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라는 얇은 책 한 권이 한국과 미국·일본의 독서시장에 변화의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이 책은 한, 미, 일 3국을 통틀어 장기간 베스트셀러로 읽혀지고 있다. 정보화시대와 맞물려 최근 경제·경영서의 주요 이슈도 바로 '변화'에 관한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치즈는 성공과 행복의 상징이다. 치즈를 우리 정서에 익숙한 '떡' 내지 '밥'이라고 해도 상관없다. 치즈이건 떡이건 간에, 생존의 조건과 환경이 바뀌면 그에 맞게 아니 그에 앞서 스스로 변화해야 성공과 행복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주제다.
"변화에 신속하게 대처하라"는 말은 누구나 하는 말인데, 유독 이 책이 설득력을 갖는 이유는 심리학을 전공한 의학박사라는 저자의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한마디로 말하면 우화적 형식 때문이다. 단순한 생쥐의 행동양식에 대비시키는 수법으로 인간들의 약점을 스스로 인정하게 만든다. 마치 "자, 지금부터 당신을 먼 옛날 어느 마을로 안내하겠습니다. 그곳에서 당신은 당신 자신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라고 속삭이듯이... 하지만 기분 나쁜 최면은 아니다. 실의에 빠진 이들을 이 정도로 독려해 주는데 책도 드물기 때문이다.
이야기 속의 등장인물은 두 마리 생쥐와 두 꼬마 인간이다. 모두 미로 속에서 치즈가 있는 방을 찾아 치즈를 즐기는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치즈가 없어지자 단순한 생쥐들은 바로 새 치즈를 찾아 나서지만 복잡하게 분석하는 인간들은 주저앉아서 불평만 한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어?" 그러나 두 명의 꼬마 인간 가운데 한 명은 그렇게 불평만 해서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내 새 치즈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도중에 실망과 좌절을 겪지만 결국 새 치즈를 찾아낸다. 그리고는 아직도 과거에 대한 집착과 미래에 대한 불안으로 망설이고 있는 친구가 어서 용기를 내 새 치즈를 찾아 나서기를 바란다는 얘기다. 한 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아니 한 시간 동안의 최면에 걸린 독자들 상당수는 이렇게 말한다. "새 치즈를 찾아 나설 용기를 얻었다"
이 책이 독자를 사로잡는 이유는 간단하다. 새 치즈를 찾아 나선 생쥐들을 생각하면서 '생쥐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나도 할 수 있다'고 용기를 내는 꼬마 인간을 통해, 독자도 자신을 생쥐보다 못한 인간으로 여기고 싶어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여느 책처럼 어떻게 변화하라는 구체적 지침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어떤 치즈가 좋다는 가치 판단과 이념성에 대해서는 배제했으면서도, 강력한 어조로 변화의 당위성을 설득시킨다. 성공과 실패의 지렛대로 변화를 설정한 저자의 냉정한 구도를 그대로 따라가면서 누구나 낙오자가 되고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치즈의 내용을 채워 가는 일은 최면에서 깬 각자의 몫이다. 그것은 처한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IMF 이후 구조 조정이 일상화된 현실은 기존의 관행과 새로운 모험의 갈림길에서 주춤거릴 조금의 여유도 허용치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 책은 자신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변화를 꾀하고자 하는 보다 많은 이들에게 자신감을 주는 것만으로도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