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하네스 케플러(Johannes Kepler)는 천문학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게 여기지는 대표적인 법칙들인 "궤도의 법칙"(모든 행성은 태양을 한 촛점으로 타원형 궤도를 형성하며 움직인다)과 "면적의 법칙"(행성을 태양으로 연결시키는 선은 동일한 단위시간당 면적을 그린다.), 그리고 "주기의 법칙"(태양주위를 선회하는 행성 주기의 제곱은 태양으로부터 행성의 평균 거리의 세제곱에 비례한다.)을 발견한 천문학자입니다.
케플러가 이러한 법칙들을 발견하기 이전까지, 그는 '대칭성'에 대해 매료되고 대칭이 주는 완전성을 맹신한 사람이었습니다. 망원경이 급속하게 발달하면서 천체에 대한 관측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여러 가지 행성들에 대한 자료가 쏟아져 나오자 케플러는 이런 자료들을 근거로 행성의 궤도로 적당한 도형을 찾는데 무려 8년이나 걸렸다고 합니다.
왜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요? 그것은 '대칭이 주는 완전성'에 대한 그의 "고정관념과 편견" 때문이었습니다.
그의 발목을 잡은 사연은 이렇습니다. 그는 대부분의 과학자들과 마찬가지로 행성들은 당연히 원 궤도를 따라 움직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가장 완벽한 대칭성을 가진 원을 따라 행성이 움직이며 우주가 이러한 완전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유로 화성의 관측 기록을 접한 케플러는 일주일 안에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호언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원 궤도를 계산한 화성의 공전주기와 실제로 관측한 자료와는 몇 분간의 오차가 있었고, 이 오차 때문에 그는 8년 동안이나 고심의 고심 끝에 원을 집어 던지고 타원을 행성의 궤도로 받아들이게 되었던 것입니다.
밑 빠진 독
이처럼 고정관념은 밑 빠진 독과 같아서 시간과 열정을 헛수고로 만들어버립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고정관념의 미로에 갇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까지 하면서 해답을 찾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뒤늦게라도 그런 고정관념에서 벗어났기에 케플러는 천문학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세가지 법칙을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고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은 결국 위대한 발견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속담의 미학을 연구한 학자들의 말에 의하면, 속담은 어떤 현상이 있기에 생겨나기도 하지만 속담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현상이 생기기도 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한 속담연구가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라는 속담의 일반적 해석이 아주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일반적으로 이 속담은 '아무리 가까운 친척이라도 남에게 좋은 일이 생기면 시기와 질투가 생긴다'는 의미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원래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촌이 논을 샀을때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뭔가 도와줄 일이 없는지를 먼저 생각한 좋은 사람들이었다는 것입니다.
요즘같이 퇴비와 비료가 충분한 시절이 아니었던 옛날 농경사회에서는 인분(人糞)이 중요한 거름이었습니다. 따라서 사촌이 논을 샀으니 인분이 더 필요할 것이고, 그걸 생각하니 '뒷간'엘 자주 가서 거름을 만들어 줘야겠다는 생각에서 그 속담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참 좋은 의도를 갖고 있었던 속담이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그 의미가 왜곡되었다는 것입니다. 사촌을 사랑하는 마음이 정반대로 해석되어 버린 것입니다. 우리는 그 동안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은 당연하다'는 비인간적 편견에 치우친 교육을 받은 것입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의 탈출이 가져다 주는 기쁨
이제부터는 이런 잘못된 고정관념 그리고 편견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리더십에 있어서 고정관념과 편견은 리더를 감옥에 갇히게 합니다. 그러므로 탈출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입니다.
물론 탈출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닙니다. 중요한 변화는 그리 쉽게 이뤄지지 않습니다. 고통이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고통을 극복하고 자신의 한계를 탈출한 뒤엔 성숙한 리더의 모습을 갖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산을 오르다보면 처음에는 길이 넓게 느껴집니다. 정상에 가뿐히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양팔을 신나게 흔들며 쉽게 올라갑니다. 그러나 정상에 가까이 올라갈수록 길은 점점 좁아지고, 다리는 무거워지며 극복하기 힘든 장애물도 만나게 됩니다. 포기하고 싶은 맘이 굴뚝까지 차게 됩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이 산을 올라가는가 회의감이 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런 고생과 수고를 극복하고 정상에서 맛보는 풍경은 그간의 고통과 수고를 모두 씻어줍니다. 그것은 정상에 오른 자 만이 맛볼 수 있는 것입니다. 정상에 오르기 전에는 절대로 그것을 느낄 수 없습니다. 그리고 더 넓게, 더 멀리 바라보면서 정상에 오르기 전의 조급한 생각들이 얼마나 어리석은 것들이었는가를 알게 됩니다.
안경을 벗어버리자
이 세상에는 수많은 종류의 안경이 있습니다. 각 안경점마다 안경이 얼마나 많이, 다양한 색깔의 안경이 있는지 다 셀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서 우리 눈에 보이는 세상이 달라진다는 것입니다. 푸른 색깔의 안경을 쓰면 세상은 푸르게 보이고, 돋보기 안경으로 보면 세상은 크게 보입니다. 우리가 어떤 안경을 쓰느냐에 따라 세상은 얼마든지 다르게 보이는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식의 눈에 푸른 색 안경을 끼면 세상은 푸르게 보이고, 돋보기를 쓰면 크게 보일 것입니다. 안경은 사물과 현상을 제멋대로 변형시킵니다. 사물이나 현상을 바로 보기 위해서는 내가 쓰고 있는 안경을 과감히 벗어 던져야 합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을 과감히 벗어 버려야 하는 것입니다.
또한 결단을 위해 자신의 현주소를 똑바로 보려는 문제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왜 나는 이런 모습인가?", "지금의 모습은 어떤가?", "똑바로 인식하고 있는가?", "다른 쪽에서 보면 어떻게 보일까?" 평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사물과 현상의 본질과 원래 모습을 제대로 볼 수 있으며, 원래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리더자의 삶은 공허합니다. 개인, 조직 그리고 한 사회가 삐거덕거리는 것은 문제가 많아서라기보다는, 그러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거나 그러한 문제를 해결할 아이디어를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문제의식을 갖고 아이디어를 창출하기 위해선 안경을 벗어버리는 발상이 필요합니다. 고정관념과 편견의 문제의식에서 탈출해야 합니다.
본문화일내려받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