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603호 - 리더의 두 가지 선택, 피그말리온과 스티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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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십이란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입니다. 구성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결국 리더는 구성원들의 마음을 잘 알아야 합니다. 겉으로는 단순히 행동만 드러난다고 하지만 그 행동의 이면에는 수십 가지의 생각이 잠재되어 있음을 안다면, 리더는 단순히 구성원들의 행동만 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마음을 잘 헤아리고 그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드는 법을 익혀야 합니다.

미국 하버드 대학의 교육심리학과 교수인 하워드 가드너에 의하면 사람들은 때로 '다섯 살 난 아이의 마음'을 상대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대부분의 심리학자들도 사람의 마음은 이미 다섯 살에 거의 결정된다고 합니다. 다섯 살 난 어린아이 속에 형성된 마음이, 사람에 따라서는 성인이 된 후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따라서 마음의 영역을 다루는 분야가 리더십이라고 한다면, 결국 진짜 리더는 다섯 살 난 아이의 마음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리더는 어떻게 인간의 마음에 잠재되어 있는 '다섯 살 심리'에 호소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다섯 살 심리’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대표적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칭찬’입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마슬로우에 따르면 칭찬, 즉 인정과 존경의 욕구는 제법 높은 단계의 욕구수준입니다. 아이든 어른이든 할 것 없이 칭찬을 받게 되면 높은 수준의 동기를 부여받게 됩니다. 소위 ‘다섯 살 심리’에 칭찬과 격려는 제대로 에너지를 부여하는 도구인 것입니다.

칭찬은 일의 결과에 따라 내어놓는 단순한 ‘보상물(reinforcement)’이 아닙니다. 물론 구성원들이 잘 하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서는 당연히 칭찬을 해 주어야겠지만, 그렇지 않은 일에 대해서도 리더가 앞으로는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심어주고 격려를 아끼지 않는 태도는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이 부분을 설명하는 것이 바로 피그말리온과 스티그마입니다. 사람은 비록 실수를 하더라도 격려를 해 주게 되면 언젠가 그들도 조금씩 기대에 걸맞는 행동을 하게 되고, 결국 그 기대가 실제로 이루어지도록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흔히 말하는 피그말리온 효과입니다. 그러나 그 반대로, 구성원에게 낮은 기대감을 보임으로써 낮은 수준의 성과나 행동을 얻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피그말리온의 반대개념으로 ‘스티그마(실패증후군) 현상’이라고 부릅니다.
우리 조직 내에서 사람들이 제대로 맡겨진 일들을 수행하지 못하는 경우들을 가만히 봅시다. 과연 그들이 실제로 능력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일까요? 피그말리온 효과를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은 실제로 능력이 없어서라기보다 스티그마 현상의 파급효과로 그들에게 맡겨진 일들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볼까요? 만약 구성원이 어떤 일을 기한 내에 수행하지 못하거나 기대에 못미치는 결과물을 가져왔다고 가정해 봅시다. 일반적으로 리더는 그 때 즉각적으로 그 구성원이 다른 사람들에 비하여 능력과 성과가 떨어진다고 걱정하게 됩니다. 스티그마 현상은 그 시점부터 시작됩니다. 처음에 리더는 그의 부족한 점들을 꼼꼼하게 지적해주고 그의 필요를 챙기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은 점점 감독과 통제위주의 관리방식으로 리더십의 길을 내게 됩니다. 이런 관리방식이 일정 수준 넘어가면, 구성원들의 스티그마 현상은 급속도로 골이 깊어지게 됩니다. 리더가 자신을 믿지 못하거나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마음에서 조바심을 가지거나 자신감을 상실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현상은 결국 그로 하여금 상사의존적 성향을 선택하게 만들거나 아니면 그 반대로 상사회피, 혹은 인정받기 위하여 무리한 목표지향으로 인한 또다른 문제들을 발생하게 되는 결과를 낳고 맙니다. 불행하게도 결과는 여기서 머무르지 않고, 이런 모습을 보고 있던 리더는 더욱 그를 판단력이 부족하고 능력이 모자라는 사람으로 더 완전히 낙인찍어버린다는 것입니다. 설사 그가 그 다음에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경우가 있다하더라도 그것은 운이 좋았을 경우로 생각할 뿐입니다.

스티그마 현상이 조직 내에 만연할 경우, 그 대가는 만만치 않습니다. 소위 ‘낙인찍힌 구성원’은 불만족을 표시하거나 조직행동을 거부하게 되고, 리더는 이 때문에 심리적인 에너지를 소진하게 됩니다. 그리고 낙인찍히지 않은 사람들은 일의 과부하 현상으로 주저앉고 싶어지면서, 결국 팀워크는 깨어지고 조직의 역동성에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스티그마 현상은 소위 능력이 없는 구성원만의 문제가 아니라 그를 처음부터 이끌어주지 못했던 리더에게도 책임이 있습니다.

피그말리온의 효과와 스티그마 현상, 이 둘은 리더의 초기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남자는 여자 하기 나름이라는 어느 CF의 멘트처럼, 리더가 구성원들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보고 어떤 방식으로 이끄느냐에 따라 조직 안에 스티그마 현상이 만연할 수도, 반대로 피그말리온 효과로 생동감이 넘칠 수도 있습니다. 구성원들을 춤추는 고래가 되게 할 것인지, 실패 증후군 환자로 만들 것인지는 전적으로 리더 하기 나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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