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 736호 - 교회의 위기, 리더의 정서적 분화가 중요하다

목록보기 조회수 4742

한겨울의 이른 주일 아침, A,B 두 교회에 똑 같은 위기상황이 발생했습니다. 발단은 교회의 보일러가 터진 것이었습니다. 주일 오전 예배를 위한 난방을 하기에 수리 시간도 부족할뿐더러, 쌓인 눈과 오물 등으로 하수구까지 막혀 보일러가 터진 물과 함께 교회 지하의 어린이집이 침수되었습니다. 관리집사와 건물관리위원회의 장로, 유치원장 권사, 담임목사는 주일 아침 짧은 시간 내에 쌓인 눈을 치우고 보일러 수리를 하며, 예배시간을 조정하고, 어린이집을 청소할 방법을 마련해 월요일 성도들의 자녀들이 무사히 등원하게 하는 일을 결정해야 했습니다.

두 교회의 대응은 사뭇 달랐습니다.

A 교회에 눈을 쓸러 출근했다 난리통을 발견한 관리집사는 건물관리담당 장로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른 아침 관리집사의 전화를 받은 장로는 골치 아픈 상황에 잠시 짜증이 났지만, 이내 진정하고 관리집사에게 자신이 교회에 가기까지 눈을 치우고 있으라 부탁했습니다. 그리고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담임목사는 유아세례식이 있는 주일 아침 이런 일이 발생한데 대해 짜증이 났고 관리담당장로의 평소 관리 책임을 묻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 마음을 가다듬고 장로가 최대한 빨리 보일러 수리업체에 연락해 상황을 해결해 줄 것을 부탁하며, 자신은 예배시간을 조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담임목사는 어린이집 권사에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설명하고, 청소업체에 연락해 최대한 신속히 어린이집을 청소해 줄 것을 부탁하며 해당 비용은 교회가 절반을 부담하겠다고 제안했습니다.

비록 어수선한 상황에서 주일예배가 진행되었지만, 담임목사의 상황설명과 대처방안을 들은 성도들도 모두 이해하며 너그러운 태도를 보였고, 유아세례 시간에 마이크 볼륨이 조절되지 않거나 지연되는 등의 돌발 상황도 충분히 감내하며 주일예배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예배를 마친 성도들은 목사와 중직자들을 격려하며, 예배와 교회건물 관리에 대한 생산적인 건의와 대화를 하고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B 교회는 정반대의 상황이 진행되었습니다. 관리집사는 건물관리담당 장로에게 전화를 걸어, 대뜸 장로가 교회에 어서 와서 해결해줄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날이 너무 추워 자신이 이 일을 할 수 없다며 담당자인 장로가 와서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짜증이 난 장로는 자신이 그런 일로 교회에 갈 수는 없으며, 관리집사가 현장에서 눈을 치우고 청소를 시작하라고 소리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그리곤 이내 평소 탐탁지 않았던 이 어리숙한 관리집사를 뽑은 것이 바로 담임목사임을 기억하며 담임목사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그는 담임목사에게 이미 수 차례 보일러 수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자신의 말을 듣지 않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담임목사가 빨리 교회로 와 이 사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담임목사는 주일 아침 자신이 보일러 수리까지 할 수는 없다며 대꾸했습니다. 그러자 장로는 어린이집 침수사태까지 이야기 하며, 관리집사가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니 그를 임명한 담임목사가 어린이집 원장 권사에게 상황을 알려야 할 거라 말했습니다. 담임목사는 감정이 폭발해 이 교회의 모든 일이 자기 책임이냐며 소리치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장로와 그의 아내는 교회에 가기 전 주변사람들에게 전화를 걸어 아침에 발생한 일과 목사의 태도에 대해 이야기 하며 자신들의 답답함을 털어놓았습니다.

주일 예배는 춥고 어수선한 상황에서 진행되었고, 모든 사람의 마음에 불만이 가득한 주일이 되었습니다.

같은 상황에서 A교회는 문제를 서로 협력해 잘 해결했고, B교회는 서로 갈등하며 멀어지게 되었습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이것은 그중 어느 한 사람의 태도 문제가 아닙니다. 한 교회공동체의 전반적인 정서적 성숙과 관계가 있습니다. 정서적 성숙을 성경적 용어로 말한다면 ‘지혜’라 할 수 있습니다. A교회는 지혜롭게 행동했고, B교회는 어리석었습니다.

