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뮤얼 헌팅턴 교수는 세계 정치가 '이데올로기'가 아닌 문화적 특성에 따라 재구성되고 냉전시대의 낡은 블록을 문명공동체가 대체됨으로 '문명간의 충돌'이 일어난다고 주장한다. 이념의 자리를 문명이 차지하고 문명간의 단층(fault line)이 정치의 갈등 요소로 부상했다고 보는 것이다. 과거에 패권을 잡았던 서구 문명이 점차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위기 국면에 몰리면서 그 영향력이 약화되어 서구권과 비서구권 문명간의 균형이 이루어져가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세계 정치 질서의 핵심 변수를 '문명'이라고 이해하며 전세계를 7개의 문명으로 나눈다. 서구 기독교 문명, 동방 정교 문명, 이슬람 문명, 인도의 힌두 문명, 일본 문명, 유교 문명. 전쟁은 이들 문명간의 단층선에서 일어난다는 것이 '문명의 충돌' 이론의 핵심이다. 즉, 전쟁이라는 것이 단지 국익, 안보 같은 것 때문이 아닌 문명이라는 요소에 의해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문명간의 전쟁에서 핵심적 위치를 차지하는 것이 종교라는 것이다.

헌팅톤 교수는 냉전의 사고구조를 문명의 충돌에 적용하여 서구와 비서구라는 이분법적인 관점으로 세계를 보고 있다. 그는 이슬람과 아시아의 용트림이 과거 힘과 경제력으로 세계를 주도한 서구권을 강타할 것이며 서구문명과 비서구문명의 격돌이 한 시대를 풍미할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러한 갈등은 국가 대 국가의 분쟁이 아니라 문명과 문명의 단층선에서 시작된 문명의 충돌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주장은 현대 세계 정치의 핵심을 파악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게 평가되어진다.

그러나 헌팅톤 교수의 문제는 그의 시각이 너무 서구편향적이라는 것이다. 서구는 도전 의식이 강한 이슬람 문명, 중국 문명에 대해서는 늘 긴장감을 느끼며 이들의 관계는 대체로 적대적이다. 세력이 약하며 서구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와의 관계는 원만한 편이다. 헌팅톤 교수는 이러한 시각에서 이슬람 문명을 피의 경계선을 가진 문명으로 설정하고 논리를 펴가고 있다. 「오리엔탈리즘」의 저자인 컬럼비아 대학교의 에드워드 사이드(Edward Said)는 이슬람에 대한 헌팅턴의 견해를 주목하면서 서구인들이 이슬람 교도에 대해 '광적인 테러리스트 집단' 이라는 경계심을 풀지 않는 한 이슬람과 서구 문명의 화해는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보스턴 대학교의 월터 클레멘스(Walter Clemense)는 문명 충돌의 불가피성을 강조하기보다 문명간의 협력과 동맹, 조화로운 공존에 눈을 돌려야 하지 않는가라는 의견도 제시하고 있다.

문명의 충돌에 대해 우리 그리스도인은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가? 이번에 미국 테러사건이 나면서 이슬람에 대한 우리의 지식이 너무 천박했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되었다. 단지 한 손에는 칼을, 한 손에는 코란을 들고 강압적으로 포교해온 이슬람에 대한 선지식만으로는 이슬람 세계에 대해 바른 태도를 결정할 수 없다. 지금 무슬림의 눈에는 '서구=기독교'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있다. 서구의 오만한 정책이 무슬림을 향한 복음의 문을 막아버렸다는 사실도 못내 안타깝다. 헌팅톤이 예견한대로 문명의 충돌이 이미 시작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문명이 서로 충돌하지 않고 서로 공존하며 화해를 이루고 평화를 이루도록 우리 그리스도인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이들을 사랑하며 이들을 향한 선교의 발걸음을 내딛으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이제 곧 라마단이 시작된다. 이 기간동안에 무슬림을 향한 기도와 금식 운동을 하는 형제들이 있다. 매해 2천만명의 그리스도인들이 이 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우리의 기도가 세상을 변화시킨다. 2001년 11월 17일-12월 16일, 이슬람 세계를 이해하며 이들을 위해 무릎을 꿇는 이 기도운동에 참여할 것을 권한다. "무슬림을 위한 30일 기도" 책자를 구하기 원하면 열방대학 중보기도센터로 연락하면 된다. ( 064-780-2562, prayerc@hite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