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224호 - 마음을 사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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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기(吳起) 장군 이야기

연저지인이라는 고사성어가 있습니다. 종기의 고름을 빨아주어 깊은 감동을 준다는 뜻으로, 중국의 고서인 <사기>에 나온 말입니다. 그런데 이 말은 위(魏)나라 문후(文侯) 시대에 유명했던 오기(吳起) 장군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는 사령관의 신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과 똑같은 생활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의복이나 식사도 일반 사병과 똑같았으며, 군을 지휘할 때도 말을 타고 다니지 않은 장군으로 유명했습니다. 심지어 사명들이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면, 그는 언제나 달려가서 그 짐을 함께 지고 가주었습니다. 그가 이렇게 사병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생활을 한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는 "아랫사람을 극진히 사랑해야 그들의 충성을 얻는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어느 날 오기가 군을 시찰하던 중, 종기로 고생하는 한 병사를 만났습니다. 오기는 그 병사와 종기의 상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 그를 치료하기 위해 그 종기를 입으로 빨아주었습니다.
이 소식이 그 병사의 어미에게까지 퍼졌습니다. 그런데 그 소식을 들은 그 어미가 보여준 반응은 사뭇 이상했습니다. 아들을 치료해 준 오기에 대해 감사하거나 기뻐하기 보다는 오히려 통곡하며 울었던 것입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주변 사람들은 '지체 높은 장군이 종기를 빨아 치료해줬다면 가문의 영광으로 여겨야 할 터인데 왠 통곡인가?'라며 의아해했습니다. 그러자 그 병사의 어미는 이렇게 외쳤습니다.
"지난번에도 오 장군이 내 남편의 종기를 빨아주더니 전쟁에서 돌아오지 못하고 죽음을 당했소. 그런데 이번에는 내 아들을 종기를 빨아주었다고 하오. 지 아비도 목숨을 걸고 오 장군을 위해 싸웠는데, 아물며 아들놈이야 오죽하겠소."
결국 오기가 위나라 최고의 장수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을 위해 목숨을 내던지며 싸워주는 병사들의 마음을 얻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리더십과 파트너십의 차이

유명한 미래학자인 존 네이비스트는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21세기를 이끌어 가는 것은 리더십이 아니라 파트너십입니다." 리더십이라는 말의 전통적인 의미는 주로 이끄는(lead) 것과 영향력을 끼치는 것이었다면, 앞으로 21세기 사회가 필요로 하는 리더십은 사람들이 갖고 있는 재능과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게 하고, 그것을 통해 조직의 목적을 이뤄가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라는 게 네이비스트의 말입니다.
리더십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리더 자신입니다.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 준비해야 할 사람도 리더이고, 조직이나 사람들을 이끌기 위해 준비되어야 할 사람도 리더 자신입니다. 지나간 역사의 위대한 인물들은 모두 이렇게 잘 준비된 리더들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고, 그들을 잘 이끌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보면, 중요한 것은 리더가 아니라 조직원들입니다. 파트너십에서 볼 때, 리더의 역할은 조직원들이 갖고 있는 역량과 능력을 최대한 계발하고 발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따라서 파트너십의 관점에서 보면, 리더는 항상 조직원들이 잘 준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마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물론 리더십을 전적으로 구시대적 유물로 치부해서는 안 됩니다. 온전한 파트너십이 발휘되기 위해서는 리더십을 갖춘 리더가 되어야하며, 그런 의미에서 파트너십 또한 리더십의 한 유형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당신이 무슨 목적으로 리더십에 대해 관심을 갖느냐 하는 것입니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자면, 당신이 리더십에 관심을 갖는 이유가 당신 자신을 위해서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을 세워주기 위해서인가 하는 것입니다.

혼자서 목표를 이루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분명한 사실은, 다른 사람들의 도움 없이 목표를 이룰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것입니다. 만일 당신이 어떠한 목표를 이루기 원한다면, 당신이 리더십을 발휘하건 파트너십을 발휘하건 간에, 당신이 그 목표를 이루도록 돕는 누군가가 반드시 있게 마련입니다.
목회현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작은 교회라고 할찌라도 담임목사 혼자서 모든 일을 다 감당할 수는 없습니다. 오늘날 제자훈련의 필요를 심각하게 요구하는 목회자들이 많아지는 것도 오늘날이 목사 혼자서 모든 것을 다 하는 시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제 중요한 것은 당신의 목표를 이루는데 함께 하는 사람들과 어떤 관계가 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리더십은 영향력"이라는 고전적인 명제에서, "영향력"은 단순한 권력이나 힘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는 것입니다. 즉, 리더가 강압적으로 무엇을 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리더의 말과 생각에 따라가도록 만드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향력 있는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진실함의 두 가지 속성, "Truth"와 "Integrity"

앞서 네이비스트가 이야기한 것처럼, 21세기 사회가 파트너십에 의해 움직여진다 하더라도 파트너십의 핵심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리더가 있습니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사람들은 결코 거짓된 행위나 뻔히 들여다보이는 술수에 마음을 주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어떤 피치 못할 조건 때문에 그 사람의 명령에 움직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마음까지 움직이게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진실함이라는 재료가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진실함이란 "Truth"의 의미도 갖고 있지만 "Integrity"의 의미도 포함합니다. 즉,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는 동기 면에서도 진실해야 하고, 행동의 일관성을 통해서도 진실함이 증명되어야만 한다는 것입니다. 이 둘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결핍된다면, 결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없습니다. 위나라의 병사들이 오기(吳起) 장군을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싸웠던 것은, 진심으로 병사들을 위하는 오기 장군의 마음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눈에 보여진 오기 장군의 일관적인 모습 때문이었습니다.

미래학자인 존 네이비스트는 "하이테크 시대에는 하이터치로 승부하는 자만이 살아남는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네이비스트가 말하는 "하이터치"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을 의미합니다. 오늘날처럼 목회가 어려운 시기에도 분명 해답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사람의 마음을 사는 것입니다. 마음과 행동의 진실함을 통하여 다른 사람들을 세워주고, 그들의 능력과 역량을 계발하기 위해 노력한다면 당신은 분명히 마음을 사는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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