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새로운 소망을 하나씩 가슴에 품기 마련입니다. 건강을 위해 ‘금연’이나 ‘금주’와 같은 목표를 세우기도 하고, 자기계발을 위해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이렇게 새해 소망으로 자주 등장하는 것 중에 하나가 '독서'입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 예로부터 사람들은 독서를 통해 자기계발을 해왔습니다. '위편삼절(韋編三絶)'이란 사자성어가 있습니다. 이 말은 원래 『史記』의 <孔子世家>에 나오는 것입니다. 공자는 늙어서도 책읽기를 게을리 하지 않아 '역경'을 열심히 뒤지다보니 책을 묶은 가죽 끈이 몇 번이나 끊어졌다는 것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책은 대나무를 직사각형으로 잘라 만든 죽간(竹簡)에 글씨를 쓴 여러 장을 가죽 끈으로 엮어 이은 형태였습니다. 위편(韋編)은 그 가죽 끈을 가리키고 삼절(三絶)은 세 번 만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끊어졌다는 뜻입니다. 가죽으로 맨 책 끈이 몇 번이나 끊어졌을 만큼 독서에 힘을 썼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상황이 많이 변했습니다. 디지털 환경이 지배하는 21세기를 살아가는 문명화된 현대인의 경우 인쇄된 책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습니다. 책의 죽음을 공공연히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편리하다 해도 그것은 무엇인가를 수행하는 데 있어 필요한 유용한 도구에 지나지 않습니다.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신속하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은 디지털 기술이 갖는 장점입니다. 하지만 폭넓은 지식과 교양을 통해 유연한 사고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독서가 최고의 방법입니다. 조각난 정보나 지식만을 섭취해서는 진정한 성숙을 도모할 수 없습니다.
적극적인 독서 단순히 지식을 쌓기 위해서 책을 읽는 것이 목적이라면, 속독이던 정독이던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손으로 페이지를 넘기면서 한 줄의 문장을 직접 읽어나가는 행위 자체에 깊은 의미가 담겨져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자신의 의사로 문장을 읽고 그 속에 담긴 의미를 풀어내려고 하는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자세’가 독서라는 행위에 내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그런 자세는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에서 한 번 더 나아가 독서를 통해 얻은 지식을 기반으로 문제의식을 갖게 해줍니다. ‘읽는’ 행위에는 언제 어떠한 경우에나 어느 정도의 적극성을 요구합니다. 완전히 수동적인 독서란 있을 수 없습니다. 독서 활동은 복잡다단해 독서에 바치는 노력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독자입니다. 자기 자신과 책에 대해서 의욕적일수록 좋은 독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쓰기 · 말하기는 적극적인 활동이지만 읽기 · 듣기는 완전히 수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쓰는 이나 말하는 이는 노력을 해야 하지만, 읽는 이나 듣는 이는 가만히 있어도 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상대편으로부터 적극적으로 보내져오는 정보를 그냥 받아들이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데에는 잘못이 있습니다. 정보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유산이 굴러들어 온다거나 판결을 언도 받는다거나 하는 것과는 이치가 다릅니다. 읽는 이나 듣는 이는 오히려 야구의 포수(捕手)와 비슷한 역할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을 받아낸다는 것도 던지거나 치거나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어엿한 하나의 행위입니다. 공에다 움직임을 주는 투수(投手)나 타자(打者)는 ‘보내는 이’이며, 그 움직임을 받아내는 포수나 야수(野手)는 ‘받는 이’입니다. 어느 쪽이나 적극적인 활동이라는 점에서는 다름이 없습니다. 굳이 수동적인 것이 있다면 그것은 공입니다. 공은 자기 이외의 누군가에 의해서 던져지고 받아지며 맞습니다. 자기가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독서 기술의 향상을 도모하라 좋은 포수가 되기 위해서는 속구(速球)든 변화구(變化球)든 솜씨 좋게 잡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읽는’ 경우도 온갖 종류의 정보를 될 수 있는 대로 솜씨 좋게 잡을 수 있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필자의 의도를 아주 조금밖에 이해하지 못하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완전히 이해하는 독자도 있습니다. 어느 정도로 잘 받아낼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독자의 적극성과 숙련도에 의해서 결정이 됩니다. 우리가 독서를 필요한 정보나 지식을 얻는 수준으로만 여긴다면, ‘읽는’ 것에 있어 특별한 기술을 습득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그저 정보나 지식을 습득하는 것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책이란 단순히 읽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읽으면서 나름대로 사색을 한 뒤, 문제의식을 가지고 자신에게 걸맞도록 소금과 후추 등의 양념으로 조리해야 가치가 있습니다. 정보나 지식은 가공했을 때 비로소 ‘교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입니다. 투수와 포수의 호흡이 들어맞지 않으면 힘든 것처럼, 쓰는 이와 읽는 이와의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쓰는 이가 전하려고 생각했던 것이 읽는 이의 미트(포수용 글러브)에 푹 들어갔을 때 비로소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합니다. 숙련된 필자와 숙련된 독자의 호흡이 딱 들어맞는 것입니다.
독서는 적극적인 행위라는 것을 기억하십시오. 좋은 독자가 되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제대로 읽을 때라야 책도 제기능을 발휘하게 됩니다. 책을 만나기 이전에 이제는 당신의 독서 기술을 점검하십시오. 독서에 대한 당신의 기술이 발전하면 당신의 삶도 발전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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