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훈련] 31호 - '생활숙제 - 유언서 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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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12월 20일 제자 · 사역훈련생을 위한 31번째 편지를 보내드립니다


[훈련생의 노트에서] '생활숙제 - 유언서 쓰기'





49년 이라는 기간은 길지만 짧은 세월이었구나.

스물 다섯에 아빠와 결혼해 24년을 살았으니 생의 반을 너희 아빠와 함께 한 셈이지.
천상병 시인은 인생을 소풍이라고 했지만 엄마에게 삶은 소풍이라고 하기에 너무나 소중하고 아쉬운 그 무엇이다. 엄마는 감사하게도 별 어려움 없이 평안한 삶을 살았구나.
부유한 환경에서 열린 시각을 가지신 부모님을 허락하셨고 엄마를 사랑하고 가족을 끔찍이 위하고 세상을 보는 따뜻한 눈을 가진 너희 아빠를 허락하시고 영리하고 선한 마음을 가진 정호, 엄마를 늘 배려하는 마음을 가진 우리 똑똑이 민정이를 허락하신 하나님께 감사하는 마음 뿐이란다.

그러나 한편, 하나님이 주신 축복이 너무나 많은데 엄마는 그 많은 축복을 나눔이라는 그릇에 담지 못한 죄스러움이 가슴을 누르는구나.
또 축복에 감사하는 마음보다는 내가 똑똑해서, 내가 잘 선택해서, 내가 잘 가르쳐서 받는 것이 당연하다는 무서운 교만에 빠지고 하나님을 부정해서 그 분을 한없이 슬프고 아프게 한 적도 있는 말로 할 수 없는 부끄러운 삶도 있었단다.
지금까지 엄마의 인색함과 교만함은 정말 치료되지 않는 불치병과 고질병처럼 삶의 순간순간 불쑥불쑥 튀어나와 죄지음과 회개를 반복한 것을 너희에게 고백한다.

마지막 엄마에게 남아있는 이 몸으로 어떻게 하나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나눌까 생각했다.
엄마의 몸에서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 필요한 사람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렴.
혹시 그것이 여의치 않으면 민정이 학교에 엄마 몸을 기증해 민정이 후배들이 공부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엄마의 유골은 엄마와 아빠가 자주 가서 기도 드리던 안성 수양관 근처에 뿌려 어린 나무의 양분이 되었으면 한다.

사랑하는 정호야, 민정아.
너희들이 하나님 안에서 아름다운 신앙으로 자라나는 것이 너무나 고맙다. 너희들의 삶을 하나님께서 아름답게 인도할 것을 늘 기도했고 또 그렇게 하실 것이므로 엄마는 너희 걱정이 안 되는구나.
인간의 모든 것은 내 것이 하나도 없고 단지 하나님 손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기도하며 그분을 바라고 주신것에 감사하고 늘 찬양하며 살면 성공하는 삶이 될 거라 믿는다.

정호는 하나님과 민족을 위해 쓰임 받는 과학자가 되길 원하니 하나님께서 인도하실 것이고 민정이는 하나님과 인간을 사랑하고 인간의 육신의 아픔뿐 아니라 영혼까지도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는 하나님의 쓰임 받는 의사가 되렴.

너희의 뛰어난 재능과 능력은 너희의 것이 아니라는 것을 늘 명심하고, 왜 하나님이 그것을 주셨는지 알면 엄마처럼 교만의 우는 범치 않을 것이다.
또 너희들이 인간관계, 특히 배우자와의 관계에서 성공하기 바란다. 세상 풍조를 따라 함부로 행동하지 말고 성경에 하나님이 주신 가르침으로 아름다운 가정을 이루어서 하나님의 기쁨이 되고 예수님의 향기 넘치는 가정을 이루렴

정호, 민정이. 너희들을 주시고 또 사랑하는 너희 아빠를 주셔서 이 땅에서 삶을 행복하고 기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 주님 안에서 늘 소망을 가지고 어려운 현실에 무릎 꿇지 말고 하늘을 보는 믿음 안에서 승리하는 삶을 살 것을 믿는다.

너희들은 엄마의 부재를 너무 슬퍼하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가 잠깐 헤어지는 것이고 언젠가는 천국에서 만나는 소망이 있잖니. 우리 거기서 만나 마음껏 하나님을 찬양하고 눈물 없는 그곳에서 영원히 살자. 다시 만날 그 날을 기리며..
정호, 민정이 잘 있어..
엄마는 정말 너희들을 사랑한다.


- 이 글은 사랑의교회 어느 제자훈련생의 생활숙제에서 발췌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