A교회는 내적으로 감정과 사고를 분리했습니다.

문제가 발생 한 후 잠시 잠깐의 짜증은 있었지만 그들은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법을 자신들의 감정과는 결부시키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객관적으로 문제를 보고 행동했습니다. 반면 B교회는 문제를 분석하고 대처방안을 세우기 보다, 자신의 현재 감정과 묵은 감정을 쏟아내기 바빴기에 어떤 문제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감정과 사고를 분리시켜 생각하는 것이 지혜 있는 리더십의 행동입니다. 상황을 성찰하고 행동하지 않고 감정이 이끄는 대로 반응하기 시작하면 위기상황 속에서 적절한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집니다.

B교회는 문제와 감정을 결부했습니다.

평소 정서적으로 의존적인 사람들은 부정적인 정서에도 쉽게 휘말립니다. 문제가 발생해 부정적인 감정이 생겨나면, 문제의 구체적인 실체를 파악하기보다 ‘느낌’을 사실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평소에 받았던 부정적인 감정과 그 감정을 유발시킨 사람이 문제의 원인이라 생각되며 공격하게 됩니다. 정서적으로 의존적인 사람일수록 문제 상황에서 자기중심적인 면모를 발휘합니다. 부정적인 정서가 자신을 공격할 것을 직감하기에 자신을 보호하려는 의도로 상대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은 거리를 두는 행동을 하는 것입니다

지혜로운 교회는 평소 ‘분리’할 줄 아는 교회여야 합니다. 이는 각자 알아서 행동하라는 뜻도, 분리주의의 의미도 아닙니다. 정서적인 분리, 즉 ‘분화’를 의미합니다. 평소 정서적인 분화가 연단된 교회는 위기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대처가 가능하게 됩니다.

  • 첫째, 위기 상황의 실재를 정확히 인식합니다. 사실 그대로 파악하며 과도한 위협과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습니다.
  • 둘째, 위기 상황과 관련해 자신의 견해와 가치관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 셋째, 위기 상황의 대처방안을 명확히 파악하고 선택할 수 있는 여유가 있습니다.
  • 넷째, 위기 상황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기에 오히려 융통성 있게 행동할 수 있게 됩니다.

정서적 분화는 공동체에 더 강한 정서적 안정을 줍니다. 상황이 공동체의 감정을 좌지우지 하지 못하고, 한 두 사람의 감정적 폭발이 위협이 되지 않습니다. 이런 공동체의 분위기는 서로의 관계에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합니다.

분화가 연단된 교회는 위기를 넘어서 다음과 같은 미래를 지향할 수 있습니다.

  • 첫째, 성도들 간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서로 유대관계를 유지하며 정서적 결합도 견고해집니다.
  • 둘째, 성도들이 서로 관심을 갖고 사랑하게 됩니다.
  • 셋째, 공동체가 공통의 목적과 사명을 위해 서로 협력하기에 용이해집니다.

교회에 발생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속에, 자신의 감정이 특정 인물이나 상황에 의존되어 있지는않습니까? 교회의 리더십으로 먼저 자신의 감정적 분화를 위해 노력하십시오. 문제 상황이 발생할 때 특정한 사람에게 분노나 책임을 모두 지우지 않고, 객관적인 판단을 통해 적절한 책임 분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은 『 교회는 관계 시스템이다 』 (로널드 리처드슨/국제제자훈련원) 의 내용을 일부 발췌 및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본문내용 다운로드

한글파일 워드파일

도서소개

교회는 관계 시스템이다

정서 체계가 좋은 교회와 그렇지 않은 교회를 비교함으로써 건강한 관계와 건강한 교회를 만드는 방법을 전반적으로 다루고 있다. 교회 내의 삼각관계 등 심각한 문제와 갈등의 실례를 소개하면서 건강한 관계로 바로 서는 교회의 모습을 제시한다. 교회라는 시스템 아래에서 크고 작은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모든 리더들의 갈증을 해갈해 줄 책이다.

자세히 보기 →