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200호 예방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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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 우리나라는 전도유망했던 한 젊은 과학 인재를 잃은 슬픔에 잠겼습니다. 남극 세종기지에서 일하던 고(故) 전재규씨가 바로 그입니다. 그는 세종 1호 소속으로, 조난당한 세종 2호의 대원 3명을 구하기 위해 길을 나섰다가 이런 참변을 당했습니다.

한편 조난당한 세종 2호 소속의 3명의 대원들은 얼음동굴에서 추위와 몰려오는 졸음을 맞서 싸우며 구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주머니에 있던 초코파이 조각을 서로 나누어 먹으며 힘을 비축했고, 얼음을 녹여 탈수와 갈증을 해소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구조될 때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것은 남극기지에서의 생활에 경험이 있었던 강천윤 부대장 때문이었습니다. 그는 함께 조난당한 2명의 대원들에게 계속해서 "나만 믿어라. 분명히 구조대가 온다."며 희망을 가지라고 격려했습니다. 결국 부대장의 말을 믿고 목숨의 끈을 놓지 않은 대원들은 모두 무사히 구조되었습니다.

세종 2호를 구조하기 위해 떠났다가 오히려 자신들이 조난을 당한 세종 1호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살을 에는듯한 차가운 남극 바다를 헤쳐나와 가까스로 육지에 올랐지만, 무섭게 부는 바람에 한 걸음을 떼는 데도 2-30초가 걸릴 정도였습니다. 이미 차가운 남극 바닷물에 젖은 몸은 엄청나게 불어대는 바람에 꽁꽁 얼어버렸고, 대원들의 눈은 서서히 감겨가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 그들이 서로의 뺨을 때려가며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것은 "어떻게든 빨리 구조 요청을 해서 전재규 대원을 찾아야 한다"고 외친 한 대원의 말 때문이었습니다. 그들은 눈 앞에서 놓쳐버린 고(故) 전재규 대원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몸을 움직였고, 결국 위성추적장치를 통해 400여미터 떨어진 곳에 대피소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습니다. 한 걸음 내딛는데만 2-30초가 걸릴 정도로 힘든 길이었지만, 그들은 '살아서 잃어버린 동료를 찾자'는 말에 더욱 힘을 냈습니다. 그리고 서로 몸을 밀착하여 온기를 보존하면서 대피소까지 걸어갔습니다.

세종 1호와 2호의 이런 조난 과정이 뉴스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리더십의 중요성을 새삼 느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은 "대원들이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분명한 목적의식과 '나를 믿으라'며 확신을 준 리더 때문"이었다고 평가합니다. 그런데 구조의 과정과는 별개로, 조난이 일어난 상황과 배경 속에서 우리는 아주 중요한 사실 하나를 발견하게 됩니다.



세종 1호는 조난당한 세종 2호를 구조하기 위해 떠난 비상구조팀이었습니다. 즉, 세종 1호의 목적은 세종 2호를 무사히 데리고 돌아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구조를 위해 길을 떠난 세종 1호는 오히려 자신들이 구조를 받아야만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한 기사에 따르면 세종 1호가 이처럼 엄청난 위기를 맞아야만 했던 것은 사고가 아니라 이미 예견된 것이라고 합니다. 즉, 이번 사고는 쇄빙선(碎氷船)과 항공기 도입을 미룬 채 고무보트에만 대원들의 안전을 내맡겨온 한국 정부가 자초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남극 기지에서 쇄빙선과 항공기를 아직까지 도입하지 않은 나라는 우리나라와 폴란드밖에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남극에서 고무보트 사고가 일어난 것은 1950년대 이후에 처음있는 일이라고 합니다.

얼어붙은 바다 위를 고무보트로 이동하는 것은 무서운 속도로 얼어붙은 도로를 질주하는 자가용과 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제동장치를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큰 사고가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얼어붙은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가 미끌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체인을 감는 예방이 필요합니다. 마찬가지로 인명을 구조하기 위해 떠나는 구조팀이라면 당연히 얼어붙은 바다를 깨고 나아갈 수 있는 쇄빙선을 타고 갔어야 했습니다.

위기를 예방하는 방법은, 위기를 불러올 수 있는 가능성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것입니다. 위기가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은 그대로 둔 채, 그 대비책만 생각한다면 이미 엄청난 댓가를 치룰 각오를 해야만 합니다. 그동안 세종기지에서 일한 수많은 사람들이 쇄빙선과 항공기의 도입을 주장했지만, 정부는 재정적인 이유를 들며 이를 묵살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이와같은 큰 참사를 가져왔습니다.



오늘날 많은 목회자들이 예방목회 보다는 대처목회를 합니다. 일이 터지고 난 뒤에야 그 일을 수습하기 위해 백방 노력을 합니다. 사실 목회 현장에서 일어나는 대부분의 문제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일어나는 관계의 문제들입니다. 그리고 결국 관계란 리더십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목회 현장에서 예방목회를 한다는 것은 리더십을 키우는 것입니다. 목회자 자신의 리더십 뿐만 아니라, 그들과 함께 사역하는 평신도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키울 때 진정한 예방목회가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평신도 지도자들의 리더십을 키워주지 않는다 하더라도 큰 일이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을 것입니다. 전통적인 목회 스타일로 오랫동안 교회를 이끌었어도 평신도들과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말하는 목회자들이 많습니다. '평신도들을 키워주면 목사의 권위에 대항한다'는 말도 합니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바닷물이 얼어붙는 남극기지에서, 아직까지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이유로 쇄빙선의 도입을 미뤄온 한국 정부의 자세와 똑같습니다. 결국 큰 사고가 일어나고 나서야 그에 대한 대처를 시작합니다. 이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입니다.



평신도의 리더십을 키우는 예방목회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스스로 평신도 지도자들을 '동역자'로 보는 눈이 필요합니다. '교회는 목사가 이끌어 간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절대로 평신도들에게 눈을 돌리지 않습니다. 그런 목사는 자신만 크기 위해 노력합니다. 평신도 지도자들이야말로 목사와 함께 교회를 세워갈 동역자라고 인정할 때, 그들을 키워주려는 마음이 생깁니다.

제자훈련을 통해 평신도 지도자를 세운 수많은 목회자들이 한결같이 하는 고백이 있습니다. 그것은 '이제 우리교회 평신도 지도자들은 내 눈빛만 봐도 내 마음을 읽는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목회가 편안하다'고 말합니다. 설령 여러 가지 문제가 일어나더라도, 목회자 혼자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다니는 것이 아니라, 평신도 동역자들이 함께 문제를 풀어갑니다. 당연히 아무리 큰 문제도 쉽게 해결되며, 큰 문제가 일어나지도 않습니다. 제자훈련하는 교회에서는 평신도들이 목회의 대상자일 뿐만 아니라 동역자들이기 때문입니다.

만일 세종 1호가 쇄빙선을 타고 세종 2호를 구조하러 떠났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안타까운 한 인재를 잃는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이 사건을 통해 한국 사회가 리더십의 중요성 뿐만 아니라 예방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한국교회도 예방목회의 중요성을 깨닫고, 예방목회를 도입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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