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방] 다락방 이야기 3 : 직장인 8다락방
1990년 4월 29일 우리지에 실린 다락방 기사입니다. "낮과 밤이 바뀌는 남대문 시장에서"라는 제목으로 정리된 이 기사는 삶의 현장속 깊숙이에 자리잡고 있는 다락방의 살아있는 활동력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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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8다락방이 매주 모이는 일신감리교회에 갔을 때는 이미 햇살이 따가와지기 시작하는 오후였다(지난 3월말 처음 이곳을 찾아왔을 때의 으스스 추웠던 날씨와 빨갛게 피어오르던 석유 난로가 기억이 났다.)
남대문상가 내의 의류도매업체에 종사하는 자매들로 구성된 이 다락방은 순원들 대부분이 미혼여성이며 순복음교회, 성결교회, 사랑의교회 교인들이 함께 모인 곳으로 가히 초교파적인 개방성을 보여주며 이 다락방의 김응자 순장 역시 강서구의 대성교회집사이다.
순원들의 직장 근무시간이 새벽 두시부터 오후 한시까지인지라 다락방은 보통 오후 두시부터 시작되는데 매일 열한시간의 과중한 업무임에도 모여서 성경공부를 할 때의 열심은 대단하다.
직장인 8다락방의 전신이랄 수 있는 남대문다락방이 처음 만들어지기까지는 우리 교회 정순금 집사의 숨은 노력이 많았다. 남대문 시장에 가게를 가진 정집사가 하나님을 모르는 채 일만 하는 영혼들이 불쌍해 열심히 전도한 3명의 순원으로 다락방을 시작한 것은 85년 말부터였다. 차츰 순원도 늘어나고, 남대문 시장에서 종사하는 자매중 순장도 3명이나 배출되었다. 그러나 대부분 주부인 순원들은 집 까까운 곳의 다락방으로 가기를 원하게 되어 결국 거주지 근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말았다.
그 후 미혼의 자매들이 합심하여 지금의 직장인 8다락방을 결성한 것이다. 처음에는 모일 장소가 없어 곤란을 겪다가 일신감리교회 목사님이 그 교회의 가장 좋은 장소인 본당 기도실을 선뜻 제공해 주TU서 깨끗이 해결되었다. 교회와 교회가 서로 협력하여 필요를 채워주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거의 다 참석한 순원들과 새로 참석한 자매까지 12명이 빼곡이 둘러앉아 교재공부를 마친 후 적용부분에 가서 각자의 생활현장에서 일어나는 어려움을 나눴는데, 물건을 바꾸어 달라고 하는 손님을 친절하게 대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정말로 바꿀만한 물건이 아니데 억지를 부리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라고. 원단가게에 종사하는 어느 순원은 하자가 있는 원단을 정말 모르고 팔았는데 고의적인 것으로 오해할 때 제일 견디기 어려웠다고 했다.
강원도 원주에서 금내리교회를 섬기면서 금요일마다 다락방 참석을 위해 서울에 오는 장명옥 집사는 양품점을 경영할 때의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그 중에서도 이들의 공통된 스트레스의 주범은 예의 없는 손님들로 인한 것인데, 진열된 물건을 온통 어질러 놓고서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다고 그냥 갈 때 겪는 고통이었다. 그러나 짜증이 나면서도 웃으며 그 손님을 보낼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친절하게 고객을 대하는 가게라는 것이 알려지면 사람들이 많이 찾게도 되거니와 손님들에 대한 친절한 행동은 곧 하나님의 뜻에 합당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늦어도 새벽 한 시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나야 하는 자매들인지라 다락방이 끝나면 간단한 간식을 나눈 후 곧장 돌아가야 한다. 이렇게 조금의 여유밖에는 누릴 수 없는 형편이면서도 모이기에 힘쓰고 말씀을 사모하는 모습들에서 많은 도전을 받고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