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335호 - 병든 조직의 다섯 가지 콤플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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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분석하는 개인이 드문 것처럼 기업이나 조직의 경우도 자신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조망하는 경우가 흔치 않습니다. 특히 대부분의 조직은 관료제 원칙 하에 조직을 편성해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반성의 기회를 갖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지금은 혁신적인 조직의 대명사로 알려진 도요타도 1989년 엔진 결함에서 비롯된 3천 건 이상의 클레임이 경영층에까지 전달되지 않아 10개월 동안이나 방치하다가 대규모 리콜 사건으로 확대되어 심각한 타격을 받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러한 관료주의 조직의 병은 언제든 발생할 수 있고, 치료했다고 해서 완전히 치유되지도 않으며, 언제든지 재발할 수도 있습니다. 더욱이 잘못된 습관을 방치해 두면 복잡하고 해결하기 힘든 정상적인 콤플렉스와 같은 조직의 병리 현상을 보이게 됩니다. 이번 호에서는 관료주의로 병든 조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몇 가지 콤플렉스들과 그 폐해를 짚어 봄으로써 건강한 조직을 만들기 위해 리더가 감당해야할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다이달로스 콤플렉스: 과거의 장점이 오늘의 걸림돌로 변질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다이달로스는 지혜의 여신 아테네로부터 기술을 전수 받은 건축과 공예의 명인으로 장인의 아버지로 불립니다. 그는 괴물을 가두어 달라는 크레타의 왕 미노스의 부탁을 받고 한번 들어가면 빠져나올 수 없는 미궁을 지어주었습니다. 그러나 훗날 다이달로스는 미노스왕의 미움을 사서 자신이 만든 미궁에 갇히는 신세가 됩니다. 그런데 다이달로스는 아들 이카로스와 함께 밀랍으로 날개를 만들어 미궁 탈출에 성공하게 됩니다. 하지만, 아들 이카로스는 하늘을 날 수 있다는 기쁨에 태양을 향해 너무 높이 날다가 밀랍이 녹으면서 바다에 떨어져 죽게 됩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장점으로 인해 오히려 곤란에 빠진 사람들을 가리켜 다이달로스나 이카로스를 떠올리곤 합니다.
조직은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제도나 의사결정 체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이 지나치게 경직적으로 운영되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리거나, 심기어 심각한 위기를 불러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명하복식의 지휘체계는 빠른 의사결정과 실행을 가능하게 해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위계적 조직 문화로 변질될 경우 다양한 의견이 무시될 수 있습니다.

메두사 콤플렉스: 환경 변화를 외면하게 만드는 지나친 자부심

머리칼이 모두 뱀으로 되어 있어 보기만 해도 사람들을 돌로 변하게 만드는 메두사는 여성 괴물입니다. 원래 메두사는 매우 아름다운 소녀였으나 자신의 미모에 자만해 아테네 여신보다 예쁘다고 자랑하다가 벌을 받아 모든 남성이 혐오하는 괴물 신세가 되었습니다. 메두사 콤플렉스란 지나친 자부심으로 인해 위험에 빠지는 것을 의미합니다.
100년이 넘은 미국 증권거래소 창립 당시 등록한 기업 중에 현재까지 남아 있는 기업은 GE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합니다. 잘 나가던 기업이나 오랜 역사의 기업이 사장되는 이유 중 하나는 지나친 자부심에 빠져 변화하지 않으려는 성향이라고 합니다. 메두사 콤플렉스는 오래된 조직일수록 고질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프로크루스테스 콤플렉스: 모든 일을 자신의 잣대로 해석하고 안주하는 현상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괴물들을 물리치는 여행을 하던 중 침대를 가지고 여행객을 괴롭히는 프로크루스테스를 만났습니다. 그는 나그네들을 자신의 침대에 눕혀서 침대보다 키가 크면 다리를 잘라 버리고, 작으면 늘여서 고통을 주었습니다. 테세우스는 그와 혈투를 벌여 이긴 후에 똑같은 형벌을 주었습니다. 이후로 프로크루스테스의 침대는 자신이 세운 기준에 얽매어 잘못된 판단을 하는 사람들을 지칭하는 표현으로 쓰이고 있습니다.
구성원들은 수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합니다. 따라서 구성원들이 얼마나 바람직한 의사결정을 하느냐에 따라 그 조직의 성패가 좌우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관료화된 조직의 경우 구성원의 의견을 입맛에 맞게 재단해 버리곤 합니다.

시지프스 콤플렉스: 실패로부터 학습하지 못하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

살았을 때 신들을 기만했던 시지프스는 지옥에 떨어져 신들로부터 가장 엄한 형벌을 받습니다. 시지프스가 있는 힘을 다해 큰 바윗돌을 산 아래에서 꼭대기까지 올려놓으면, 다음 날 아침 신들이 산 아래로 굴려버리기 때문에 다시 산 정상에 올려놓아야 하는 끝이 없는 형벌입니다. 많은 시인들이 되풀이 되는 인간의 불행을 비유하여 시지프스의 신화로 표현합니다. 조직도 실패했다는 사실을 은폐되거나 또는 실패를 부정하고 싶은 구성원들의 잘못된 편견 때문에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고 그 실패의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찾는 과정을 갖지 않으면 작은 실패는 더 큰 실패의 요인이 됩니다. 실패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거나 배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작지만 거듭되는 실수로 인해 그 조직의 생존마저 위협받는 큰 위기를 만날 수 있습니다.

키클롭스 콤플렉스: 편향된 시각으로 인해 다양성 상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위대한 영웅 중의 하나인 오디세우스는 여행을 하던 중에 외눈박이 거인 키클롭스를 만나 괴롭힘을 당하게 됩니다. 사고방식이 단순한 키클롭스는 오디세우스가 주는 술을 받아먹고 취해서 잠을 자다가 하나 남은 눈마저 잃게 됩니다.
어떤 기업들은 단기 실적에 급급하다가 고객의 불만이 급증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면, 고객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미명 하에 천문학적인 투자를 장기간 계속하다가 과잉 투자로 적자에 허덕이다 도산하는 기업도 종종 있습니다. 조직이 하나의 방향으로만 나가다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위의 나열된 다섯 가지 콤플렉스에서 보듯이 병든 조직이 앓고 있는 병은 심각합니다. 감기처럼 짧은 기간 앓고 나면 끝이 나는 일시적인 것이 아닙니다. 근본적인 치유가 필요한 중병입니다. 잘못된 생활습관을 바꾸어야 육체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듯이 잘못된 조직 문화를 바꾸어야 조직의 건강을 회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 치유의 중심에는 리더가 있습니다. 콤플렉스를 치유하려면 리더가 앞장서야 합니다. 리더부터 콤플렉스로부터 벗어나야 합니다. 그리고 구성원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합니다. 이것이 건강한 조직을 이끄는 리더십의 기본이자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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