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축구 한일전이 있었습니다. 어이없는 결과에 좀 허탈하기는 했지만 경기 내내 주도권을 놓치지 않는 우리 선수들의 플레이에서 “야! 정말 많이 변해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작년 6월의 감동을 다시금 떠올렸습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히딩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리더십의 중요성은, 아니 리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습니다. 한 사람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우리의 오감을 통해 경험했습니다.
말이 안 통하는 나라
히딩크가 처음 우리 팀을 맡아 출발하던 시기에 내어놓았던 보고서가 기억이 납니다. 특별히 정신력 부분에 대한 그의 분석이 탁월했던 것으로 생각됩니다. 히딩크는 정신력을 단순히 하나로 보지 않고 보통 우리가 말하는 정신력과 동기부여, 의사소통,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으로 세분해서 평가했습니다.
정신력과 동기부여 부분에서는 거의 만점에 가까운 99점과 100점을 주었으나, 위기관리 능력과 의사소통 부분에는 30점과 20점이라는 형편없는 점수를 주었습니다. 싸워 이기려는 투지는 왕성하지만 공을 잡으면 흥분하고, 고참선수와 신참선수들 사이에 활발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파악한 것입니다.
히딩크의 분석은 우리 사회에도 상당한 의미를 갖습니다. 우리 민족 한 사람 한 사람을 보면 모두 똑똑할 뿐 아니라 뛰어난 개인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세계가 다 아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잘사는 나라, 정말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은 우리 국민들의 투지는 세계 어느 나라 국민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높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결정적인 약점은 다름 아닌 커뮤니케이션에 있습니다. 도대체 말이 안 통한다는 것입니다.
말이 통해야 일도 통합니다
만사가 그렇듯이 말이 통해야 일도 통합니다. 창세기 11장에 기록된 바벨탑의 저주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의사소통은 모든 사역의 기초가 됩니다. 말이 통하지 않으면 사역이 잘 될 리가 없습니다. 리더십에 있어서도 원활한 의사소통은 매우 중요합니다.
아무리 뛰어난 실력과 능력을 갖춘 리더라고 할 지라도 자신의 의사를 팀원들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없고 팀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효과적인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말”에 대해 자신감을 갖는 리더가 많지 않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모든 문제가 그렇듯이 이 문제도 기술적인 면과 철학적인 면으로 나누어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기술적인 면보다는 기술의 기초가 되는 철학적인 면에서 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보고자 합니다.
다음의 4가지 원리의 실천을 통해 말이 통하는 관계를 정립하는 것에서부터 이 문제의 해결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1. 상대를 유일한 존재로 대하십시오
상대를 이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귀한 사람으로 여겨야 합니다. 교사는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을, 의사는 환자 한 사람 한 사람을, 목회자는 성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이렇게 대해야 합니다.
2. 상대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십시오
우리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여러가지 선입관, 자신의 경험과 패러다임의 잣대로 사람들을 대합니다. 그것은 단지 나의 제한적인 판단이고 생각임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하십시오. 상대를 외부 조건으로 판단하지 마십시오. "OO놈들은", "돈 많은 놈들이란 모두", "많이 배운 놈일수록"이란 생각 전에 "저 사람만이 가진 독특한 특성은 무엇일까?"라고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3. 상대를 주체적인 존재로 대하십시오
상대를 스스로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자율적인 존재로 인정해야 합니다. 조정하고 지배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내가 이렇게 얘기하면 저 사람 이렇게 반응하겠지? 그러면 난 또 이렇게 대응해야지."라고 계산하지 마십시오. 인간은 사물이 아니기 때문에 당신 마음대로 조종할 수 없습니다.
4. 상대의 사고 능력을 인정하십시오
상대의 독특한 사고 능력을 인정하십시오. 그를 존중해 주십시오. 당신이 지금 대하고 있는 사람은 누군가의 사랑과 존경을 받고 있는 귀한 사람입니다. 돈버는 기계, 밥짓는 기계,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입니다.
마음이 통해야
말이 통해야 리더십도 통하고 일도 통합니다. 그런데 위의 4가지 원리에서 보듯이 말의 출발도 마음에 있습니다. 리더가 자신과 팀원을 어떤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느냐가 중요합니다. 우리 모두 예수님의 마음으로 자신과 팀원을 바라보는 리더가 되었으면 합니다. 우리 모두 말이 통하는 리더가 되었으면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