도 다시 쏟아내고 있습니다.
한번 실수는 누구나 봐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같은 실수를 반복할 때에도 그를 믿어주는 리더를 만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이승엽 선수가 극심한 부진에 빠진 것은 처음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하라 감독은 여전히 이승엽 선수를 믿어줬습니다. 사람들은 하라 감독의 믿음이 무모하다고 말했지만, 그 무모한 믿음이 결국 열매로 나타나면서 사람들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했습니다.

작년 말, 이승엽 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로의 진출과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의 잔류를 놓고 장고 끝에 일본에 남기로 결정했습니다. 물론 4년간 270억 이상의 금전적인 보장이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결정을 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승엽 선수는 자신이 일본에 남는 이유를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를 믿어준 하라 감독에 대한 고마움 마음에 보답을 하고 싶다. 반드시 하라 감독님께 우승 헹가래를 쳐 드리고 미국으로 가겠다.”

유능한 사람을 밑에 둔 리더는 많습니다. 그러나 유능한 사람이 함께 하고 싶어 하는 리더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하라 감독을 보면서 사람을 얻는 리더란 어떤 사람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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