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82호 - 고객중심경영으로부터 무엇을 배워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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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중심경영」이란 말이 낯설지 않습니다. 비즈니스 세계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곳에 ‘고객 중심’이란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목회 영역에 있어서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일찍이 피터 드러커는 ‘비즈니스의 시작과 끝은 고객과 함께다’라고 말했습니다. 마케팅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져 본 사람이라면 들어 보았을 4P(Product, Price, Promotion, Place)라는 기본 명제도 고객의 관점에서, 고객(Customer)을 강조한, 4C(Customer, Cost, Communication, Convenience)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 지 오래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가치에 대한 강조는 지속적으로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그 중요성은 더욱 높아졌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반복되는 실수들이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결과입니다.

‘내 안에 너 있다’, 고객 중심주의의 재조명

모 드라마에 등장했던 ‘내 안에 너 있다’라는 대사가 수많은 시청자의 마음을 울리고 유행어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후 주인공이 행동으로 보여주었던 그 말의 진정성에 있습니다. 고객 중심이란 외침이 고객 감동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도 진정성이 전달되어야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고객 중심 경영이 체화되는 것을 가로막는 몇 가지 오해들을 확인하고 이것을 목회적으로 어떻게 적용을 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고객 정의 : 기존 고객만을 고객으로 보는 오해

고객 중심 경영에서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가 소중히 해야 할 대상이 누구인가입니다. 기존의 고객만을 관심 대상으로 보는 것은 고객 중심주의의 첫 번째 오해입니다. 기존 고객에 대한 고민은 흔히 ‘경쟁사를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의 접근이 되기 쉽지만, 잠재고객, 비고객에 대한 고민은 새롭고 탁월한 가치를 만들어 낼 기회가 됩니다. 실제로 비고객의 관점에서 접근해 더 큰 고객 가치를 실현한 사례들은 많습니다.

경쟁사들이 더 멀리 보낼 수 있는 고성능 클럽을 만드는데 집중했을 때, 캘러웨이는 어떻게 하면 골프를 처음 하는 사람도 쉽게 공을 칠 수 있도록 할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누구나 사용하기 편한 클럽의 개발로 골프 초보자와 기존 고객의 수요를 확대할 수 있었습니다.

고객 이해 : 고객의 말은 절대적 이라는 오해

시장 조사는 고객의 생각을 파악하고자 할 때 가장 빈번하게 사용되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고객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어 중대한 시장 기회를 놓치기도 합니다. 시장조사가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이유는, 첫째, 고객은 가장 익숙하고 편한 것에 더욱 긍정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1996년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설계 실험에서 조사 대상의 3분의 2가 1991년도 현재 모델에 10점 만점 중 9점이나 10점을 주면서 1996년 신형 모델보다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시장에서의 반응은 신형 모델이 구형 모델을 대체하고도 남았습니다. 둘째, ‘사람들은 시장에 이미 존재하는 것에 대해서만 시장조사를 할 수 있다.’라는 피터 드러커의 지적처럼, 혁신적인 제품일수록 시장 조사가 어렵습니다. 시장 조사에서 고객이 말하는 것은 기존 시장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학습 된’ 모범답안일 경우가 많고, 때로는 고객 자신도 미처 깨닫지 못한 니즈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셋째, 현실적으로 소비는 독자적인 필요에 의한 판단보다 동료그룹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빈번한데, 대부분의 시장 조사는 개인 단위의, 고립된 상황에서 진행된 응답의 합으로 전체 시장 수요를 예측합니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시장 조사는 현재와 같은 제품 확산을 예측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사용하게 되면서 애초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사용의향보다 더 빨리 수용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조사의 한계상 고객이 100% 솔직해 지기 어려운 이유도 있습니다. 와튼 스쿨의 2006년 조사에 따르면 불만을 느낀 고객들 가운데 기업에 직접 항의하는 고객은 6%에 불과했습니다.

고객과의 만남 : 영업, 마케팅 관련 접점이 전부라는 오해

리처드 노먼은 고객과 상품, 서비스 사이에서 구매 결정이 이루어지는 결정적 순간을 진실의 순간(MOT: moment of truth)이라고 칭했습니다. 이 진실의 순간은 고객중심경영의 실천에서 가장 강조되는 부분으로 이제는 많은 기업이 광고와 같은 전통적 커뮤니케이션 수단 외에도 다양한 고객 접점을 강화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객이 기업의 충성 고객이 될 수도 있고 안티팬이 될 수도 있는 결정적 순간은 조직 내, 외부의 직간접적인 영향으로 의외의 곳에서 찾아올 수 있습니다. 상품을 구매하러 찾은 매장에서뿐 아니라 길거리에서 지나친 사람의 목에 걸려 있는 아이팟의 세련된 컬러와 디자인이 결정적 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이때 고객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선사한 주체는 매장의 영업사원이나 광고를 기획한 마케팅 매니저가 아니라 제품의 디자이너와 다른 소비자입니다. 따라서 고객 접점 관리에 대한 노력은 판매조직을 넘어 전 조직으로, 조직 내부를 넘어 외부의 접점까지로 확대되어야 합니다.

고객 만족 : 고객 중심과 고객선도, 고객중심과 기술주도를 양분하는 오해

고객 중심주의에 대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는 어떤 산업은 고객에 대한 이해보다 기술적 실현 가능성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에 고객의 의견을 따라가는 것이 고객 만족의 핵심은 아니라는 주장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비판의 전제인 ‘고객 중심과 고객 선도는 다르다’, ‘기술주도와 고객 중심은 양립할 수 없다’라는 생각은 고객 중심주의에 대한 또 하나의 오해입니다. 아마존이나 스타벅스, 스와치와 같은 고객 선도 기업들의 통찰력도 사실 고객의 행동이나 잠재적인 니즈, 변화하는 요구, 현 대안에 대한 깊은 불만족의 이해에서 비롯된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고객 선도는 고객 중심주의의 가장 적극적인 방식일 뿐입니다. 또한 비즈니스에서 고객을 배제하고 철저하게 기술 지향적인 사업이라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지속적인 기술 혁신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고객은 최고의 기술이 아닌 최고의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입니다.

고객중심경영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나

기업이 고객을 강조하는 것은 고객이 기업 생존의 근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께서 교회의 몸인 성도를 위해 자신의 생명을 아끼지 않으신 것을 생각하면, 고객중심경영을 통해 기업의 생존뿐만 아니라 발전을 이루어내기 위한 기업의 노력보다 성도와 세상을 이해하고 그들을 얻기 위한 교회의 노력이 더 커야한다는 것을 확인하게 됩니다. 성도와 세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의 틀이 바뀌면 그들과의 소통도 달라질 것입니다. 말이 통해야 생각이 통하는 법입니다. 생각이 공유되면 분명 이전보다 훨씬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공동체가 될 것입니다. 고객중심경영으로부터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자신의 한계에 갇히지 않고 소통하고자 노력하는 부분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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