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성경에 등장하는 인물들 가운데 가장 많은 팔로워를 두고 있는 사람은 예수님 이외에는 단연 사도바울이 독보적이라는 의견에는 이견이 없을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도바울의 삶과 가르침에서 많은 리더십의 원리들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바울은 새로운 교회가 세워지고 기틀이 잡히면 곧 다른 곳으로 떠났습니다. 장기 체류하면서 교회 일에 사사건건 간섭하거나 참견하려 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은 또 교인들 위에 군림하거나, 교회에 대한 지배권을 행사할 마음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교인들을 믿고 모든 권한을 위임하여 스스로 치리하고 운영토록 했습니다. 권위로 다스리기보다는 자신을 모범으로 제시하여 본받도록 합니다. 바울은 교인들에게 끊임없이 ‘나를 본받으라’고 촉구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사도바울에게서 발견하는 리더십 가운데, ‘나를 본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리더십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나를 본받으라’ ‘본받는 자’라는 명사는 신약성경에 총 6번 등장합니다. 그 중 5번은 바울서신에서 등장합니다(고전4:16; 11:1; 살전1:6; 2:14; 엡5:1). 유사한 단어인 ‘모델’은 총15번 등장하는데, 바울의 글에 7번 사용됩니다. 이러한 통계는 바울이 설득을 위해 ‘본받음’이라는 개념을 얼마나 즐겨 활용했는지를 잘 보여줍니다.
‘본받으라’, ‘닮으라’는 권면은 권하는 사람이 듣는 사람과 ‘스승-제자’와 같은 특별한 관계나 권위를 확보하고 있을 때 가능하다는 점에서, 바울이 자주 본받으라는 권면을 했다는 사실은 교인들에게 미치는 바울의 영향력이 매우 컸음을 간접적으로 말해 줍니다.
그런데 바울이 ‘나를 본받으라’는 권면을 할 때는 고린도전서 11:1에서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내가 그리스도를 본받은 것 같이’라는 전제가 되어 있습니다. 바울이 그렇게 권면할 수 있었던 것은 바울 스스로 그리스도를 본받으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자기와 예수님 사이의 본받는 관계를 모범으로 제시하면서 바울은 교인들과 자신 간에 ‘본받는 관계’가 형성되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 것입니다. ‘나를 닮으라’는 바울의 요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자신이 아니라, 그리스도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서 바울은 스스로를 내세우거나 자신의 윤리적, 영적 우월성을 주장하기 보다는, 그리스도를 닮아가기를 힘쓰는 바울 자신처럼 교인들도 그렇게 살라고 권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를 닮기 원하는 사람은 ‘약함’과 ‘고난’까지도 추구한다 그리스도를 본받기에 힘쓴 바울은, 예수님의 고난에도 동참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바울에 따르면 신자는 현세에서 고통을 당해야 합니다. 그런데 그 고통은 장차 나타날 영광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심지어 고난은 장차 나타날 영광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요소라고까지 말합니다(롬8:17). 그리스도를 본받고자 애쓰는 바울은 자신의 약함과 고난을 자랑합니다(고후12:5). 이 두 가지(약함과 고난)는 그리스도 본받음의 구체적인 증거가 되는 것입니다. 바울은 자신이 약할 때 능력이 온전해지고 약할 때 그리스도의 능력이 자신에게 머문다고 고백하면서, 약함을 자랑하고 그리스도를 위해 당하는 고통과 고난을 기뻐합니다(고후12:10). 그리고 교인들에게 자신과 마찬가지로 고난에 동참할 것을 호소합니다(빌1:29).
결국 예수님은 바울뿐 아니라 모든 믿는 사람에게 최고의 모범이 되시는 것입니다. 바울은 교인들에게 ‘나를 본받으라’는 권면을 하면서 교인들이 좀 더 온전해지기를 원했던 것입니다. 더 아나가 그리스도를 닮아 궁극적으로는 그리스도처럼 되기를 간절히 바랐던 것입니다(빌3:21). 그리스도를 본받음에는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는 것까지 포함되었던 것입니다.
우리는 사도바울의 삶을 사도행전과 서신서 들을 통해 살피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고난에 동참하였는지 행적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번 한 주 우리의 삶을 돌아보면서 우리는 얼마나 ‘나를 본받으라’고 말할 수 있는 리더인지를 평가해 보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바울을 닮아가고 더 나아가 그리스도를 온전히 닮아가는 리더가 되기를 소원합니다.
이 글은 대한기독교서회에서 출간한 <사람과 세상을 이끈 인물 바울>에서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