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62호 - 숙제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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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금요일 새벽기도 중에 엄마에게 제자반 발 씻겨드리기 생활숙제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집에 돌아왔다. 집으로 와 기회를 살폈지만 어쩌다보니 시간을 놓치고 결국 실천하지 못하고 금요다락방 모임이 있어 외출을 하게 되었다. 다음날 토요일 큐티를 하면서 '발 씻어 주기' 생활숙제에 대해 부담감이 있었지만 원치 않게 엄마와 다퉈 맘이 상하는 바람에 숙제에 대한 얘기를 꺼내기 조차 어려웠다.

주일날 제자반 총무님께서 엄마가 살아 계시다는 것만도 커다란 기쁨이라며 더 잘해 드리라는 말씀과 이동원 목사님 메시지 가운데 사모님께서는 자신에게 스트레스를 준 사람에게 잘못을 지적하기 보다 하나님께 그 영혼에 대해 불쌍히 여겨달라는 기도를 하신다는 말씀이 생각나서 다시 한번 나의 잘못을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설사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손 치더라도 엄마를 지적하며 몰아 붙이는 잘못된 행동을 했으니까 말이다.

드디어 월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돌아와서 엄마에게 인사를 하는데 갑자기 '지금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엄마에게 웃으며 "교회 숙제가 있는데…." 하니까 엄마는 '네 숙제인데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 라는 표정으로 나를 보시다가 발을 씻겨드리겠다고 하니까 쑥쓰러워 하시며 싫다고 하신다. 그런 엄마를 일으켜 세워 미리 준비해둔 세숫대야 앞으로 모셔와 앉혀 드린 후에 아빠가 엄마를 힘들게 했을 때 돈을 구하려고 머리에는 보따리를 이고 한 오빠는 업고 또 한 오빠는 걸리면서 친정으로 향했던 엄마의 발을 정성껏 씻겨 드렸다. 자식들 뒷바라지를 위해 자존심도 버리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던 그 발을 씻겨드리면서 이제 엄마에게 더 잘 할 테니까 그 아픈 기억 모두 잊으시라고 말씀 드리는 순간 콧날이 찡하면서 목이 메인다. 엄마도 그 때의 일이 생각나는지 울먹거리시며 내게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과제로 주어진 독서물 가운데 친구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대접했던 '메기'의 얘기가 나온다. '메기'가 보기에는 모임 중에 예수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지 않아서 하나님의 역사가 없었다고 생각했지만 '메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거기 모인 사람들이 하나님의 임재를 느낀 것처럼 오늘 우리 엄마에게도 예수님에 대해 직접적으로 말씀은 못 드렸지만 '메기'의 아이스크림 파티에 함께 하셨던 동일한 하나님의 임재가 있었으리라 믿는다. 또 그렇게 기도한다. 나의 작은 행동을 통해 예수님의 그 따뜻한 사랑을 엄마가 느낄 수 있도록 엄마에게 향하신 예수님의 마음을 만날 수 있기를 말이다.

<훈련생의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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