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이나 ‘변화’라는 단어가 이제는 식상하게 느껴질 만큼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습니다. 과거의 습관이나 관성에 갇혀 머물러 있는 조직은 생존 자체가 힘든 상황입니다. 변화를 끊임없이 모색하고 도전하지 않는 기업은 그 명성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쇠락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30년만 해도 세계적인 기업으로 명성을 드높이던 기업들 중에서도 이제는 그 흔적을 추억해야만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굳이 기업과 같은 이익집단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성격이나 규모에 상관없이 모든 조직이 직면하고 있는 공동의 상황입니다. 국가 간의 연합체인 거대 조직 UN을 비롯해 개별 국가나 기업 집단 및 NGO와 같은 비영리 단체는 물론 교회와 개인에 이르기까지 변화는 모든 이들의 몫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그 변화를 제대로 시작할 것인가 입니다.
1만 달러의 교훈 세계적인 물류 기업인 UPS의 중간 물류 기지가 있는 루이스빌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그곳은 하루에도 수십만 개의 소화물이 바쁘게 처리됩니다. 소화물을 항공기에 싣기 위해 분류하는 작업에는 컨베이어 벨트가 이용되었기 때문에, 그 물류 기지에서 컨베이어 벨트가 갖는 중요성은 매우 큽니다. 만약 컨베이어 벨트의 작동이 멈춰 버린다고 하면, 그것은 곧 엄청난 비용과 신뢰의 손실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바로 그 컨베이어 벨트가 멈춰버리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UPS의 엔지니어들이 달려가 컨베이어 벨트를 수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디가 잘못된 것인지 알아낼 수가 없습니다.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결국 내부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 없게 되자, 현장 책임자는 가까운 곳에 사무실을 두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전문가에게 수리를 의뢰하게 되었습니다. 서둘러 사고 현장에 도착한 컨베이어 벨트 전문가는 3분가량을 이곳저곳을 만져 보더니 건물 끝 쪽에 설치된 제어판으로 다가가 덮개를 열고 나사 하나를 조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컨베이어 벨트가 다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예상 외로 너무도 쉽게 어려운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매우 기분이 좋아진 현장 책임자는 유쾌한 목소리로 컨베이어 벨트 전문가에게 이렇게 물었습니다. “수리비용으로 얼마를 드려야 합니까?” 그러자 수리 전문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1만 달러입니다.” 현장 책임자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습니다. “1만 달러요? 5분밖에 일하지 않았는데 1만 달러를 달라는 말입니까? 도대체 그 내역이 어떻게 되는 거죠?” 이 말에 대해 컨베이어 벨트 전문가는 다음과 같이 답을 했고, 책임자는 순순히 1만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나사를 조이는 값은 얼마 되지 않지만 어떤 나사를 조여야 하는지를 아는 것은 충분히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신중하게 우선순위를 정하라 그렇습니다. 정말 중요한 점은 어떤 나사를 조여야 컨베이어 벨트가 가동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변화나 혁신도 마찬가지 입니다. 어떤 부분을 고쳐야 그 조직이 가진 잠재력을 혁신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지를 안다면, 혁신은 좀더 쉽게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어느 부분부터 시작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 이것이 변화를 완성하는 첫걸음입니다. 그런데, 혁신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서 흔히 다음의 두 가지 실수를 저지를 때가 많습니다. 첫째는, 너무나 소극적이고 조심스럽게 혁신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기업의 경우 혁신은 다른 기업과 차별화를 할 수 있는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합니다. 사실 그 차별화된 부분이 기업의 생존의 근거와 성장의 발판입니다. 그런데 많은 기업들이 혁신의 대상을 정하면서, 기업이 처한 상황에 비추어 최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했을 경우에도 피해가 크지 않을 차선을 택합니다. 문제는 이렇게 차선의 혁신을 추구해봐야 그 효과는 너무나 작아서 기업의 이해 관계자 중 아무도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어려울 정도라는 것입니다. 둘째는, 다수결의 원칙 등을 통해 혁신의 우선순위를 정한다는 점입니다. 즉, 기업의 이해 관계자들 가운데 가장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것, 혹은 잡음의 주요 원인이 되는 부분을 혁신의 최우선 순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동차 바퀴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심하게 난다고 해서 한 통밖에 없는 윤활유를 엔진과 같은 주요한 부품에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바퀴에 뿌린다면, 정작 자동차는 달리지 못하게 될 게 뻔합니다.
이처럼 변화와 혁신의 우선순위를 정할 때는 아무리 신중에 신중을 거듭해도 부족합니다. 변화에 대해 더디고 무감각한 것도 문제이지만 잘못된 목표 설정과 프로세스에 의한 변화 시도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도 심각합니다. 변화가 모든 이들의 몫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변화를 시도하기 위해서는 신중해야 합니다. 핵심을 찾아야 합니다. 아무리 스피드가 지배하는 세상이라 할지라도 속도만이 모든 것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습니다. 변화가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인 만큼 그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쏟아야 하는 리더의 노력의 크기는 클 수밖에 없습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상황과 여건이 어떠하든 흔들림 없이 핵심을 놓치지 않아야 할 책임이 리더에게 있습니다. 참된 변화를 이루어내기 위해 우리의 리더십이 더욱 발전하고 성숙해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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