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66호 - 의학 드라마를 통해 본 한 영혼에 대한 열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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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의학드라마가 한창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물론 그 동안 여러 드라마에서 의사들이 등장하기는 했지만, 의사들의 삶이나 의료행위에 대해 자세히 다룬 의학드라마는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들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적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들 드라마가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는 이들 드라마가 평소에 알고 싶었지만 알 수 없었던 미지의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 전문직에 대해 다루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의 경우, <닥터하우스>, <그레이아나토미>, 등 전문직에 대해 다루는 드라마가 보편적인 드라마의 장르로 자리잡았습니다.

물론 이들 드라마가 남녀간의 애정 문제나 다른 주제들로 인해 원래 취지가 희석되는 경우가 많지만,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귀한 직업으로 알려진 의사들의 삶에 대해 다룬다는 점에서 사람들의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특히 초보의사의 성장기를 다루고 있는 모 드라마의 경우, 여러 실수와 어려움 속에서 진정한 의사로 거듭나는 과정을 비교적 잘 그렸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이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한 사람의 영적인 생명을 다루는 교회의 지도자로서 우리가 갖추어야 할 모습에 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전문의 VS 전공의

이 드라마에서는 1차 항암치료까지 받은 어린 환자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의 경우, 다른 문제로 인해 항암치료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였습니다. 게다가 2차 항암치료를 받아 회복될 확률은 20%밖에 되지 않았고, 오히려 항암치료를 받다가 죽을 확률은 50%에 가까웠습니다. 따라서 더 이상의 항암치료를 받는 것보다는 그냥 죽음을 기다리는 것이 이 환자에게는 바람직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1년차 전공의의 권유와 환자의 의지, 그리고 담당전문의의 허락으로 2차 항암치료를 실시하게 되지만, 환자가 치료의 부작용으로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담당의사는 사망자 컨퍼런스에서 자신이 그런 선택을 했던 이유는 1년차 전공의의 모습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자신도 전공의 시절, 환자 한 명 한 명의 생명을 귀히 여기고 그들과 함께 아파하고 그들을 고치기 위해 어떤 모험도 불사할 용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이러한 마음들을 잃어버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전공의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이 전공의 시절 가졌던 열정이 생각나 어려운 줄 알면서 시도해 보았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결과는 환자의 목숨을 담보로 열정만 가지고 덤빈 꼴이 되어 버렸다고, 순간 자신이 냉정한 판단을 해야만 하는 전문의라는 사실을 잊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습니다.

이 의사의 고백을 들으며, 교회 지도자인 우리 역시 어쩌면 전문의와 전공의 사이에서 고민하는 이 의사와 같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적인 생명을 다루는 우리 역시 무엇에도 거침이 없는 한 영혼에 대한 순수한 열정과 더불어, 현실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내려야 하는 책임이 동시에 부여된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말해 어쩌면 우리는 “전공의의 열정을 가진 전문의”, “전문의의 냉정함을 가진 전공의”가 되어야 할 사람들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모습 속에서 이러한 한 생명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사라져가고 있지는 않은지, 아니면 열정만 있고 정말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고 처방할 수 있는 냉정함이 없는 것은 아닌지 늘 점검해 보아야 할 것입니다. 이 둘 중 하나라도 우리에게 없다면, 결국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사람을 영적으로 죽게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죽인 사람 VS 살린 사람

이 드라마에서 다루고 있는 또 다른 에피소드 중 하나는 실수로 환자를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한 1년차 전공의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여러 가지 일을 하느라 피곤에 젖어있던 이 의사는 실수로 자신의 환자를 퇴원시키게 됩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몇 시간 후에 다시 병원으로 실려왔는데, 잘못된 퇴원조치로 인해 소장을 다 제거해야 하고 생명까지 위험한 처지에 놓이게 됩니다.

자책감과 더불어 앞으로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일들로 인해 두려움에 빠져있던 이 의사에게 선배의사가 찾아옵니다. 외과의사치고 자신의 실수로 귀한 생명을 잃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전제한 후, 자신의 친구 의사 이야기를 들려 줍니다. 그 친구 의사는 저녁에 잠만 자려고 하면 이 때까지 자신이 죽인 아이들의 얼굴이 떠오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친구에게 살린 사람의 이름을 떠올려 보라고 권면했지만, 이상하게 살린 사람의 얼굴은 안 떠오르더라는 것입니다.

이 선배의사는 친구의사의 이야기를 하면서, 나중에 정말 후회하지 않으려면 지금 자신에게 맡겨진 환자 한 명 한 명을 전심으로 대하고 살리기 위해 노력하라고 말합니다.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정말 영적인 생명을 다루는 교회의 지도자로서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으로 인해 죽어갔을 사람들의 모습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마음이 내 자신에게 있는지를 돌이켜 보았습니다.

분명 우리로 인해 영적으로 건강하게 세워졌던, 그리고 세워지고 있는 사람은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의 무관심으로 인해, 우리가 힘들지만 한 번만 더 도움의 손길을 뻗는다면, 영적으로 회복될 수 있었던, 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사람들 역시 있을 것입니다. 눈을 감으면 자신이 죽인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는 죽어가는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 그리고 언젠가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힘들지만 한 영혼이라도 더 하나님의 품으로 인도하고자 하는 헌신이 우리에게도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 한 주간 한 영혼의 생명을 감당하는 영적인 지도자로서 우리에게 이러한 한 영혼에 대한 열정이 있는지, 그리고 이 열정에 못지않은 냉철함이 우리에게 있는지, 그리고 죽어가는 한 영혼에 대한 안타까움과 이들을 살리고자 하는 헌신이 있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해 보는 한 주간이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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