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288호 - 침묵은 또 하나의 소그룹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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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그룹 속에서 질문이 던져진 후에, 아무도 대답을 하지 않을 때 인도자는 약간의 답답함이나 두려움을 느끼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영화 제목 같지만 “양들의 침묵”이 모임 중에 흐르는 것이지요. 그 침묵의 몇 초간은 보통 때보다 훨씬 길게 느껴집니다. 이런 현상은 그룹을 새롭게 시작을 했거나, 토론이 시작된 처음 몇 분 동안 특히 잘 나타나게 됩니다. 이런 난감한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하는 것이 좋을까요? 이번 호에서는 소그룹 속에서 나타나게 되는 이런 침묵의 현상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이해해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첫째, 침묵의 순간이 찾아올 때 오히려 그 침묵이 유익한 시간임을 받아들어야 합니다.

구성원들이 침묵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인도자는 모든 생각들을 이미 다 정리를 하고 충분히 생각을 하고 모임에 참여한 반면, 구성원들은 인도자만큼 준비되어 있지 않습니다. 인도자는 토론의 진행방향이 어디인지 알고 있지만, 그들은 그렇지 않습니다. 인도자는 이미 답을 알고 있는 반면, 그들은 그렇지가 않습니다. 때문에, 토론 중에 잠시 침묵이 흐르는 것은 구성원들에게 답을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는 의미를 내포합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이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채로 불쑥 말하기 전에 전체 토의의 흐름을 다시 한번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이런 시간들은 오히려 전체 토론에서는 유익한 시간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둘째, 침묵이 흐를 때 두려워하지 말고 충분한 시간을 구성원들에게 주어야 합니다.

침묵의 순간에 익숙하지 않은 리더들은 기다림 없이 자신들이 스스로 답을 던져버리고 말아 버립니다. 그렇게 인도자가 문제에 답을 해 버리는 순간, 구성원들은 즉시 자신들의 생각 과정을 차단해 버리고, 곧바로 인도자에 대해 이런 이미지를 가지게 됩니다. ‘우리 리더는 모든 답을 다 알고 있구나. 그렇다면 뭐 생각하게 만드는 시간을 왜 주는 거지? 그가 그냥 말하면 될 것을...’ 혹은, ‘난 별로 똑똑하지 않기 때문에 내가 말하는 것이 틀린 대답일 경우가 많아...’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순간 그들은 애써 모험을 감수하기보다 그냥 조용히 침묵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소그룹 속에서 좀 더 편안해지기 위해서는 질문을 받은 뒤 그들이 질문에 답을 좀 더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자유롭게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 주어야 합니다. 특히 그 날 모임의 첫 질문에 대해서는 더욱 많은 시간을 확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질문을 듣고 그것을 이해하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교재에서 답변을 찾고 그 외의 여러 상황을 고려하며 합당한 대답인지 아닌지 결정한 후에야 구성원들이 입을 열 것이라는 점을 기억하십시오.


셋째, 침묵의 시간을 지혜롭게 조절하시길 바랍니다.

질문을 던진 뒤 충분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대답이 나오지 않을 때에는 당황하지 마십시오. 마음을 가라앉히고 구성원들을 한번 돌아보십시오. 그들 중에는 인도자만큼이나 침묵 자체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서 말하고 싶은 마음이 표정에서 드러나는 분이 있을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그에게 기회를 주면 됩니다. 혹 이런 사람이 없을 경우에는 적당한 침묵의 시간을 허용했다고 생각될 때 누군가를 지목하십시오. 이 때 가장 말이 없거나 수줍음이 많은 구성원을 지적하지 마십시오. 인도자는 아마 그 질문과 가장 관련되어 있어서 토론에 가장 활력소가 될 만한 사람에게 질문을 던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조차도 여유치가 않으면 그 문제에 대하여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또 다른 차원의 시간으로 운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누군가를 지목해서 그가 질문에 답을 하고났을 때, 인도자는 “덧붙여서 말씀을 해 주실 분이 있으신가요?” 혹은 “이와 관련해서 언급되어야 할 다른 생각이 있으신가요?”라고 말함으로써 계속적으로 그 토론의 리듬을 이끌고 가야 합니다.


넷째, 모두가 침묵을 지키는 순간에도 성령님은 사역하고 계심을 기억하시길 바랍니다.

모임 중에 구성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성령께서도 함께 하고 계십니다. 어느 누구도 답을 하지 않는 이런 드문 현상에서조차도 성령께서는 여전히 사역을 하고 계신다는 것을 인도자는 기억해야 합니다. 성령은 영이시므로 마음의 생각들을 감찰하시는 분이십니다. 침묵의 순간은 인간의 언어를 잠시 닫은 채 성령께서 각 사람들의 마음을 감찰하시면서 가장 활발하게 사역하는 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 순간을 애써 인간의 언어로 시간의 빈틈을 채우려 하지 말고 성령의 역사하심을 기다리시길 바랍니다. 더불어 인도자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그 침묵이 흐른 다음에 “마땅히 말할 바”를 얻기 위하여 잠시 기도하는 여유를 가져야 합니다. 그 짧은 기도의 시간동안, 당신의 소그룹에서 토론의 장애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 주님이 보여주시도록 기도하십시오. 그리고 토론의 과정 중에서 당신이 실수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주님이 보여주시도록 기도하십시오. 당신이 신실하게 기도했던 만큼 성령께서 신실하게 응답하시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입니다.

아무리 소극적인 맴버로 구성되어 있다할지라도 그들의 다양한 배경들로 인하여 충분히 좋은 토론의 장이 형성되는 것을 우리는 적지 않게 경험을 합니다. 그러므로 인도자는 오직 “가르치는 자”의 위치에서 자칫 자신의 언어로 모임을 가득 채워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됩니다. 침묵의 여지를 주면서 여유를 가지십시오. 인도자의 역할은 구성원들의 토론에 활력소를 불어넣는 것이지 토론을 지배하는 것이 아닙니다. 구성원들의 생각이 얼마든지 토론 중에 들어올 수 있음을 확인시켜 주십시오. 이런 점에서 침묵은 토론의 중요한 과정입니다. 구성원들이 누구나 할 것 없이 그들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시간의 공백을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인도자는 침묵의 두려움에서 자유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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