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 1 : 팀워크가 좋은 팀에는 갈등이 없다
조직의 의사 결정시 구성원 모두가 쉽게 동의한다고 해서 팀워크가 좋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느 무더운 여름 주말 저녁, 미국 텍사스의 한 가정에서 사위의 방문에 장인은 외식을 제안합니다. 모두들 시원한 집에서 쉬고 싶었지만 다른 식구들이 외식을 원할 것이라는 생각에 마지못해 찬성합니다. 결국 가족들은 무더위에 에어컨도 없는 낡은 차를 타고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집에서 세 시간 떨어진 애벌린이라는 곳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고 돌아옵니다. 그날 저녁, 아무도 입을 열지 않는 침묵을 깨기 위해 “오늘 저녁 괜찮았죠?”라고 사위가 운을 떼자, 장모가 먼저 “난 사실 가고 싶지 않았지만 가족을 위해 찬성했을 뿐이야”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모두 마음속에 있었던 외식 결정에 대한 불평불만을 쏟아 놓기 시작합니다. 모두가 찬성하였으므로 최상의 선택으로 여겨졌던 결정이 사실은 어느 누구도 원하지 않았던 최악의 선택이었던 것입니다. 이와 유사한 경우는 조직에서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대자가 없는 만장일치의 결정이 이루어진다고 해서 반드시 팀워크가 좋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쉽게 내려지는 결정은 권위에 의한 굴복이거나 합의 관리의 모순을 드러내는 잘못된 결정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구성원들이 팀 분위기에 지나치게 얽매이게 되면 서로의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고 의견의 충돌을 회피하는 데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이러한 분위기가 형성되면 ‘나만 참으면 되지’ 라는 소극적인 태도가 만연해집니다. 구성원간 표면적인 관계는 좋아지고 의사 결정은 신속하게 이루어질 수는 있지만 좋은 팀워크는 점점 멀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오해 2 : 팀워크 향상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
유교적 전통이 살아있는 우리나라에서는 개인의 희생이 있어야 좋은 팀워크를 이룰 수 있다고 오해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팀의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논리가 개인의 특성을 무시하는 결과로 이어져 개인의 창의성이 팀의 창의성으로 연결되지 않습니다. 1994년 여름 보잉사는 신형 보잉 777기 제작 프로젝트를 보잉 747프로젝트에 투입된 인력의 절반만으로 성공적으로 완수했습니다. 기존의 프로젝트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낼 수 있었던 중요한 이유는 현장의 자율적인 업무처리였습니다. 보잉777기 제작 프로젝트에서는 현장에 권한을 부여하는 ‘즉석에서 결정하기 규칙(No-messenger Rule)’ 을 운용하였습니다. 구성원들이 현장 업무 처리에서 상급자의 결정을 기다리는 프로세스를 최소화한 것입니다. 제도적으로 보장된 구성원들의 자율과 창의성은 프로젝트의 획기적 성공을 가져온 팀워크 형성에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흔히 강한 추진력을 위해서는 개인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갖기 쉽습니다. 그 결과 팀 리더는 구성원들의 복종과 조직 순응을 강요합니다. 그러나 개인의 도전 정신과 아이디어가 존중 받지 못할 때 구성원들은 보람과 재미를 느끼지 못합니다. 팀워크는 구성원들이 성취감과 자부심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헌신할 때 만들어집니다. 팀과 팀원 모두 Win-win할 수 있어야 진정한 팀워크라 할 수 있습니다.
