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뽑은 신입사원, 비싸게 주고 데려온 인재가 정작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뽑을 때는 뛰어났던 사람이 그저 그런 범재로 바뀌기도 하고, 업무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금방 떠나기도 합니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것일까요? 사람을 잘 못 보았다고 한탄하기도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는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입니다. 한 사람을 뽑기 위해 경험이 많은 인사과 사람들이나 사람을 수없이 다뤄본 CEO나 임원들이 인터뷰를 했는데, 그들 모두가 잘못 보았다는 것은 말이 안 됩니다. 그보다는 인재를 뽑기는 뽑았으나, 제대로 키워나가지 못하고 도리어 인재를 ‘죽이는’ 환경이 문제인 것입니다.
애초에 가진 능력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기가 죽고,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성장하지 못하면 더 이상 인재가 아니게 됩니다. 그럼 무엇이 인재를 ‘죽이는’것일까? 많은 요인이 있겠지만, 사람의 기를 죽이는 것은 주로 다른 사람들의 말, 특히 리더가 하는 말 한 마디입니다.
이번 편지에서는 표면적인 결과물에 대한 말부터 가장 내면적인 사람의 가능성에 대한 말에 이르기까지, 어떤 말들이 인재를 죽이는지 살펴보고자 합니다. 2008년 5월 28일자 LG Business Insight에 실린 박은연 연구위원의 “인재를 ‘죽이는’ 말 한 마디”에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인재 Killer #1 : “애는 썼는데…, 이거 영 아닌데.”
우리의 기업 문화는 대체로 비판은 후하고 칭찬에는 인색합니다. 밤새 보고서를 써갔는데, 기껏 “이것밖에 안되나? 머리 좀 써라”라는 한마디밖에 듣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몇 번 이런 경험을 하고 나면, 기운이 빠지고 ‘열심히 해서 무엇 하나’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해야 본전’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여 점차 일을 덜 열심히 하게 된다면, 아무리 인재가 모인 조직이라도 성과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결국 이런 말이 많이 들리는 조직은 인재들에 대한 동기부여에 실패하게 되어, 인재를 채용하는데 투자한 보람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 한 일이라도 상사의 입장에서 보면 부족한 부분이 있을 수 있고, 그것을 피드백하여 주는 것이 상사의 한 가지 역할입니다. 그러니 잘한 것이 없는데도 무조건 칭찬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한 것을 지적하지 말라는 것도 아닙니다. 단지 피드백을 시작할 때, “이건 잘했네! 라는 긍정적 피드백을 먼저 한 마디 말해주고 보완할 부분을 이야기한다면, 인재의 기를 살릴 수 있다는 말입니다. 최근 일본 국립 생리심리학 연구소의 사다토 노리히로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칭찬을 받을 때와 돈을 벌 때 뇌의 활동이 유사하다고 합니다. 일에 대한 칭찬 한 마디가 두둑한 보너스만큼이나 인재의 기운을 돋울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인재 Killer #2 : “00에게 맡길 걸 그랬군…”
똑같은 사람이 한 상사에게 “왜 00씨같이 좀 못하나? 00씨에게 맡길 걸 그랬군” 이라는 말을 듣고, 다른 상사에게서는 “당신은 논리력이 좋고, 00씨는 정보력이 뛰어나지요” 라는 말을 듣는 경우도 있습니다. 인재라고 하더라도 사람마다 뛰어난 점이 다르기 마련인데, 리더가 강점이 아닌 단점에 주목한다면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집니다. 이러한 리더 밑에서는 강점을 발휘할 수 있는 일도 거의 주어지지 않습니다. 장점을 무시하고 단점에만 주목하는 한 마디는 인재의 능력 발휘를 가로막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런 말을 많이 하는 조직은 사람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못하여 생산성 저하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인재에게 능력 발휘의 기회를 주는 한 가지 공식적인 방법은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것입니다. 잭 웰치는 GE 회장 재임기간 동안 자기 시간의 75%를 인재를 배치하고 보상하는 데 썼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뽑아놓은 사람들을 자기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배치하고, 그들이 낸 성과에 대해 인정하고 보상하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집중하였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 주변의 누구라도 지금까지 간과되어온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 있을 수 있습니다. 한 사람씩 어떤 강점이 있는지 생각해 보십시오. 그러면 다음번에 그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는 “당신은 이런 점이 뛰어나니, 이 일을 맡아보는 게 어때?”라는 말을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인재 Killer #3: “당신은 그래서 안 돼”
“당신은 그래서 안 돼” 라는 말을 가끔 듣습니다. 이것이 인재를 죽이는 가장 치명적인 말입니다. 왜냐하면 이 말은 그 사람의 가능성 자체를 부정해 버리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잘하지 못하는 사람도 키워 써야 할 마당에 뛰어난 사람을 이런 말로 죽여서는 조직이 성공할 수 없습니다.
한국인 최초로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박지성은 2002년 월드컵 당시를 회상하며 그의 가능성을 인정해 준 리더의 한 마디가 성공의 계기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부상하여 낙심해 있는 그에게 히딩크 감독이 건넸던 “당신은 정신력이 훌륭하니 반드시 훌륭한 축구선수가 될 것이다”라는 말을 되새기면서 이를 악물고 뛰어 그림 같은 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2006 노벨평화상 수상자이며 ‘가난한 사람들의 은행가’로 알려진 무함마드 유누스는 “우리가 가능성을 믿기만 하면, 가난한 사람도 빈곤에서 탈출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그의 믿음은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를 통해 360만 명의 극빈층에게 재활의 기적을 선사했습니다.
하버드 심리학 교수인 로젠탈은 1968년 수행한 연구에서 지능과 상관없이 선생님이 우수하다고 믿어준 학생들은 더 뛰어난 성적을 낸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소위 ‘피그말리온 효과’라는 것이 이것입니다. “당신은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다”라며 성공의 가능성을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크게 보아주고 인정해 주는 리더의 말 한마디가 범재를 인재로 탈바꿈시킬 수 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리더나 주변 사람들이 죽이려 들어 인재들이 문자 그대로 죽임을 당한 경우도 많습니다. 이순신 장군, 남이 장군, 계륵의 고사로 유명한 조조의 모사 양수는 같은 편에 의해 죽임을 당했습니다. 오늘날 인재의 기를 살려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것 또한 인재를 죽이는 일입니다. ‘그래 봤자 말 한마디’라고 가벼이 볼 수도 있지만, 그런 말이 근본적인 리더의 철학을 이루고 반영한다는 사실에 경각심을 가져야 합니다. 인재를 죽이는 문화를 가진 조직에는 절대로 인재들이 모이지 않을 것이며, 그 조직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게 됩니다. 이렇게 인재를 죽이고 살리는 말들은 우리 입에서 나오는 것이고, 그런 뜻에서 우리는 모두 리더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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