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다락방 이야기 5 : 나뉘어지는 청실다락방
1988년 9월 25일 우리지에 소개된 다락방 기사입니다. 다락방이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새롭게 번식하는 살아있는 다락방으로 자라갈 수 있는지를 엿볼 수 있는 내용입니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라는 제목으로 공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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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은 성장하고 나뉘어 번식해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구원하고 나와 같은 제자를 만들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렇게 다락방이 나뉘어지는 데에서 오는 헤어짐의 섭섭함도 크다. "네 시작은 미약하였으나 네 나중은 심히 창대하리라"(욥 8:7)는 말씀을 기억해 보며 이원호 순장이 인도하는 청실다락방을 찾아본다.
먼저 이 다락방을 소개함은 어떤 특정인이나 다락방을 드러내기 위함이 아니라 오로지 그리스도 예수의 주되신 것을 알리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을 다해 섬김으로써 받는 놀라운 은혜를 통해 주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자 함이요 우리 모두가 새로운 도전을 받고자 함이다.
타교회에서 서리집사와 구역장으로서 신앙생활을 해오던 이집사는 85년 본 교회로 오면서 바로 다락방에 참석하게 되었는데 그 당시 너무나 헌신적이면서 열성적인 순장의 모습을 접하고 감동했었고 제자훈련을 받으면서도 '내가 순장이 되면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그저 어떤 이유로든 순장을 하지 말아야겠다는 엉뚱한 다짐을 하곤 했었단다. 아마도 주님의 음성을 거역하며 도망갔던 요나에게서 큰 <동료의식>을 느꼈던 모양이다. 그러나 어찌 주의 낯을 피할 수 있으리오!
87년 3월 청실다락방 순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런데 이 다락방은 순원이 크게 늘어나 둘로 나누어지면서 약간의 행정적인 착오와 새 순장의 개인적인 사정 등으로 갑자기 해체되어 문제시된 경험이 있는 다락방이었다. 한사람의 집사 외에는 모두 초신자 수준격인 이 다락방에서 두렵고 떨리는 심정으로 다시 문을 열며 "자 우리 같이 공부해 봅시다" 하니 다들 신통찮다는 표정을 보여 낙심했었으나 "하나님, 이왕 봉사하게 하셨으니 저에게 능력주시고 정말 멋진 다락방이 되게 해주십시요"라고 떼를 썼다.
무엇보다도 먼저 모이게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 그래서 금요일은 약속들이 많다 하여 목요일로 변경하자는 데에 동의하였고 모임 시간이 너무 길지 않도록 1시간 정도만 하는 것이 어떠냐 해서 그렇게 하기로 했고 되도록 순원들의 요구를 다 받아들였다.
그렇게 했더니 어느 날 순원들이 "순장님, 시원한 맥주 한 잔 어떻습니까?"하며 가져오기도. '야, 이거 안되겠구나' 싶어서 지금까지 순원들의 불평을 들어주고 양보해 왔으므로 더욱더 분위기가 산만해질 수도 있다는 우려 때문에 기강을 잡아가면서 세상 이야기는 가능한 하질 않았다. 모임의 횟수를 거듭할수록 순원들의 신앙상태, 가정생활, 직장문제 등이 파악되고 모임인도의 어려움도 차츰 줄어 처음에는 남자의 목소리로는 도무지 어울리지 않게 가냘펐던 찬송소리가 이제는 크고 우렁차서 마음을 활작 열기에 충분하고도 은혜로운 찬양이 되었다.
다락방을 운영함에 있어서 원활한 인간관계가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나는 형식적인 틀에서 벗어나 한 주일에 두세 번 정도 전화를 했다. 처음에는 안부전화이나 다음에는 꼭 참석해 달라는 애절한 부탁이고 순원이 받지 못할 때는 부인에게 꼭 나오게 해달라는 전갈을 하기 때문에(양심상) 나오지 않을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순장으로부터<특명>을 받은 어떤 아내는 오로지 충성된 마음으로 참석할 때까지 남편을 졸라대며 '볶는'통에 집에 있을 수도 없게 하여 행복한 '부부싸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어려운 일이 생기면 함께 고통하고 기도하며 상을 당할 때는 함께 슬퍼하며 위로하는 이런 사랑의 교제가 이루어질 때, 사업이 어렵게 되어 전화받기를 꺼려하고 다락방과 교회에도 불참하며 힘들어하던 순원이 다시 나오게 되는 역사가 일어나게 되었다.
한 순원은 부모에 의해 중매결혼을 했는데 결혼초기부터 자꾸 손해나는 기분이 들었고 이런 감정 때문에 주위의 다른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더욱 예뻐 보였는데 먼저 믿은 아내의 기도와 인내로 예수를 믿고 나니 예전엔 별로라고 생각했던 아내가 지금은 그렇게 예쁠 수가 없다고.
이밖에 장사를 하면서도 꼬박꼬박 주일과 수요예배를 지키면서 예수님 때문에 세상 것을 포기한 경우와 물질에 있어서 꼭 필요한 만큼만을 주셔서 너무 궁핍함으로 곤경에 빠뜨리지도 아니하시고 너무 부요함으로 하나님의 궤도를 이탈하게도 아니하시는 아바 아버지의 세밀한 보살핌을 전해주는 등, 소중한 간증들이 끝없이 넘쳐나는 청실다락방.
처음에는 등록인원 열 명 중 다섯 명의 출석으로 시작이 되었으나 지금은 등록인원이 스물 일곱이고 매주 다락방에 평균 열 명 정도는 빠짐없이 참석한다. 그간 초신자로 등록한 다섯 명이 학습을 받았으며 이들 중 세 명은 이미 세례를 받았고 두 명은 올 가을에 받을 예정이다.
청실다락방에는 이제 한 가지 고민만 남았다. 아무도 나눠지기 싫어할 정도로 그들의 사랑이 끈끈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시 한번 나뉘어져 새로운 순으로서 번식을 하기 위하여 감수해야 할 불가피한 과정이라면 그것도 기쁨으로 지고 나갈 십자가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