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58호 - 영적유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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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03년도 두 달여 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뒤 돌아 보면 나에게 기쁨도 있었지만 큰 안타까움이 있다. 그것은 바로 연초에 어머니를 잃은 것이다. 공교롭게도 나의 부모님들은 돌아가시면서 까지도 자식들에 대한 배려를 해 주신 것 같다. 아버님은 어버이 날인 5월 8일에 하늘나라로 가셨고, 어머니는 한해를 더 사시고 1월 2일에 돌아가셨다. 그것도 아버님 생일에… 자식들을 위한 배려가 매우 크신 분들이라 생각한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라는 말씀처럼 잊혀지기를 싫어하시는 것 같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하던 부모님의 공백을 바로 몇 주 전부터 느끼기 시작했다.
우연히 내게 떠오르는 질문으로 십여년전의 일을 생각나게 했다. 그 질문들은 '당신의 생애에 가장 추웠던 기억(육체적, 정신적)은 무엇인가?' '당신의 생애에 가장 따뜻했던 기억(육체적, 정신적)은 무엇인가?' 였다.

87년 겨울 이상하게 참을 수 없을 만큼 기침이 많아졌다. 저녁만 되면 고통스러워 참을 수 없었던 기침 때문에 병원가서 조사를 해보니, 결핵이었다. 겨울 방학동안 부모님이 계시는 용인으로 내려가서 쉬었다. 의사의 진단과 처방은 일년을 약 먹고 충분히 쉬라는 것이었다.
하루는 깊은 잠에 들어 있었다. 얼마를 자고 있었을까? 시끄러운 소리에 나의 귀가 열렸다.
옆의 골방에서 기도하시는 어머니의 기도 소리였다. 자식들부터 손자까지 하나하나 기도하시는 소리였다. 내 차례가 돌아왔다. 나의 병과 약함을 위해 자신의 가슴에 손을 대시고 울며 중보 기도하는 소리였다. 어머니의 기도를 들을 때, 누운 자리에서 눈물을 흘릴 수 밖에 없었다. 그 순간 내가 심한 기침의 고통 가운데서도 끓어오르는 기쁨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어머니의 처절한 중보기도가 내 영혼의 기억에 새겨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해를 돌아보았다. 결혼 생활 10여년 동안 아내와 불편한 관계가 있었던 것 보다 지난 한해에 더 자주 다투는 일이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시기 전에는 암이라는 병마와 싸우시면서도 평생을 하루에 2-3시간씩 기도를 하시며 자녀들을 위해 기도를 하셨던 어머니, 그 덕분에 큰 어려움과 고난을 은혜로 넘길 수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렇게 나와 우리 가족을 위해 그만큼 영적 시간을 투자하는 이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성령님을 제외하고) 한마디로 영적 자본금 조달이 끊어진 것 같다는 느낌이다.

십 수년 전부터 지금까지 '당신의 영적 유산은 무엇입니까?' 라고 누군가 물을 때에, 당당하게 "당연히 어머니의 기도"라고 말해왔다.
부모님이 내게 보여주신 영적 유산은 하나님 앞에 특심한 열심이셨다. 서울에서 용인으로 이주한 이후 매일 용인에서 서울 본교회로 예배를 참석하시던 부모님, 정말 몸이 허락하실 때까지 말씀과 주의 전을 사모하는 열심으로 사셨다. 열심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과 자식들을 위해 중보기도 하는 모습을 내 신앙인생에 유산으로 남겨주셨다.
부모님이 남겨주신 '영적유산'을 생각하면서 결심한 것은 부모님이 내게 남겨주신 영적유산처럼 나의 자식들에게도 '영적유산'을 물려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도 특별한 유산을 준비하기 위해 낙타무릎이 되어야 겠다.

<훈련생의 노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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