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그룹] 244호 - 사랑을 머물게 하는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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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 일은 대화로 시작되므로 대화의 기술을 익히거나 대화에 관한 상식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우선 되어야 할 것은 대화하고 싶어 하는 열망입니다. 더불어 마음을 열고 대화에 임하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마음을 닫고 사는 사람은 아무리 대화의 기술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진실한 관계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궁극적으로 소그룹 안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사랑’입니다. 상대방에 대한 사랑을 가지고 대화에 임할 때 주장하기보다는 이해하고 돕고자 하는 태도를 가지게 됩니다.

존 포웰(John Powell)은 『사랑을 머물게 하는 비결』을 통해 대화의 질을 측정할 수 있는 다섯 가지 단계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친밀감을 추구하는 데는 각각의 단계가 모두 필요하며 단계가 뒤로 갈수록 대화는 조금씩 깊어진다고 합니다.

그는 대화의 1단계를 상투적 표현의 단계라고 부릅니다. 상투적 표현이란 언어적인 것과 비언어적인 것을 통틀어 지칭하는 것으로서, 한두 마디의 말, 악수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러한 표현들은 대개 관계의 앞날을 위한 기초 역할을 하게 됩니다. 상투적 표현은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이것이 대화의 전부라면 그것은 뭔가 중요한 것이 빠져 있는 관계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사실과 보고의 단계입니다. 대화의 양은 많아졌지만 모두가 당사자들의 삶과는 관계가 없는 정보교환을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 단계도 개인적 반응이나 개입이 배제되어 있으므로 친밀함을 나누는 대화는 아닙니다.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단계를 벗어나지 못합니다. 때문에 수년을 알고 지내면서도 친밀감은 형성되지 못하는 것입니다.

세 번째 단계는 의견과 판단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 사람들은 내면의 자아에 관련된 내용을 서로 나누게 되는데, 바로 이 점이 다른 단계들에 비해 깊이를 더해주는 요소입니다. 자신의 결론과 반응을 내보인다는 것은 그만큼 비판을 감수한다는 의미이며, 그로 인해 대화 속에는 모험의 요소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네 번째 단계는 감정과 직관의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오늘은 기분이 안 좋아” “정말 맘에 안 들어”와 같은 말들을 사용하게 됩니다. 감정과 직관은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확하지 못할 수도 있고 지나치게 부풀려질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감정을 표현하는 것을 듣게 될 때 그 감정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를 생각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중요한 질문은 이것입니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한 이 사람에게 이 순간 가장 좋은 친구가 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격려를 해야 할까? 아니면 잠시 혼자 두어야 할까? 지금은 함께 웃어야 할 때일까, 울어야 할 때일까?” 이러한 풍성한 나눔이 이루어지려면 소그룹의 환경, 즉 모임의 ‘정서적 분위기’가 중요합니다. 서로 간에 감정과 느낌이 나누어지려면 먼저 소그룹의 분위기가 잘 조성되어야 합니다. 분위기가 냉랭하다거나 위협적이라면 깊이 있는 나눔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존 포웰이 말하는 대화의 가장 깊은 단계는 최상의 진실의 단계입니다. 이는 두 마음이 이어지는 단계이긴 하지만 진실에는 고통이 뒤따를 수 있기 때문에 이 단계에도 고통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서로를 치유하고 세워주는 깨끗한 고통입니다.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인정과 책망, 고백과 용서 등의 의사교환을 시작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대화를 통해 이르기 원하는 궁극적인 목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진실한 관계에서 요구되는 주된 작업은 대화입니다. 대화는 분명하게 규정되면서 깊이 있는 관계를 서서히 형성시켜줍니다. 하지만 우리가 노력을 계속할 경우에 한해서만 가능한 일이 됩니다. 인간이 성취하려는 다른 일과 마찬가지로 대화 역시 부단한 노력을 통해 이루어지게 됩니다. 소그룹 안에서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위의 단계들을 기초로 우리의 소그룹을 진단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깊이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려면 소그룹 모임 이외의 시간에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도 중요합니다.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이나 활동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누군가와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상대방에게 자신의 삶을 나누어주는 것이며 그것은 사랑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의사전달 방법입니다.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들을 표현하는 독특한 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그룹은 그러한 특징들이 드러나도록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소그룹 인도자는 그러한 개개인의 특징들을 놓치지 않는 민감함을 가져야 합니다. 소그룹 멤버들이 저마다의 특징들을 인정하면서도 서로 조화를 이룰 때 대화의 깊이가 더해집니다.

- 월간 <디사이플> 2003년 12월호 "소그룹 안에서 깊이 있는 대화를 하려면"의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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