오해 3 : 성과주의 심화가 팀워크를 해친다
성과주의를 잘못 이해할 경우, 성과주의 심화로 인해 팀워크 형성이 어렵다거나 팀워크가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성과에 따른 보상에서 개인의 기여도를 평가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개인간 보상 수준의 차이가 적절하지 않을 때 이런 오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평가 방식의 문제점을 성과주의 자체의 문제로 잘못 생각하면 안 됩니다. 최근 우리나라 선수들이 진출하여 국민적 관심을 끌고 있는 영국의 프리미어리그의 축구팀은 탁월한 팀워크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를 보여줍니다. 좋은 팀워크를 지닌 명문 팀일수록 선수 개인의 팀 기여도 평가가 더욱 철저합니다. 뛰어난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한 선수는 더 많은 출전 기회와 보상이 주어지지만 부진한 플레이를 보인 선수는 출전 기회를 잡기도 어렵게 됩니다. 성과주의가 팀워크에 장애물이라는 오해는 잘못된 평가 관행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좋은 평가나 보상을 골고루 나눠주는 방식이 팀워크를 높일 수 있다고 착각하기도 합니다. 심지어 승진 차례가 오는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배려하는 관행이 생기기도 합니다. 나눠 먹기식 평가나 지나친 태도 중시의 평가는 우수한 인재가 조직을 떠나게 만듭니다. 구성원들이 ‘잘’하는 것보다 ‘열심히’ 하는 자세에만 더 큰 가치를 둔다면 알맹이 없는 팀워크가 만들어지기 쉽습니다.
오해 4 : 팀워크가 좋으면 팀의 성과도 좋다
팀워크가 잘 이루어진 팀이라고 해서 반드시 탁월한 성과를 올린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팀의 구성원들 간 결속력이 높고 공동체 의식이 강할수록, 또 구성원 스스로 전문가이며 합리적이라고 자만할수록 팀은 집단 사고(Group Think)에 빠질 위험이 커집니다. 집단 사고는 의사 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집단 착각 현상을 이르는 말입니다. 집단 사고의 폐해로 대표적인 사례가 미국의 ‘피그만 침공 사건’입니다. 1961년 4월 17일 미국은 쿠바의 카스트로를 축출하고 친미 정권을 수립하기 위해 1,400여 명의 특수 부대를 쿠바 남부의 피그만 해안으로 침투시켰습니다. 이 작전은 1,200여 명이 죽거나 체포되는 최악의 실패로 끝나고 맙니다. 실패의 대가로 미국은 국가적 위신의 추락은 물론 포로 귀환을 위한 엄청난 금전적 손해를 감수해야 했습니다. 작전을 주도한 미국 내 핵심 브레인들은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했지만 최종 결정 과정에 이르기까지 문제점을 지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집단주의적 성격이 강한 우리나라의 기업에서는 조직의 단합을 강조하곤 합니다. 구성원간 친밀한 관계는 팀워크 향상의 토대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그러나 지나친 관계 중시는 건전한 비판과 자유로운 토론을 어렵게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적으로 친하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팀워크를 이루는 것은 아닙니다. 형제간 또는 친한 친구끼리 동업하는 경우 성공하기 어렵다는 속설은 이를 뒷받침해준다 할 수 있습니다.
오해 5 : 팀워크가 전체 조직의 성과로 직결된다
개별 팀의 팀워크가 좋다고 해서 반드시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팀워크가 조직 전체보다는 팀 단위의 업무 성과를 높이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입니다. 팀워크를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부서간 경쟁이 심화되고 정보의 독점과 외부에 배타적인 자세가 심해지는 폐해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외부와의 협력 관계가 약화된 팀은 환경의 변화에 둔감해지게 되는 위기 불감증에 빠지기도 합니다. 조직의 목표가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때, 또는 팀의 목표가 조직의 가치관을 충실히 반영하지 못할 때 팀워크가 조직 전체의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IBM은 1987년부터 1992년까지 품질과 효율 향상은 물론 생산 기간을 50%나 단축시키는 성과를 내었습니다. 모든 부서에서 품질 향상의 경쟁이 치열했고 그 어느 때보다 좋은 팀워크가 만들어졌다고 평가되었습니다. 가장 성과가 우수하였던 부서는 미국의 권위 있는 볼드리지(Baldrige) 품질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개별 팀의 성과가 회사 전체의 성과나 주주의 가치로 잘 연결되지 못했던 것으로 분석되었습니다. 한 임원은 “아무리 빨리, 잘 제품을 만들어도 고객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고객의 접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점을 배웠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기서 얻은 교훈으로 IBM에서는 개별 조직의 책임자를 평가할 때 상위 조직의 성과를 반영합니다. 팀의 리더는 팀 자체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조직 전체, 더 나아가 조직의 여러 이해 관계자까지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팀워크의 성공 여부는 팀 자체로만 판단해서는 곤란합니다. 팀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와 조화를 이루어 궁극적으로 전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질 때 비로소 진정한 팀워크라 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