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프로파일 자료리스트 2] (평깨 60호) 프로파일컨설팅은 슈퍼마켓이나 병원이 아니라 헬스클럽입니다
훈련원 세미나 진행 중에 프로파일컨설팅을 홍보할 때였다.
수강생 중의 한 분인 L목사님이 쉬는 시간에 찾아와서 프로파일에 대해서 이것저것 묻다가 대뜸 이런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컨설팅하면 우리 교회에 맞는 양육체계커리큘럼도 다 짜서 주나요?”L목사님뿐만 아니라 다른 목사님들에게도 이런 류의 질문이 많은 걸 보면, 목회자들의 사고방식 속에는 “컨설팅이란 내가 필요한 것들은 알아서 제공해주고 내가힘들어하는 부분은 척척 처리해 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런 오해가 한국 교회에 컨설팅이 쉽게 정착되지 못하게 하는 이유가 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나는 그 목사님에게 “아닙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목사님이 목사님의 교회에 맞는 양육커리큘럼을 구축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입니다. 결코 목사님이 하셔야 할 일을 대신 해드리는 것이 아닙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는 이어서 프로파일진단이 우선 되어야 하고 그 후에 이루어지는 컨설팅을 통해서 목회에 긍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설명을 덧붙이려고 했다. 그런데 이미 목사님의눈에는 실망의 빛이 역력했다. 그리고 그 실망은 이내 소극적인 태도로 변해버렸다. 이후의 설명은 듣는 둥 마는 둥 하다가 “나중에 시간이 나면 컨설팅을 꼭 한번 받아보겠습니다”라며 서둘러 이야기를 끝내고 자리를 떴다.
사실 그 목사님의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예스이자 노우였다. 컨설팅은 무엇을대행하는 서비스가 아니기 때문에 분명히 <NO>였지만, 그 목사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그 교회의 양육체계를 구축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점에서는 분명히 <YES>이기도 했다. 하지만 <NO>를 먼저 말씀드리니까, 마음 문이닫혀 더 이상 컨설팅에 대해 기대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지금 생각하면 “목사님! 그것은 예스이기도 하고 노우이기도 합니다”라고 말씀드리는 것이 훨씬 지혜로운 대답이었을 걸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실제로 컨설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유익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궁금할 것이다.앞서 언급한 그 목사님은 지금 양육체계 구축이 본인의 목회에서 가장 시급하게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셨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우리 컨설턴트들은 컨설팅 계약을 맺을 때 목회자가 생각하는 현안에 대해서 경청하지만, 목회자의 판단에 근거해서 진단하지는 않는다. 목회자가 생각하는 1순위의 문제와 실제적인 1순위의 문제, 즉 평신도들이 생각하는 문제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컨설팅에 있어서 1차적이고 필수적인 것이 프로파일진단이다. 목회자와 평신도 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거쳐 목회자를 포함한 전반적인 목회영역을 진단하는 것이다. 그런데, 상당한 경우 목회자가 생각하지 못했던 의외의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목회자와 평신도 간에 인식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목회자는 양육체계가 시급하고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평신도는 목회자의 리더십에 대해서 불신을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시급한 현안이 되어야 하고, 컨설턴트의 역할이 어떻게 규정되어야 하겠는가? 당연히 좀더 본질적이고 좀더 시급히 개선되어야 할 곳에 에너지를 집중하게 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컨설팅은 목회자가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마음대로 골라 살 수 있는 슈퍼마켓이나 질병이 있는지를 진단해주고 처방해주는 병원이라기보다는 무엇이 약하고 무엇이 강한지를 진단하고 더 건강해질 수 있는 운동방법을 알려주는 헬스 클럽의 역할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앞서 언급한 L목사님이 양육체계를 구축해야 할 때 컨설팅은 어떤 유익을 줄 수 있을까? 우선 컨설턴트는 양육체계를 구축하려고 할 때 고려해야 할 요소들에 대해 L목사님과 이야기한다. 여기서 평신도들의 현재 양육수준이라든지,지금까지 받았던 양육프로그램이라든지, 양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시간적인 여유나 학습능력 등)들을 모두 고려한다. 다음으로는 이런 환경 속에서 소그룹과 양육프로그램을 어떻게 균형있게 만들어갈 것인지, 이를 위해서 어떤 발달단계를 거쳐야 할 것인지 협의하고 결정한다.
마지막으로 그 교회에 필요한 양육의 주제들이무엇인지, 그 주제들을 담을 교재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직접 제작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 교재를 구입할 것인지, 모델교회의 교재를 벤치마킹할 것인지)에 대한정보를 제공하고 담임목사가 최종적으로 결정하고 교재 제작을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물론 교제를 만들고 양육체계를 구축하는 모든 과정에서 컨설턴트는 충실한상담자요 점검자가 되어 준다.
훈련원의 컨설턴트들은 컨설팅의 결과만큼이나 컨설팅의 과정을 소중하게 여긴다.왜냐하면 컨설팅 자체가 해당 목회자에게는 목회 철학과 목회 역량을 계발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L목사님과 같이 성급하게 컨설팅의 한계를 판단하기보다 컨설팅의 유익을 직접 체험해보는 목회자들이 많아지시길 기대한다.
송정헌 목사(국제제자훈련원 컨설팅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