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3년 2월, 삼성그룹의 이병철 회장은 반도체 사업을 삼성의 주력업종으로 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구상을 발표했다. 당시 반도체 사업은 전망이 불투명했고 한국은 이 분야에서 선진국에 비해 10년 이상 뒤떨어진 상태였다. 또한 이것은 연구개발과 최첨단 공장의 건설에 계속해서 엄청난 돈을 쏟아 부어야 하는 산업이었다. 따라서 이 회장 주변의 사람들은 삼성이 이 사업에 뛰어드는 것을 모두 반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오늘날 반도체 사업 없는 삼성전자는 생각할 수 없으며 이제 우리 나라의 반도체 산업은 국제경쟁력을 갖춘 우리의 몇 안 되는 산업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최근에 출간된 유필화와 헤르만 지몬의 공저 "생각하는 경영(한·언)"에 나오는 내용이다. 교회도 비전이 필요하다. 목회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 가운데 하나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바르게 제시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코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모든 기업은 단순 명료하고 일관성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한다. 이 목표는 이해하기 쉽고 도전해볼 만한 내용이어야 하며, 이것으로 인해 회사의 모든 사람이 공통의 비전을 갖게 되어야 한다. 최고 경영자는 깊이 생각하여 이러한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널리 알린 다음, 몸소 그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회사는 교회로 최고경영자는 담임목사로 치환해서 생각해본다면 어떨까?
비전이란 공동체의 방향을 잡아주는 일이다. 동시에 공동체에 속한 사람들에게 강한 동기를 유발하고 에너지를 분출시키는 힘을 공급한다. 그들이 동감하고 그들을 받쳐주는 비전이 있음으로 인해 사역에서 보람과 의미를 찾게되고 그들의 잠재력을 발산하게 된다. 프랑스의 작가 생텍쥐베리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만일 당신이 배를 만들고 싶으면, 사람들을 불러모아 목재를 가져오게 하고 일을 지시하고 일감을 나눠주는 따위의 일을 하지 말라. 대신 그들에게 저 넓고 끝없는 바다에 대한 동경심을 키워주라."
그러나 이러한 비전이 너무나 까마득한 먼 훗날의 이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렇다고 내일 달성할 수 있는 현재의 일이어서도 안 된다. 오늘의 상황과는 다른 상태를 보여주는 동시에 꽤 구체적이어야 한다. 황당무계하고 우스꽝스러운 추상적인 비전은 사람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목회자가 제시하는 비전은 단순히 자신의 상상력이나 현실을 진단하는 것에서 출발해서는 안 된다. 목회자의 비전은 하나님의 시각에서 출발해야 한다. 성경적 원리에서 추출된 비전이어야 한다. 가장 이상적인 비전의 근거는 하나님께서 의도하신 교회의 모습이어야 할 것이다. 교회의 본질에 걸맞은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을 때 성도들의 동의와 확신에 의한 헌신을 얻을 수 있게된다.
비전은 시대를 앞서가는 것이다. 그러기에 대중이 이해하기가 쉽기 않다. 그러므로 비전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아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 비전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면 그 비전을 따라가며 헌신하는 사람이 생길 리 없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명확하게 이해하고 암기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비전을 전달하고 공유해야 한다. 비전을 전달함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지도자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모범일 것이다. 지도자는 걸어다니는 비전 그 자체가 되어야 한다. 2000년을 눈앞에 두고 준비하는 지금, 당신이 섬기고 있는 교회를 향한 주님의 비전을 바라보며 그 비전을 전달하기 위한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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