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전 국민을 잠 못 들게 했던 월드컵도 이제는 어느덧 희미한 기억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모든 일이 그렇듯이, 그저 스쳐지나가게 두면 아무것도 남지 않지만, 무언가 배우고 얻기 위해 찾고 찾으면 숨은 지혜를 만날 수 있습니다. 그토록 우리를 흥분하게 했던 이번 월드컵에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지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우선, 이번 월드컵이 지난 2002년 월드컵과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 집중해 보도록 하죠. 4년 마다 반복되는 행사인데 무언가 확연히 드러나는 차이점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에서 배울 것이 있을 것입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2002년 월드컵과 달리 2006년 월드컵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인 팀들이 있었다는 점입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16강전에서 한국에 패했던 이탈리아가 우승을 했습니다. 한국에 패해 예선 탈락했던 포르투갈은 4강에 올랐습니다. 2002년에 이어 또 한번 예선 탈락의 위기에 몰렸던 프랑스는 준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불과 4년만의 이들의 경기력이 몰라보게 달라진 것은 아닐 것입니다. 4년 전에도 그들은 세계 최고 실력의 강팀이었습니다. 반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우승했던 브라질은 금세기 최고의 팀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이번 대회에서도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지만 결과는 8강 탈락이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이러한 성과 차이를 가져왔을까요?
축구에서 경영 원리를 배울 수 있는 이유는
축구는 고도의 조직력이 요구되는 종목입니다. 어떤 선수들로 팀을 구성하느냐, 상대에 따라 어떤 전략과 전술을 가져가느냐가 승부를 좌우합니다. 따라서 개개인의 역량이 뛰어나고 객관적인 전력 상 우위에 있는 팀들도 쉽게 승리를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처럼 축구와 경영은 유사한 측면이 많습니다. 감독은 경영자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전략과 전술을 개발하고 개발된 전략과 전술을 가장 잘 이행할 수 있는 선수들로 팀을 구성합니다. 그리고 선수들은 주어진 포지션에서 감독의 지시와 전술에 따라 팀플레이를 펼치게 됩니다. 이처럼 축구 경기는 서로 다른 자원을 보유하고 있는 두 조직이 펼치는 한 편의 경영 게임입니다. 90분 축구 경기 안에는 기업 경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망라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기업 경영자들이 축구로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축구의 특성 때문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2006년 7월 19일 LG경영연구원 박천규 선임연구원이 발표한 ‘2006 독일 월드컵에서 배우는 경영 포인트’라는 리포트를 통해 2006 독일 월드컵의 키워드를 짚어보고 조직 경영에 주는 시사점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리포트에서 박 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독일 월드컵에서 배우는 경영 포인트와 시사점을 5가지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포 인 트
.....- 스타플레이어 보다 조직력 .....- 新舊의 조화 .....- 승부는 미드필터 싸움 .....- 빠른 공수 전환과 압박 축구 .....- 조커 활용 | |
시 사 점
.....- 조직 역량을 극대화하라 .....- 기존 사업과 신사업의 균형을 추구하라 .....- 중간관리자를 육성하라 .....- 경영의 속도를 높여라 .....- 위기경영 시스템을 구축하라 | |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 하라
5가지 정리에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조직 역량 극대화’와 ‘중간관리자 육성’입니다. 우선, 생각하고자 하는 것은, ‘조직 역량 극대화’입니다. 이번 월드컵에서는 조직력이 강한 팀들이 좋은 성적을 올렸습니다. 다른 견해가 있을 수도 있지만 다른 유럽 팀과 달리 변변한 스타플레이어도 없는 스위스의 선전은 이번 대회의 이변 중에 하나였습니다. 청소년 대표 시절부터 손발을 맞춰 온 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팀은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90분 경기 내내 상대를 압박할 수 있었습니다. 스위스 팀은 선수 구성원 개개인의 역량보다는 팀 전체의 조화와 역량을 극대화하는데 집중함으로써 강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일본 자동차 업계의 라이벌 도요타와 닛산은 비슷한 시기에 설립되었습니다. 그런데 두 회사의 인력 구성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지방에 본거지를 둔 도요타는 임원들 대부분이 지방대 출신입니다. 도쿄를 본사로 하는 닛산은 임원들 대부분이 도쿄대 등 소위 명문대 출신입니다. 평범한 인재들로 구성된 도요타와 엘리트로 구성된 닛산의 승부는 뻔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인재 용병술에서 앞선 도요타의 승리였습니다. 닛산은 똑똑한 인재를 뽑아놓고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해 부도 위기까지 몰리면서 프랑스 회사 르노에 합병되고 말았습니다. 반면 도요타는 평범한 인재들로도 조직 역량을 극대화해 자타가 인정하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습니다. 도요타와 닛산의 사례는 좋은 자원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유한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보다 중요한 경영의 본질임을 보여줍니다.
중간관리자를 육성하라
다음으로 생각할 것은, ‘중간관리자 육성’입니다. 현대 축구에서의 승부는 미드필더 싸움, 즉 허리 싸움에서 판가름 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 축구를 ‘박지성이 있는 축구’와 ‘박지성이 없는 축구’로 구분하는 것도 그만큼 공수를 조율하는 허리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강팀들은 모두 뛰어난 미드필더들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미드필더들은 감독의 전략과 전술을 실행하는 핵심입니다. 미드필더 싸움에서 밀리는 팀은 경기 전체의 주도권을 뺏겨 끌려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기업에서도 허리에 해당하는 중간관리자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최고 경영자가 아무리 변화와 혁신을 강조해도 이를 실질적으로 수행하는 중간관리자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변화와 혁신은 실패로 끝이 납니다. 선진 기업들은 유능하고 충성도 높은 중간 관리자들을 육성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HP는 중간관리자 육성을 위한 멘토링 제도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멘티 선정은 입사한지 5년이 넘은 인재들 중에서 상사의 추천으로 이루어집니다. 선발된 멘티들은 리더십 교육을 받게 되면 프로그램 수료 후 개선이 필요한 2-3개 항목에 대해 지정된 멘토들로부터 집중적인 멘토링을 받게 됩니다. 이렇게 멘토링 프로그램을 거친 중간관리자들은 HP의 우수한 인재로서 체계적으로 육성됩니다.
중장기적 안목에서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하라
2006 독일 월드컵에서 한국은 아시아 팀들 중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며 선전했으나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며 16강 진출 목표에 실패했습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한국을 떠나면서 2002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는 선수들을 보며 놀랐다는 뼈아픈 충고를 남겼습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중장기적 관점에서 한국 축구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노력이 부족했음을 지적합니다. 현재 한국 기업들의 모습도 축구 대표팀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일부 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을 뿐 대부분의 기업들은 내수 시장 및 기존 사업 방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 외의 조직도 형편은 비슷합니다.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관성에서 자유롭지 못합니다. 교회도 예외가 아닙니다. 목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지만 변화와 혁신에는 더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중장적인 안목을 가지고 구체적인 변화와 혁신을 도모하지 않으면 기업이나 조직이 도태되는 것처럼 교회도 어려움을 당할 수 있습니다. 언제든 위기를 만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만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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